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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70만건 '고소·고발공화국'… 검경수사권조정 땐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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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0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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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8월부터 사인간 분쟁은 경찰에만 고소·고발 가능 "경찰 재량 넓어져…감시·통제기능 필요"

대법원(왼쪽)과 대검찰청 전경. 2019.10.1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대법원(왼쪽)과 대검찰청 전경. 2019.10.1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수사기관에 접수된 고소·고발사건이 2018년 71만여건에서 2019년 77만여건으로, 약 6만여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1~4월 접수된 고소·고발도 24만여건에 육박하고 있어 올해 고소·고발사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른바 '고소·고발 공화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사건수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검경수사권 조정 개정안이 고소·고발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연 70만건 고소·고발사건, 대다수는 불기소

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 검·경에 접수된 고소사건은 2015년 59만4777건, 2016년 57만4247건, 2017년 55만7845건으로 약 4만여건 줄었다가 2018년 60만5090건, 2019년 65만1804건으로 다시 늘어났다.

고발사건도 마찬가지로 증가세를 보였다. 고발사건은 2015년 11만912건, 2016년 11만1054건, 2017년 11만515건, 2018년 10만9021건으로 비슷한 수치를 보이다가 지난해 12만236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접수된 고소사건은 20만4394건, 고발사건은 3만5556건으로 총 23만9950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고소·고발사건 대다수는 불기소처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접수된 사건 77만2040건 중 ?약 55.8%에 해당하는 43만1325건이 불기소 처분됐다. 2018년도에도 고소·고발사건 ?71만4111건중에서 약 56%인 40만216에 대해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 올해도 접수건의 절반이 넘는 13만2371건이 불기소처분됐다. ?

여기에 다른 수사기관으로 사건이 넘겨지는 경우나 기소중지, 참고인중지되는 경우를 더하면 기소처분되는 사건의 수는 더 줄어든다.

지난해 접수된 77만여건의 고소·고발사건 중에서 구공판처분한 사건은 4만8323건, 구약식처분한 사건은 9만2196건에 그쳤다. ?

◇이르면 8월 검경수사권 조정 시행…고소·고발도 경찰에

검경수사권 조정 개정안은 올해 2월 공포돼 최소 6개월, 최대 1년 안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르면 8월5일부터 시행될 수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사건범위는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한정된다.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 따라 범위가 달라질 수 있지만 '경제범죄'에 사인간의 분쟁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검찰과 경찰에 접수되던 연평균 70만여건의 고소·고발사건 대다수는 경찰이 맡게된다. 사건처리에 대한 경찰의 재량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고소·고발사건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경찰이 거의 다 가지게 된다"며 "죄가 되는 사건이라도 경찰단계에서 무혐의로 끝내고 검찰로 넘기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점에 대한 감시와 통제기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불기소 의견 송치사건'(무혐의 처리사건)에 대한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다. 검찰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90일 안에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 검경이 대립하면 경찰의 무혐의 판단과 검찰의 재수사 요청이 무한반복될 수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한 방지장치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경찰은 이같은 무한반복은 실무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고소·고발 줄이기 어려워…지도층 모범보여야"

결국 고소·고발의 남발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고소·고발사건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고소·고발은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는 측면이 있고, 법원의 재판보다 검찰수사를 통하는 것이 문제가 훨씬 빨리 해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어떤 개인이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경우 민사로 해결하려면 소장을 내야하고 일일이 주장하고 그에 대해 입증까지 해야 하지만 형사고소를 하면 주장만 하면 되기 때문에 개인입장에서는 진행이 훨씬 쉽다"며 "또 그 과정에서 상대방이 압박을 받아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경우에는 형사고소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도 "재산분쟁에 대한 민사사건을 진행하면서 형사고소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소사건에서 수집된 증거를 일부 민사재판에 낼 수도 있고, 기소가 되면 법원에 증거가 제출되기 때문에 증거로 활용하기가 더 좋다"고 설명했다.

'나라가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는 국민 인식이 워낙 뿌리깊게 박혀있는 측면도 있다.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예전에 민·형사 분화없이 '사또판결'을 했다. 원님앞에 가서 민사, 형사 구분없이 억울한 점을 얘기하면 곤장을 치고 '돈갚아라'라고 판결해줬다. 어르신들 중에는 아직도 법원, 검찰을 구분 못하시는 분들도 많다"면서 "이런 인식이 남아있어 문제가 생기면 법률적으로 풀거나 사법부에서 해결하기 보다는 '나의 억울한 일을 나라가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고소를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회지도층이든 정치인이든 싸우면 다 고소·고발하러 가면서 국민들보고 그러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법의식 수준을 높이는 교육이 있어야 하고, 사회지도층이나 정치권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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