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 찍고 입장한 교인들 "앱 까는게 일이네"

2일 오후 QR코드 출입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서울 종로구 중앙성결교회 교인 /사진=정경훈 기자

"이렇게 하면 되나."

2일 오후 교회 출입을 위해 처음 설치한 QR코드를 사용하는 교인 김모씨의 손길은 어색했다. 네이버 '메뉴'에 들어가 QR코드를 켜고 인식용 태블릿PC에 인증하니 출입이 기록됐다는 표시가 떴다. 사용이 끝난 다음에도 김씨는 QR코드 시용법을 익히려는 듯 다시 앱을 켜보기도 했다.


일부 종교시설, 노래연습장 등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노출 인원의 정확한 사후 점검을 위한 'QR코드 이용 전자출입명부' 시범 사용에 나섰다. 10일 전국적 사용을 앞두고 시범 운영 시설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창신동 중앙성결교회에서도 이날부터 입구에 태블릿PC를 설치했다.

"QR코드로 코로나19 관리 용이해질 것"…"와이파이 끊김 등 부족한 점은 보완"
중앙성결교회는 서울 종로구 동대문 한양도성 공원 언덕에 자리잡은 대형 교회다. 인근종로구 주택가인 창신2·3동, 이화동에 둘러싸여 있는 교회 교인 수는 약 5000명 정도다. 코로나19 후 영상 예배를 해 주일에 나오는 교인은 700여명이지만 65세 이상 노인이 30%쯤 되는 만큼 방역에 항상 긴장해야 한다.

QR코드 시범 사용이 처음 시작된 교회 1층 로비에는 지원 받은 테블릿PC 두 대가 설치돼 있었다. 한 대는 QR코드 인식용, 한 대는 방문자 수를 확인용이었다. 인식용 PC에 코드를 찍으면 방문자에 등록된다. 다만, 화면에는 방문자 수만 뜨고 구체적으로 누가 방문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2일 중앙성결교회 출입 QR코드 시범 사용 장면 /사진=정경훈 기자

QR코드 앱만 잘 설치돼 있으면 큰 불편 없이 방문이 승인되는 모습이었다. 김씨는 처음에 태블릿 PC 화면을 정확히 못 맞추거나 QR코드가 켜진 15초를 넘겨 다시 해야 하기도 했지만 이내 적응하는 보습이었다.

다만 태블릿PC 와이파이가 끊겨 프로그램이 멈추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기자가 조문섭 교회 부목사 휴대전화를 빌려 QR코드를 인식할 때에도 와이파이가 끊겨 인식 오류가 났는데 그 이유를 단박에 알아채기 힘들었다. 방문객이 몰리는 시간 와이파이가 끊길 경우 다소 혼선이 예상된다.

조 부목사는 "사용중인 1, 2층 출입문에 와이파이가 잘 통하게 기기를 새로 설치할 예정"이라며 "전도사 등 교회 임원들 폰에도 방문자 확인 앱을 설치해 원활한 출입을 도울 것"이라 밝혔다. 다만, 스마트폰을 사용 않는 노인이나 휴대전화 배터리가 없는 상황을 감안해 수기 작성도 병행할 방침이다.

'네이버'앱 있으면 출입 준비 완료…"평소 쓸 일 없어 어색하긴 해"
교인 등 QR코드 이용자들이 깔아야 하는 앱은 '네이버' 하나다. 앱을 설치한 뒤 왼쪽 상단 석 삼(三)자 표시를 눌러 맨 위 굵은 글씨로 표기된 아이디를 클릭하면 점자 표시로 된 QR코드 정사각형이 뜬다. 다만 그전에 나만의 QR코드를 만들어둬야 해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를 전자 인증 앱이 켜진 태블릿 PC 혹은 건물 관리자 등의 스마트폰 화면 앞에 맞춰 갖다 대면 출입이 승인된다. 다만 QR코드의 내용 자체가 15초마다 바뀌기 때문에 이 시간 안에 화면에 대야 한다. 제한 시간이 지나면 새 QR코드를 띄워 다시 대면 확인받을 수 있다.

일상에서 잘 쓸 일 없는 QR코드는 누구에게나 어색하다. QR코드 시연 장면을 보는 교인들은 "어떻게 깔아야 하냐" "(앱) 까는 게 일이긴 하다" 수군거리며 폰 화면을 만지작거렸다.

그래도 QR코드 사용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였다. 한기채 교회 담임목사(61)는 "QR코드로 인해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 발생시 사후 관리가 정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적응되면 편리하게 출입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기 익숙하지 않은 노인은 걱정…"그래도 금방 익숙해질 것"

중앙성결교회 /사진=정경훈 기자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층은 QR코드 사용에도 마찬가지다. 설치부터 사용까지 절차가 어렵지 않아 큰 문제는 아니지만 교회도 이 부분이 당장의 걱정거리긴 하다. 이 교회 교인 A씨는 "스마트폰 안 쓰는 노인 분도 있고 익히시는 데 불편할까봐 아무래도 걱정"이라고 밝혔다.

조 부목사는 "노인 교인들을 대상으로는 이번 주일 현장 예배에 오셨을 때 입구 등에서 집중적으로 사용법을 설명할 계획"이라며 "업체에서 나눠준 안내문을 교회 곳곳에 붙이고 그 전부터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으로 안내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당장 혼란은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유튜브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지셨듯 노인분들도 금방 사용법을 익히실 것"이라 말했다.

QR코드 사용 관련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염려는 다소 누그러든 모습이었다. 조 부목사는 "QR코드를 찍으면 네이버와 방문자조회 시스템을 설치한 기업에 개인정보가 나뉘어 간다"며 "코로나19 환자 발생시 두 기업이 가진 정보가 합쳐져야 온전한 개인정보가 해석된다니 누출 걱정은 덜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