"한번 쓰면 계속 쓰거든요"…페이에 빠진 유통가

이베이코리아 스마일페이 / 사진제공=이베이코리아

유통가가 간편 결제서비스(페이) 전쟁에 나섰다. 결제, 할인, 포인트적립 등 페이 생태계에 들어오면 빠져나가기 어려운 특성에 따라 충성고객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 e커머스 업계는 물론이고 신세계, 롯데 등 기존 유통 공룡들까지 페이 결제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스마일페이' 뒤쫓는 'SK페이' '쿠페이'
유통가 가장 선두는 이베이코리아가 2014년 론칭한 스마일페이로, 가입자가 1450만명에 달한다. G마켓, 옥션, G9 뿐만 아니라 SPC, GS리테일 등 마트, 외식, 패션, 뷰티, 레저, 교통 부문 폭넓은 오프라인 사용처를 확보했다.


특히 쇼핑에 특화했다. 이베이코리아의 유료멤버십 서비스인 '스마일클럽' 회원에게는 상품을 구매하면 자사 e커머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시 적립 혜택 등을 제공한다.
이어 11번가의 SK페이가 가입자수 1300만명으로 그 뒤를 바짝 뒤쫓는다. SK페이는 2012년 국내 최초 간편결제인 '페이핀'에서 출발했다. 이후 시럽페이, 11페이를 거처 지난해 6월 SK텔레콤 휴대폰 결제서비스 T페이와 통합해 SK페이로 새로 태어났다. 기존 T페이가 편의점, 베이커리, 외식 등 오프라인 가맹점이 3만5000여 매장에 달했던 만큼, SK페이 역시 가맹점이 많은 게 특징이다.

그 다음으로 가입자 수 1000만명 선을 확보한 주자는 쿠팡의 쿠페이다. 쿠페이는 '원터치결제' 서비스를 통해 터치 한 번으로 결제를 완료했다. 카드번호와 비밀번호, 지문인식 등 추가 인증과정을 반복해야 했던 전자상거래 결제 번거로움을 없앴다. 사용처는 쿠팡 한곳에 한정되지만, 결제 금액의 1% 적립 혜택까지 있어 로켓와우 회원들에겐 필수다.

기존 유통공룡들도 하나씩 페이를 가지고 있지만, e커머스들에 비해선 가입자 수가 크게 밀린다. 롯데 엘페이 가입자 수는 300만명에 불과하고, 신세계 SSG페이는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1000만명 선을 넘지 못한 850만명이다.


신세계·롯데, 페이 강화 나섰다
신세계, 롯데는 e커머스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리고 있는 온라인쇼핑 부문을 잡고자하는 포부를 가지고 뒤늦게나마 페이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지난 1일 신세계 SSG닷컴은 신세계I&C로부터 쓱페이 사업 부문을 넘겨받아 운영을 시작했다. SSG닷컴은 쓱페이 간편결제 시스템을 사이트에 구현해 결제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또 오프라인 구매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정교하고 고도화된 마케팅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롯데온'을 공식 론칭하며 온라인 시장 공략에 나선 롯데도 본격적으로 롯데의 간편결제서비스 엘페이 강화에 나섰다. 별도로 엘페이 앱이나 엘포인트(L.POINT) 앱을 깔지 않아도 롯데온 앱만 있으면 전국 1만5000여개 롯데 오프라인 매장에서뿐만 아니라 최대 50만개(엘포인트 가맹점 기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엘페이 결제가 가능하게 했다.

롯데온 론칭 한달만에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이날 기준 롯데온에서의 엘페이 이용 회원수와 결제건수는 각각 엘페이 전체의 46%, 22.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온에서의 엘포인트 사용금액도 전체 엘포인트 사용금액의 9.7%로 조사됐다. 롯데온을 통해 엘페이를 시작한 이들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적립한 엘포인트를 사용하기 위해 롯데온에 접속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페이 잡아라"…'락 인 효과' 무시 못해유통가가 이처럼 페이 서비스를 잡고자 하는 건 락인(Lock-in·자물쇠)효과를 통한 충성고객 잡기를 위함이다.

한번 특정 업체의 페이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줄곧 그 페이를 쓰고자 한다. 쌓인 적립금을 쓰기 위해 또 그 업체를 찾는 선순환이 발생하고, 충성고객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각 유통 업체는 각 플랫폼 생태계에 소비자를 가두기 위해 페이 서비스 강화 박차에 나선 것이다.

한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페이를 보라"며 "페이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니, 소비자들이 다른 곳에서 네이버페이를 사용한 뒤 그 적립금을 쓰기 위해 네이버쇼핑으로 유입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유통사들이 페이 서비스를 잡으려고 안달인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