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31주기 'D-1'…홍콩, 시위로 불탈까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AFPBBNews=뉴스1

톈안먼(천안문) 사태 31주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이 오는 4일 홍콩에서 예정된 톈안먼 추모집회를 금지했다. 주최측은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어 또다시 유혈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은 홍콩 경찰이 매년 열리던 톈안먼 추모 집회를 불허했다고 보도했다. 이 집회가 금지된건 30년만에 처음이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4일 베이징 자금성 앞 톈안먼 광장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를 말한다. 당시 중국 정부는 탱크와 장갑차 등을 동원해 유혈진압해 수많은 학생들이 희생됐다. 이후 홍콩에서는 매년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려왔다.

홍콩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집회를 금지한다고 밝혔지만, 국가보안법 통과를 강행한 중국 공산당이 사실상 홍콩 통제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정부는 오는 18일까지 공공장소에서 8명 이상이 모이는 것을 금지한 상황이다.

SCMP는 집회 주최측이 경찰의 불허 방침에도 강행 의지를 밝히며 홍콩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만큼, 중국 정부가 국가보안법 통과 후 첫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톈안먼 시위에 참석했다 홍콩으로 망명한 인권운동가인 한 동팡은 이날 SCMP에 집회 참석 의지를 밝히면서 “톈안먼 추모집회는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의 상징과도 같다”면서 “중국 어느 도시에서도 추모집회가 열리지 못했지만 홍콩에서는 매년 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은 톈안먼 사태 당시 체포돼 22개월간 수감됐다가 1991년 4월 풀려났다. 그는 1993년 또다시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가 이후 홍콩으로 망명했다. 이후 인권 운동 관련 기구를 세워 활동하고 있다.

4일 추모집회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홍콩을 둘러싼 서방과 중국과의 갈등도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 정부의 톈안먼 추모 집회 불허를 두고 “중국은 홍콩인들의 목소리와 선택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이는 일국양제에 맞지 않다”며 공개 비난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역시 이날 SCMP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국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강행하면, 영국은 이민법을 개정해 홍콩 시민들이 영국에서 이민권리를 부여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