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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내 기억 속 이재용, 그 땐 권한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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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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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0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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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 변호인은 지난 2일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 여부를 심의해달라는 취지다. 특검 때부터 직접 수사해온 검찰이 수사에 이어 기소까지 공정하게 하기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1년 6개월 전부터 시작돼 긴 시간을 거치며 스토리의 구성이 바뀌어 왔다. 어떨 때는 스토리의 전후가 바뀌어 시간상 논리가 맞지 않을 때도 있었고, 아예 논리가 바뀌기도 했지만 만들어진 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부친이 쓰러진 후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최서원에게 말을 사줬고, 최씨와 경제적 공동체인 박 대통령은 그 고마움에 국민연금을 압박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토록 했다는 게 큰 얼개다.

그 과정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풀려진 가치를 기준으로 제일모직이 과대평가된 회계법인들의 합병보고서를 믿고 국민연금이 투자해 손실을 입었다는 논리도 덧붙여졌다.

이 부회장이 부정청탁을 했다면 두말없이 말을 사줬을텐데, 박 전 대통령의 '레이저 눈총'까지 맞아가며 혼쭐이 난 후에 말을 사주고도 최서원에게 섭섭한 얘기를 들었다는 걸 보면 말을 사주는 과정이 검찰의 논리와 달리 매끄럽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기자가 그 현장에 없었으니 논외로 하고, 지금부터는 기자가 보고 들은 것만을 토대로 스토리의 진실성을 따져보고자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 증세를 일으켜 병원에서 응급 심장시술을 받을 당시인 2014년 5월 11일 오후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내원객들이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 증세를 일으켜 병원에서 응급 심장시술을 받을 당시인 2014년 5월 11일 오후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내원객들이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6년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던 그 날 밤 병원에선 무슨 일이…



2014년 5월 10일 자정쯤에 '이건희 삼성 회장을 닮은 노인이 이태원 순천향병원 응급실에 건장한 남성 두 명의 부축을 받으며 축 늘어진 채 급히 들어왔다가 어디론가 나갔다'는 후배의 제보가 부서 카톡방에 올라왔다. 이 보고를 받고 밤 12시를 지난 시간 택시를 타고, 일원동에 있는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이미 후배 1명은 순천향병원 응급실에, 또 다른 1명은 이태원 이건희 회장 집 앞에 보내진 후였다.

실제 이건희 회장인지, 아니면 루머인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도 어쨌든 대한민국 최고경영자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여서 여러 명의 기자들이 확인해야 할 중대한 상황이었다. 한밤 중에 삼성그룹에 확인 전화를 했으나 모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에서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

택시 기사에게는 "병원 정문을 통해 장례식장 쪽으로 돌아가자"고 당부했다. 큰 일이 있으면 정문의 분위기부터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었으나, 워낙 큰 병원이어서 전혀 다른 분위기를 찾을 수 없어 장례식장 안내데스크를 찾아갔다.

그리고 대뜸 "이건희 회장이 돌아가셨다는데 들어왔냐"고 물었다". 안내데스크의 안내원은 치켜뜬 눈으로 '밤 12시를 넘어 별 정신 나간 놈이 다 있구나' 하는 뜨악한 표정이었다. 그의 황당해 하는 표정으로 봐선 이 회장이 장례식장으로 온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곧바로 장례식장과 떨어져 있는 응급실 쪽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응급실 앞에 2명의 에스원 경비원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이게 평상시 근무형태인지, 비상상황의 대처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는데, 여느 응급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중에서 낯익은 한 얼굴을 발견했다.

이 회장이 해외로 나가거나 들어올 때 멀찌감치에서 회장을 수행하던 비서1팀의 차장급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 비서가 그 시간 응급실에 있었다. 그가 이 늦은 시간에 여기 있을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 회장님이 돌아가셨다면서요?"

전혀 예상치 못한 기습 질문에 적잖게 당황한 그는 "아닙니다. 지금 수술 중이십니다"라며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 그리곤 옆에 있던 에스원 임원에게 기자를 떠넘기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아! 이건희 회장이 위중한 상황이구나!" 후배로부터 루머 같은 메신저를 받은 후 사실이 확인된 순간이 새벽 1시께였다. 나는 즉각 데스크에게 전화를 했다.

그때부터 머니투데이 편집국도 비상이 걸렸다. 대한민국 최대 그룹의 최고경영자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급한 상황이었다.

우선은 수술이 안정적으로 끝날 때까지는 보안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다음날 오전 9시를 조금 넘긴 시간까지는 그 상황을 지켜보다가 '(단독)삼성 "이건희 회장 급성심근경색…심장 시술받고 회복 중"'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리고 지금까지 6년이 흘렀다.

그날 저녁 그곳의 다른 장소에는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 가족 외에도 최지성 실장과 윤순봉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사장 등이 이 회장 수술이 잘 이뤄지기를 기도하며 기다렸다고 한다.
2014년 5월 10일 밤 이태원동 자택 인근인 순천향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직후 심장마비 증상 나타나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 받았다. (사진은 11일 오전 2시 모습)/사진=김남이 기자
2014년 5월 10일 밤 이태원동 자택 인근인 순천향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직후 심장마비 증상 나타나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 받았다. (사진은 11일 오전 2시 모습)/사진=김남이 기자




에버랜드 상장 않겠다던 이재용의 말, 2년만에 바뀐 이유




이 회장이 쓰러진 날 밤의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이 회장이 쓰러지기 4개월에서 10여일 전, 그리고 그 이후의 과정이 삼성물산 합병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일본에 있던 2014년 3월 31일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이 발표됐고, 국내에 들어온 후인 5월 8일 삼성SDS의 연내 상장 계획이 공식 발표됐다. 그리고 SDS 상장발표 이틀 뒤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이 회장이 쓰러진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6월 3일 에버랜드의 상장 계획이 발표됐다. 뒤이어 휘몰아치듯 사업구조 재편과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진행됐다.

이렇게 발 빠르게 사업재편 과정이 진행되는 것을 본 기자는 그 이전에 알고 있던 삼성의 내부 분위기(상장 무기한 연기)와 완전 다른 것에 적잖이 놀랐고, 그래서 그 과정을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최고 경영진들에게 물어봤다.

이보다 앞서 상장 발표 2년 전 2012년 2월 6일 저녁 5시 30분경(퇴근 무렵) 삼성 서초 사옥 로비에서 이재용 부회장(당시 사장)을 우연히 만났다.

당시 이 부회장에게 직접 들은 내용은 당분간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는 상장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었다. 장외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SDS와 에버랜드를 곧 상장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아 주가가 급등하던 시기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해외출국 모습/사진제공=뉴스1 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해외출국 모습/사진제공=뉴스1 자료사진


이 부회장은 자신이 주요 주주로 있는 삼성SDS와 에버랜드의 상장 루머로 소액주주들이 손실을 볼 것에 대한 우려로 상장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한결 강한 어조로 말했었다.

그는 기자에게 "조만간 상장할 것이라는 얘기는 루머이며, 상당히 오랜 기간 상장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학수 실장의 뒤를 이어받은 김순택 삼성미래전략실장도 그 직후 기자와 저녁식사를 하며 비슷한 얘기를 했었다.

"왜 에버랜드를 상장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실장은 "이 회장께서 SDS와 에버랜드 상장을 꺼리신다. 그래서 상장과 관련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입장이 2년 만에 바뀐 것이어서 적잖이 놀랐던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요양과 경영구상을 마친 후인 2014년 4월 17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로부터 한달도 안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현재까지 6년간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요양과 경영구상을 마친 후인 2014년 4월 17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로부터 한달도 안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현재까지 6년간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이건희 회장, 4월 중순 자신의 운명을 알았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100일간 매일 누워 있는 이 회장에게 업무보고를 했던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 실장에게 2015년 초에 물었다.

"거동을 못하는 이 회장에게 왜 업무보고를 하느냐"고 질문했다. 그랬더니 최 실장은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의식은 살아있기를 바라며, 보고를 듣고 깨어나실 것이라는 희망으로 100일간 빠지지 않고 출퇴근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회장이 쓰러진 후 이렇게 발 빠르게 화학이나 테크윈 매각과 상장, 합병을 할 수 있는 이유도 물었다. 이 질문에 최 실장은 "회장께서 자신의 운명을 감지하셨던 것 같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 회장께서 자신의 미래를 예견했었는지, 쓰러지기 한 달 전인 4월 중순에 사업조정 등을 서둘러서 결정해 당시에는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많이 서두르는 느낌을 받았다. 근데 지금 보니 자신의 운명을 예견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궁금했던 삼성에버랜드와 SDS 상장 문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상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 부회장의 발언을 전한 기사가 결과적으로는 오보(?)가 됐기 때문이다.

최 실장은 "그 사이 사업환경이 변했다. 동반성장이라는 사회적 요구로 삼성SDS의 SI(시스템통합)는 대기업이 국내 사업을 사실상 할 수 없는 중기적합업종에 묶여 국내 사업을 못하게 됐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자본조달이 필요하다. 또 에버랜드도 (바이오사업 등) 미래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글로벌 사업을 위해서는 상장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런 이유를 회장께 설명해 상장에 대한 재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에게 2차례 컨펌(승인)을 받았다고 했다. 회장이 쓰러지기 4개월 전인 2014년 1월 초 국내에서 이 회장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던 것이 첫 번째다.

그런데 최 실장은 '이 회장께서 에버랜드 상장을 꺼린다'는 얘기를 들어온 터라 마음에 걸렸는지, 다시 한번 이 회장에게 상장계획을 4월에 보고했고, 2번째 확답을 받은 것이다.
2011년 서초동 삼성전자 로비에서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직전 이건희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2011년 서초동 삼성전자 로비에서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직전 이건희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일본까지 가서 받은 중장기플랜 두번째 이 회장의 승인



2014년 4월초 이 회장이 일본에 체류했을 때 최 실장은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사장), 김종중 전략1팀장(사장) 등과 함께 사업재편과 지배구조개편과 관련한 중장기 플랜을 들고, 이 회장이 있는 일본으로 갔다.

최 실장이 "에버랜드와 SDS를 상장하려고 합니다"라고 하자 이 회장이 "지난 번에 하라고 했잖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최 실장은 조심스럽게 "회장께서 상장을 꺼리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라고 하자 "누가 그래?, 계획대로 진행해!"라는 이 회장의 약간은 짜증 섞인 답까지 들었다고 한다.

이 같은 이 회장의 결정으로 삼성SDS와 에버랜드의 상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법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최 실장은 "나는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이다. 이 결정은 (2년 전 상장하지 않겠다고 했던) 이 부회장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회장의 결정사항이었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만약 회장의 재가가 없었다면) 회장께서 어느 순간 깨어나서 '누가 이렇게 하라고 했어?'라고 하면 그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임직원은 없다. 달리 말하면 회장의 재가가 있어서 할 수 있었다"고 2015년 1월 당시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자신의 경영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 무리하게 합병을 이끌고,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당시 일부 보도가 나왔을 때 의아하게 생각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관을 위해 방중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0년 11월 17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장남 이재용 부사장 등과 함께 입국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관을 위해 방중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0년 11월 17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장남 이재용 부사장 등과 함께 입국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삼성은 당초 합병 원하지 않았다…정치권의 압박만 없었다면




최 실장은 당시 "우리는 법을 어기고 싶지 않기 때문에 사업구조를 단순화하고, 지배구조의 가지를 줄여나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체적으로 큰 그림이 마무리된 2016년초 쯤인 것으로 기억한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C동 42층의 최 실장의 회의실에서 물었다.

"이제 남은 숙제가 무엇입니까?"

그는 "정부가 요구한 지배구조 단순화의 과제는 거의 마무리되고, 이제 잔가지만 정리하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원래 삼성 수뇌부들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카드,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지주회사로 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당시 시스템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3년쯤으로 기억된다. SK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모 부사장(당시는 퇴사)이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방법이 있으니 들어봐달라고, 증권부장을 통해 연락이 왔다.

그가 들고온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를 삼성 측에 전달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었다. 직접 하시라고 했더니 달리 접촉면이 없다고 해서 출근길에 김종중 사장에게 전달해줬다.

한 두 달 후 김 사장에게 실현 가능성이 있는 안이었는지를 물어봤더니 "고생은 많이 하셨는데, 법적으로 안되는 것이어서 식사 한 끼 대접만 하고 끝냈다. 법으로 안되는 것을 법을 어기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게 그의 답이었다. 수 조 원에서 수 십 조원의 비용이 드는 게 지주회사 전환이 안되는 이유다.

최 실장도 그 당시 정부와 시민단체, 야당 등에서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력 강화의 고리를 끊으라고 압박해 정부 시책을 따르는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매각과 합병 등의 과정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단순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이런 합병도 없었다.

이 부회장은 당시 그룹 홍보 임원들을 불러놓고 "우리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과정에서 지배력이 약해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건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주주들에게 얼마나 좋은 성과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계속 우리 계열사로 남아있을지, 다른 사람들이 경영할지가 결정된다. 경영을 제대로 못한다며 지분이 많이 있어도 계열사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며 합병 이후 자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기자가 아는 한 이건희 회장이 이미 밑그림을 그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그 디테일을 깊이 몰랐고, 그가 어떤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도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당시 부사장)이 2010년 11월 17일 오후,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관 일정을 마친뒤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당시 부사장)이 2010년 11월 17일 오후,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관 일정을 마친뒤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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