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재정 적자에 경상수지까지 '흔들'

최근 경상수지 추이.

매년 4월 경상수지 적자에 빠지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외국인에게 지급하는 배당액을 상쇄할 상품수지 흑자폭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우려를 키운다.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예산 증액으로 재정 적자가 사상 최대에 이를 전망인 가운데 경상수지까지 악화하고 있어 대외신인도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경상수지는 31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3억9000만달러)에 비해 적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적자 폭은 2011년 1월 이후 9년3개월 만에 가장 크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가 수출 악화로 급감한 영향이 컸다. 4월 상품수지 흑자는 8억2000만달러로 1년 전(56억1000만달러)에 비해 85.4% 줄었다.

매년 4월 상품수지 추이를 보면 2018년 94억달러, 2019년 56억1000만달러, 2020년 8억2000만달러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올해 4월 본원소득수지 적자규모는 22억9000만달러로 작년 41억8000만달러에 비해 개선됐다. 작년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 탓에 올해 이뤄진 배당소득지급이 45억2000만달러로 1년 전(67억달러)보다 32.5%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4월 경상수지를 보면 일시적인 배당지급 확대 영향도 있었지만, 더 문제는 무역수지 자체가 적자였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수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같은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나홀로 내수회복→수입>수출 증가…경상수지·외환시장 부담 요인최근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경상수지나 외환시장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국내 수요가 증가할 경우 수입 증가 속도가 수출 증가 속도를 웃돌게 돼 상품수지를 악화시킨다. 실제로 4월 수출입 실적(통관기준)을 보면 승용차 수출은 1년 전보다 35.6% 감소한 반면 승용차 수입은 21.5% 증가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과 달리 강력한 이동제한조치가 시행되지 않았고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효과에 승용차 구매 수요가 몰린 것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봉쇄조치가 시행되지 않으면서 수입 수요가 줄어드는 영향은 제한됐다"며 "앞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늘어나게 되면 경상수지 측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영 교수는 "경상흑자는 국내 달러공급량을 의미한다"며 "당분간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외환부문에 대한 걱정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인 112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 악화까지 겹쳐 대외신인도 관리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정부는 4월 경상 적자에는 일시적 요인이 컸다며 5월에는 흑자를 회복할 것으로 본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상장기업 대다수의 배당이 4월에 집중됐고, 코로나19로 세계경제와 한국 수출이 부진해 4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였다"며 "일시적 요인이 사라지는 5월과 그 이후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다시 발생할 위험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해외까지 뻗친 동학개미운동…내국인 해외투자 50개월째 증가 4월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는 54억3000만달러(약 6조6000억원)로 1년 전(37억7000만달러)에 비해 44.0% 늘었다. 내국인 해외주식투자 규모는 지난해 7월 61억6000만달러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주식은 연기금 등 보통 기관들의 투자 비중이 훨씬 크지만, 최근에는 개인들도 투자 차원에서 해외주식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학개미군단이 국내증시뿐 아니라 해외증시 투자에도 나선 것이다.

주요국이 경기부양책을 연달아 내놓고,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월말 2만1917.16에서 4월말 2만4633.86으로 12.4% 뛰었다. 같은 기간 유로스톡스50 지수는 2786.90에서 2927.93으로 5.1% 상승했다.

4월 외국인 국내주식투자는 31억4000만달러 감소를 나타냈다. 전월(-106억3000만달러)에 비해 감소폭이 축소됐다. 이 역시 국내 코로나19 확산세 진정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지수는 3월말 1754.64에서 4월말 1947.56으로 11.0%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