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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장난감 10배에 사고, 중고차 보러가는 '금수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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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승목 기자
  • 정혜윤 기자
  •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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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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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코로나19' 시대, 다시부는 중고거래 열풍(下)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발 경제한파 속에 중고제품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당근마켓 등 새로운 중고거래 플랫폼들도 급성장하고 있다. 얇아진 지갑을 넘어 중고거래의 재미와 경험추구 성향, 실용주의가 그 바탕에 깔려 있다. 넉넉한 사람들과, 밀레니엄세대, 주부들까지 중고거래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다시 부는 중고거래의 열풍을 짚어본다. 


클래식카 모으고 한정판 장난감 수집…중고에 빠진 금수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대기업 직장인 심모씨(29)는 어릴 적 즐겨 본 애니메이션 장난감을 모으는 게 취미다. 심씨는 시간이 나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해당 장난감 매물을 검색해본다.

옛날 문방구에서 만원만 있어도 충분히 살 수 있던 오래된 장난감이 10만원에 올라와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거래를 요청한다. 심씨는 "희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팔지 않는 물건을 중고시장에서 살 때 느끼는 재미는 덤"이라고 말했다.

오래돼 낡았지만 저렴한 만큼 실용적인 소비. 대체로 중고제품과 중고거래 하면 떠올리는 생각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불황에 어울리는 착한 소비지만, 그렇다고 어디가서 당당히 샀다고 말하기엔 다소 민망한 제품' 정도가 중고품을 설명할 때 어울리는 표현이였다.

중고에 대한 인식은 최근 들어 급격히 달라졌다. 젊은층 뿐 아니라 지갑사정이 여유로운 부자들도 '신상' 대신 중고품을 선호하면서 더 이상 실용적인 소비라고만 한정지을 수 없게 됐다. '불황형 소비'를 넘어 대표적인 '플렉스(Flex·부나 귀중품을 뽐내는 것)' 방법 중 하나로 탈바꿈한 것이다.

현재 한국의 중고거래 시장은 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4조원대였던 시장 규모가 5배 이상 불어났다. 저성장의 그늘에서 성장한 중고시장은 최근 소비 저변이 확대되며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굳이 중고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부유층까지 중고거래에 열광하는 것이다. 자동차 시장이 대표적이다. 고급 수입차 업체들이 매년 새 모델을 쏟아내고 있는 와중에도 일부러 지갑을 두둑히 하고 서울 양재동이나 경기 일산에 위치한 중고차 매매시장을 찾는 20~40대 남성들이 적지 않다.

가성비 좋은 실용적인 차량을 찾는 것이 아니라 흔히 '포람페(포르쉐·람보르기니·페라리)'로 불리는 형형색색의 값 비싼 차량들이 목표다. 이들이 굳이 신차에서 눈을 돌려 중고차를 찾는 이유는 희소성에 있다. 오래된 낡은 제품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이 담긴 프리미엄이 붙은 제품이란 것이다.

'개성'과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원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희소성은 중고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부자들이 오래된 와인에 열광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며 "디자인이나 엔진구동 방식 등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차에 대한 니즈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

희소성을 만끽하기 위한 중고거래는 한 대에 수 억원씩 하는 차 뿐 아니라 수 백만원 짜리 명품이나 수 만원짜리 장난감에도 적용된다. 샤넬이나 루이비통 매장의 문이 열리자마자 질주하는 '오픈런'을 하고,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협업한 운동화 한 켤레를 사기 위해 밤새 줄을 선 뒤 비싸게 되파는 재테크가 유행하는 이유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로 만족했다면 이제는 원하는 걸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또 희소한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가 '멋'이 됐다"며 "남들에게 없는 희소한 가치를 사고파는 중고거래가 새로운 플렉스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돈 되니까" 20조 중고 시장으로 몰려드는 기업들


약 20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중고거래 시장에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 과거엔 중고 상품에 대한 품질·신뢰도 문제 등으로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하지만 요즘은 중고거래 플랫폼 발달로 관련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경기 불황에 절약형 소비·재테크 수단으로 중고거래가 각광 받으면서 기업들도 앞다퉈 관련 시장 선점에 나섰다.

◆ 새책보다 헌책, 새차보다 중고차

알라딘 중고서점 / 사진=류승희 기자 grsh15@
알라딘 중고서점 / 사진=류승희 기자 grsh15@

중고 거래가 활발한 분야 중 하나가 책이다. 새책 판매는 어렵지만 중고책 판매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책의 유행 주기가 짧아지면서 책을 계속 간직하기보다 한 번 읽고 파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중고책이 수익 창출을 위한 틈새 시장으로 각광받으면서 관련 시장은 3334억원(2016년 기준)으로 커졌다.

알라딘은 중고서점 매장을 열면서 덕을 봤다. 중고 서점을 열기 전 2010년 당기순이익 22억원에서 지난해 약 140억원까지 성장했다. 코로나 이후 알라딘 중고서적 매출은 지난달 기준 전년동기대비 15% 가량 늘었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채워주는 품목 중 하나로 중고차를 꼽을 수 있다. 자동차 판매 분석 업체 카이즈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등록 대수는 245만9600대로 신차 등록 대수(179만5700대)의 약 1.36배에 달했다.

KB캐피탈 'KB차차차', 현대캐피탈 '플카' 등 자금력을 갖춘 금융사 등이 중고차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면서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진 것도 관련 시장을 키운 주요인이 됐다.

◆"중고거래자 잡아라" 편의점 '반값 택배'

/사진제공=BGF리테일
/사진제공=BGF리테일

"한 푼이라도 더 아끼자" 중고거래를 애용하는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곳이 또 있다. 바로 편의점 '반값 택배'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기존 물류 배송 인프라를 활용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부가 수익을 낼 수 있어 더 공들이고 있다.

지난해 3월 편의점 업계에서 가장 먼저 반값 택배를 선보인 GS25는 서비스 시작 11개월만에 이용건수가 530% 증가했다. 뒤를 이어 지난 3월 처음 선보인 CU 반값택배 CU끼리 택배도 서비스도 시작 2개월만에 이용 건수가 3배 뛰었다.

판매가가 저렴한 중고거래에 1600원짜리 초저가 택배비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장점이다. 집 주소가 노출되지 않고 집 근처 편의점에서 받아가면 된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다.

중고거래 이용자들을 붙잡기 위한 편의점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GS25는 배송 기일을 최장 4일에서 3일로 단축했고, CU는 유아/출산용품 전문 중고장터 아이베이비, 번개장터 등과 손잡고 운임비를 깎아준다. GS25관계자는 "반값 택배를 이용하러 온 고객 중 82%가 도시락, 음료수, 담배 등을 함께 사가면서 추가 이익 창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혜윤 기자




진화하는 중고거래…중고나라→당근마켓→파라바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중고 시장이 커지면서 중고 거래 플랫폼도 진화했다. 이전 거래 플랫폼의 단점들을 보완한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고나라, 당근마켓, 파라바라 등이 순서대로 등장하면서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변화하고 있다.

2003년 인터넷 카페로 출발한 중고나라는 이제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자리했다. 회원수는 우리 전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2317만명이고, 월간 실사용자는(MAU)는 지난 4월 기준 1200만명에 이른다. 월간 39만건(1초당 4.5개)의 새로운 중고상품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높은 인기만큼 관련 불만도 높아졌다. 중고나라는 사기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해 신규 사용자가 유입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사기 사례 중 절반은 '상품 미발송(48%)이었고, 온라인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에 신고된 계좌번호를 사용한 경우(22%), 가짜 안전거래(에스크로) 사이트 탈취(14%), 사용불가 제품 배송(9%)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사기 때문에 중고나라는 '중고로운 평화나라'라는 비꼼이 담긴 별명을 얻었고, 안전결제 등 자구책을 마련했음에도 거래 사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때 당근마켓이 등장했다. 카카오에서 함께 재직한 뒤 2015년 당근마켓을 공동 창업한 김용현 대표와 김재현 대표는 카카오 직원들끼리 중고물건을 사고팔 때 택배를 보내지 않아도 되고, 직거래라 사기당할 일도 없어 매우 편리하다는 점에 착안해 현재의 당근마켓 형태를 구상했다.

당근마켓 소비자들은 판매자와 약속한 지점에서 만나 한참동안 물건을 들여다본 뒤에야 구매를 확정짓는다. 당근마켓은 이제 여타 일반 쇼핑앱들을 제칠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 4월10일 기준, 일간 활성 사용자수(DAU)
지난 4월10일 기준, 일간 활성 사용자수(DAU)
지난 4월10일 기준 당근마켓 일간순이용자수(DAU)는 약 156만명 수준으로, 전체 쇼핑앱 중 사용자 수 2위를 기록했다. 1위 쿠팡(397만명)에는 못 미치지만 △11번가(137만명) △위메프(109만명) △G마켓(107만명) 등 굵직한 e커머스를 모두 제친 수치다.

최근 연세대 창업팀이 만든 '파라바라'는 물건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당근마켓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언택트(untact·비대면)까지 가능하게 했다. 파라바라는 투명박스를 설치해 이 박스를 통해 중고거래를 할 수 있게 했다. 살 사람이 투명박스에 담긴 중고품을 살핀 뒤 결제하는 방식이다.

김길준 파라바라 대표는 "언택트 시대에 맞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중고거래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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