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훈 권오훈 변호사 "물권행위, 채권행위 유효성 다퉈봐야"

물권행위는 물권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행위를 말한다. 즉, 물권의 득실변경(설정·이전·소멸)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다. 이에 대해 채권행위는 채권을 발생시키는 법률행위이다. 물권행위는 계약인 것이 보통이지만 단독행위나 합동행위인 경우도 있다.

사진제공=법률사무소 훈

채권행위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성립한다. 그러나 물권행위에 대해서는 물권행위만 있으면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하며 그밖에 아무런 형식도 필요로 하지 않으며 공시방법은 단지 물권변동의 대항요건이라는 의사주의(意思主義)(대항요건주의)와, 물권행위만으로는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인도나 등기와 같은 공시방법을 갖추어야 비로소 물권행위가 성립되고 물권변동이 일어난다는 성립요건주의 내지 효력요건주의 등이 대립한다. 우리나라는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채권행위가 있고 그 이행으로서 물권행위가 행하여지는 경우에 물권행위는 원인행위인 채권행위와 별개로 행하여진다는 것을 물권행위의 독자성이라고 하는데, 물권행위의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해 견해가 대립된다. 그리고 물권행위의 원인인 채권행위가 무효이거나 취소되는 때 그 이행으로서 행하여진 물권행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을 물권행위의 무인성이라 하는데, 마찬가지로 물권행위의 무인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해 견해가 대립된다.


대법원은 ‘계약해제의 효과로서의 계약이전의 상태로 원상회복된다는 물권적 효과설을 취하는 근거로 우리 법제가 물권행위의 독자성과 무인성을 인정하지 않는 점’을 밝히면서 물권행위의 독자성과 무인성이 부정됨을 명확히 밝혔다. ‘민법 548조 1항 본문에 의하면 계약이 해제되면 각 당사자는 상대방을 계약이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에 복귀케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뜻을 규정하고 있는 바 계약에 따른 채무의 이행으로 이미 등기나 인도를 하고 있는 경우에 그 원인행위인 채권계약이 해제됨으로써 원상회복 된다고 할 때 그 이론 구성에 관하여 소위 채권적 효과설과 물권적 효과설이 대립되어 있으나 우리의 법제가 물권행위의 독자성과 무인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는 점과 민법 548조 1항 단서가 거래안정을 위한 특별규정이란 점을 생각할때 계약이 해제되면 그 계약의 이행으로 변동이 생겼던 물권은 당연히 그 계약이 없었던 원상태로 복귀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것이다(대법원 1977. 5. 24. 선고 75다1394 판결).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판결은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수탁자 앞으로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다수의견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규정의 문언, 내용, 체계와 입법 목적에 비추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물권행위의 독자성과 무인성을 부인하는 전제에서 가능한 논리이다. 즉,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규율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제4조 제1항)과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제4조 제2항 본문)을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를 하더라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부동산 소유권은 그 등기와 상관없이 명의신탁자에게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하였다. 그 결과 명의신탁자는 부동산 소유자로서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에 기초하여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한편,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서는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특별한 규정을 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권오훈 변호사는 "물권행위의 독자성, 무인성을 부인하는 판례의 태도에 따라 소유권이 유효한지에 관해서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원인되는 채권행위의 유효성을 다투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