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일 만에 학교 간 高1 "랜선 선생님 실제로 뵈니 궁금"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앙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이날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2학년과 함께 고교 1학년이 등교수업을 시작했다. 지난달 20일 고3이 처음 등교하고 일주일 뒤 고2에 이어 고1이 등교하면서 고교는 전 학년이 등교수업을 시작했다. 2020.6.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5차례 연기된 끝에 94일 만에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등교했다. 첫 등교를 맞은 학생들은 설렘과 동시에 긴장된 표정을 보였다.

3일 오전 7시가 지나면서 서울시 종로구 중앙고등학교 교문 앞에는 처음 학교를 찾은 1학년 학생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 학생들은 발열체크를 시작하는 시간보다 일찍 온 탓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등교한 학생들은 중학교를 졸업한 뒤 처음으로 듣는 고등학교 수업을 앞두고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1학년 한정빈군(16·남)은 "첫 등교라 떨리는 것도 있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까 코로나19 때문에 무섭기도 하다"라면서 "등교시간을 모르고 일찍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개학이 연기되고 온라인 수업이 실시되면서 사실상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첫날이었다. 정빈군은 "동복을 사놓고 입지도 못했는데 처음 하복을 입고 등교했다"라면서 "랜선으로만 선생님을 만나다가 실제로 뵈니까 궁금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고등학교 3학년과 2학년이 등교수업을 진행하면서 학교는 다소 안정감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선생님들은 등교수업 방식에 익숙해졌다고 하면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업을 진행해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교문에서 학생 발열체크를 하던 A교사(32·여)는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는 게 많이 힘든데 아이들도 많이 답답해한다"라면서 "덴탈마스크를 써도 2시간 연속 수업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앙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0.6.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아침 식사시간에 기숙사 사생들이 식당 앞으로 나와 줄을 서면서 뭉쳐있는 모습을 보이자 교사가 다가와 거리를 두라고 지도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은 남모씨(38·남)는 "아이들이 오랜만에 보니까 (방역지도에) 힘든 면은 있는데 계속 떨어지라 얘기하고 있다"라면서 "학생들에게 다중이용시설에 가지 말라고 교육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용균 중앙고 교감도 "자사고이기 때문에 서울시 전역에서 학생들이 등교해 조금 더 조심스러운 게 있다"라면서 "학생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켜서 예전만큼은 못하겠지만 활발하게 생활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수업이 시작하자 교사들은 반에 모인 학생들에게 방역물품을 배부하고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했다. 처음 학교에 오는 학생들인 만큼 학교시설 안내와 기숙사 규정 등도 설명했다.

신입생에게 체육복을 배부하기 위해 체육관 앞에서는 한 교사가 테이프로 학생들이 서 있어야 하는 곳을 표시하는 작업을 했다. 한 학생은 기자에게 다가와 교사인 줄 착각하고 1학년 교실이 어디인지 물어보기도 했다.

학교 야구부 소속 신민석군(17·남)은 "이렇게 등교가 밀린 건 처음인데 지금이라도 등교해서 다행이다"라면서 "학교에서도 안전하게 하는 것 같고 (등교를) 더 미룰 수는 없어서 등교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교하면 어떤 학교에서는 확진자가 나올 것 같다고 예상은 했다"라면서 "만약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위험해질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보건실에서는 자가건강진단에서 인후통 증상이 있어 등교중지가 떴지만 등교한 3학년 학생이 있어 일시적 관찰실로 옮겨진 일도 있었다.

담임 교사가 학부모에게 연락했지만 자녀를 데리러 오기 어려워 학생은 선별진료소로 이송해줄 119 구급대를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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