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폐업조치' 꺼내든 교육부…이번에는 강도높은 법 개정 추진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지난 2일 오후 학원 밀집지역 특별점검을 위해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을 방문해 안내문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2020.6.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교육부는 학원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교육감 권한으로 폐업조치도 가능하도록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일선 학원에서는 교육부 방침을 두고 반발 조짐을 보여 교육부와 학원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교육청·지방자치단체 합동점검을 받은 학원과 교습소는 총 12만8837곳으로 집계됐다.

1만356곳이 방역수칙 미준수로 적발됐고 시정명령 후 재점검 결과, 모든 학원이 시정조치를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적인 합동점검을 실시 중인 가운데 교육부는 학원 점검 실효성 강화를 위해 제도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대대적 방역점검에도 관련 법적 규정이 없는 탓에 '방역수칙' 위반 학원과 교습소에 법적 제재를 부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학원이 방역수칙을 위반해도 학원 감독기관인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에게는 학원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지방자치단체장을 거칠 수밖에 없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 4일 등교수업 조정 관련 브리핑에서 "(학원 제재 부과가) 교육감에게 권한이 있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다"라면서 "학원법이나 감염병예방법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 학원에 과태료 부과부터 휴원조치와 폐업조치까지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학원에서 구청 및 새마을지도자협의회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2020.6.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교육당국이 직접 나서 학원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자 학원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방역당국 협조에 따라 휴원조치에도 적극 협조했는데 처벌 근거 마련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정경시 노원구학원연합회 회장은 "학원이 정부에서 돈을 대줘서 학생을 가르치고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면서 "교육감이 나서 감염자가 나오면 학원을 폐쇄하겠다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다"라고 말했다.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은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도 불거진 문제다.

지난 2016년 교육부는 '학생 감염병 예방 종합대책'을 세우고 학교 등교중지 결정 시 학원도 병행조치할 수 있도록 학원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학원 반발에 가로막혔다.

박 차관은 "메르스 사태 때 추진됐다가 무산된 경험이 있다"라면서 "제21대 국회에서는 관련 국회의원들도 많이 공감하는 의견을 보내주시고 비교적 순조롭게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법 개정 추진을 재개하면서 학원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대책도 없이 휴원하라고 하면 종사자들 생존권이 문제가 될 수 있다"라면서 "학원 종사자 생계는 반영이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불만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도 "감염병예방법에 관련 내용이 이미 나와 있는데 굳이 법안 개정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라면서 "교육부와 논의한 뒤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어떻게 할지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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