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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구함' 채팅방 열자마자 "아빠뻘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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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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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性 팝니다' 벼랑 끝 10대 (上)

[편집자주] n번방 사건으로 심각성이 드러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미성년자다. 최근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도 미성년자 성매매 이슈를 다뤄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10대들을 향한 성범죄의 검은 손길, 그 실태와 문제점, 대책을 살펴봤다. 


"교복 챙겨오면 60만원" 1초만에 메시지 19개 왔다



지난달 30일 모 랜덤채팅 어플에서 만난 남성이 15세라 밝힘에도 조건만남 제안을 하는 대화 재구성 /사진=머니투데이
지난달 30일 모 랜덤채팅 어플에서 만난 남성이 15세라 밝힘에도 조건만남 제안을 하는 대화 재구성 /사진=머니투데이

"채팅이 재밌었어요. 근데 몇 사람이 막 조건이란 걸 요구를 하는데, 그때는 조건이 뭔지도 몰랐죠.
갑자기 어떤 사람이 저한테 그 관계를 하면 50만원을 준다는 거예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서 차단을 박았어요."(A양 인터뷰, 2018년 여성가족부 민간용역 보고서 중)

심심해서 랜덤채팅을 시작한 A양은 결국 채팅에서 만난 남성의 끈질긴 유인으로 조건만남을 했다. 당시 16살이었다. 해당 성매수자는 A양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알고, 큰 금액을 앞세워 집요하게 유혹했다. 차단을 하면 다른 아이디로 지속해서 접근했다.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이 됐다. 랜덤채팅은 익명성과 함께 GPS 기능을 통해 대화 상대방과의 거리까지 알려주고, 대화내용이 저장이 안 된다. 사실상 성매매에 최적화된 온라인 공간이다.

지난해 말 여성가족부에 내놓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및 추세분석’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가 이뤄지는 경로 중 메신저·SNS·스마트폰앱이 차지하는 비중은 91.4%에 달한다. 실제 대부분의 미성년자 성매매가 스마트폰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아빠뻘도 괜찮아요?" 끊이지 않는 알림...랜덤채팅에

랜덤채팅앱에 가입해 미성년자로 프로필을 설정해놓으면 조건만남을 원하는 알림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오후 2시30분쯤 랜덤채팅앱의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10여개의 랜덤채팅앱에 가입해 채팅방을 개설했다.

랜덤채팅앱의 가입은 쉬웠다. 휴대전화를 통한 본인인증이 필요 없는 경우도 많았다. 별도 프로필 사진이나 해시태그 없이 대화 상대, 친구 원한다는 방을 열었다.

'○○○팅'에서 친구 찾는다는 방을 만들자 1초도 안 돼 19개 메시지가 밀려왔다. 다양한 첫 '톡' 사이에서 '스폰으로 생각 있어요??'와 '만남 구해요. 1회 30만원'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이들에게 ‘미성년자임’을 알려도 대화를 이어가며 성을 사려고 했다.

스폰 생각 있냐는 B는 월 4~5회 만남에 200만원을 주겠다고 해왔다. 30만원을 제시한 C는 "성 경험이 없으면 80만원"이라고 했다. 한 이용자는 15살이라 밝혀도 아르바이트라며 유사성행위를 제안했다. 성기 사진 보내며 성적 요구 해오는 남성도 있었다.

30일 모 랜덤채팅 어플에서 만난 남성이 청소년임을 밝히자 친근한 모습을 보이며 그루밍을 시도하는 대화 재구성 /사진=머니투데이
30일 모 랜덤채팅 어플에서 만난 남성이 청소년임을 밝히자 친근한 모습을 보이며 그루밍을 시도하는 대화 재구성 /사진=머니투데이

‘아빠뻘’이라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49세의 이용자도 있었다. 존대를 해가며 상대방을 ‘위하는 척’했지만 결국 성적 대화로 빠지고, 카카오톡이나 라인으로 대화를 옮기자는 제안을 했다. 또 다른 40대 남성도 "나쁜 사람 아니니 친구처럼 친해지자"며 이름과 번호를 교환하고자 했다. 본인을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공무원으로 소개한 사람도 있었다.

아동·청소년 대상 그루밍성범죄의 전형적인 방법이다. 친절함을 가장해 친해진 뒤 점점 성적 사진 등을 요구해 약점을 잡아 착취하는 식으로 발전한다. 채팅에서 만난 뒤 카카오톡, 라인 등 다른 메신저로 옮기자는 요구를 하는 것도 대화 상대방의 신상을 캐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정부, 랜덤채팅앱 청소년 사용 금지 추진..."잠입수사도 논의 중"

정부는 랜덤채팅앱을 청소년유해매체물(청소년 이용금지)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관련 행정예고가 나갔고, 올해 안에 법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실명 인증 또는 휴대전화 인증 △대화 저장 △신고 기능 등 안전한 채팅을 위한 기술적 조치가 없는 랜덤채팅앱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해 성인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몇몇 랜덤채팅앱은 앱을 정부 방침에 따라 개선하고 있다.

30일 사용한 랜덤채팅 앱 설치 스마트폰 화면 캡처 /사진=머니투데이
30일 사용한 랜덤채팅 앱 설치 스마트폰 화면 캡처 /사진=머니투데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본인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것은 성매매가 시도, 발생 후 경찰 수사를 돕기 위한 것"으로 "전화번호 등록 여부가 경찰 수사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대화내용 저장을 의무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유해매체가 된 후 관련 표시를 안하면 2년 이하 징역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며 "경찰과는 랜덤채팅에 미성년자로 잡입해 수사하는 방안도 논의 중으로 랜덤채팅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 편이 필요한 순간 언제든" 청소년상담: 전화 1388, cyber1388.kr, 문자#1388

정경훈 기자



초등학생까지 SNS 성매매 글…'인간수업'은 현실이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니네 반 찐따인 내가 사실 네 조건 만남의 브로커거든."

과묵하고 조용한 줄만 알았던 고등학생이 사실은 같은 반 여학생의 성매매 포주였다. 여기에 또 다른 여학생이 포주로 끼어들어 ‘남성’을 판매하면서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동안 사회 안전망은 작동하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지난달에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의 내용이다. 인간수업은 한국의 아동·청소년 성매매라는 치부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면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중 1위까지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해외에서도 ‘인간수업’은 화제가 됐다.

드라마처럼 한국 청소년의 성은 성인 혹은 같은 또래에 의해 너무나 쉽게 착취의 도구로 전락한다. ‘조건만남’이라는 성매매 형태가 ‘일탈계’를 통한 사진·영상 판매로 진화까지 했다. 일탈계는 n번방의 표적이 됐지만 수십명의 피해자가 생길 때까지 사회는 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트위터 #일탈계, "문상에 자영 팔아요"...또 다른 청소년 성매매 창구

지난 28일 트위터에 #일탈계를 검색했더니 음란영상과 사진을 판매하겠다는 미성년자로 보이는 계정이 쏟아졌다./사진=트위터 캡처
지난 28일 트위터에 #일탈계를 검색했더니 음란영상과 사진을 판매하겠다는 미성년자로 보이는 계정이 쏟아졌다./사진=트위터 캡처

청소년 성매매는 멀리서 찾을 필요없다. 트위터에서 바로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2일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직접 트위터에 #일탈계로 검색했더니 외설적인 사진과 동영상을 올린 계정들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자신을 초등학생이라고 밝힌 계정도 있었다.

‘자영(자위영상) 판매합니다. 1개당 문상 1만원.’ 문화상품권이나 현금을 보내면 더 음란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주겠다고 공공연하게 '판매'하는 글도 적지 않다. 통화나 영상 통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직접적인 만남은 없으나 자신의 성을 상품화해 판매하는 일종의 '성매매'다.

‘일탈계’외에도 ‘섹트’, ‘살색계’ 등도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직접적인 성매매 창구의 역할도 한다. 해당 계정에는 오프라인 만남을 요구하는 댓글도 적지 않다. 일부 ‘일탈계’는 직접적으로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달라며 ‘조건만남’을 암시하기도 한다.

익명성을 내걸고 아이들은 일탈계를 운영하지만 범죄의 대상의 된다.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은 트위터 ‘일탈계’에서 범죄대상을 골랐다. 자신을 경찰이라고 속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상정보를 캐내서 성착취 범죄를 저질렀다.

청소년 상담기관인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는 "성매수자들은 '선수'들로 어린 학생의 약점을 파고들어 3초에서 8초만에 완전히 자기한테 휘둘리게 만들어 버린다"며 "트위터 뿐 아니라 랜덤 채팅, 인스타그램 등 메신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매체라면 그 어떤 것도 위험하다"고 했다.


5년 간 청소년 성매매 범죄자 4500명..."처벌·교육 더 강화해야"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5일 오전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03.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5일 오전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03.25. photo@newsis.com

한국의 미성년자 성매매는 최근 5년간(2014~2018년) 검거된 인원만 4427명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해에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강요, 성매매, 성매수, 생매매 알선 영업행위) 등 혐의로 711명이 검거됐다.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다.

최근 성매매 범죄를 예방하고 신고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아동과 청소년은 '성착취 피해자'로 규정해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미성년자 성매매를 막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성매수자와 성매매에 빠져든 청소년들 두 관점에서 동시에 접근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현대화'된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아동청소년대상 성매수자의 처벌 강도가 여타 성범죄보다 심각하게 저조하다는 사실은 2016년 성매매실태조사 결과로도 드러난다"며 "실제로 고소를 진행했을 때 가해자가 재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선고에 그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적·관계적 어려움에 처한 십대 여성들에게 가족이나 학교 이외의 안전망이 절실하다"며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피해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듣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를 완전히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피해자의 상황에 맞춰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대 피해자라든가, 부모님이 바빠서 되게 외롭다거나,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좋은 관계를 경험하지 못해서 온라인에서 잘 해주는 사람들의 접근에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내 편이 필요한 순간 언제든" 청소년상담: 전화 1388, cyber1388.kr, 문자#1388

이강준·김남이·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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