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로 불타도 달린다, 요즘 미국 극한직업 '배달원'

/AFPBBNews=뉴스1

"우리에게 통행금지령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배달을 시키지 말아주세요"
미국의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Reddit)에선 요 며칠새 우버이츠, 그럽허브 등 음식배달서비스 배달원들이 이러한 글들을 올리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140여개가 넘는 도시에선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선 약탈, 방화 등 폭력시위로까지 번지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40여개가 넘는 주에서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있지만, 음식 배달원들은 여전히 위험한 도로를 위험한 시간대에 달리고 있다며 이러한 호소를 하고 있습니다.

통금·시위대 뚫고 배달

LA지역에서 음식배달을 하는 한 유튜버. 시위대를 가로질러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현재 통금 시간대에도 배달 영업이 계속되는 지역은 뉴욕, 필라델리아, 워싱턴DC 등이 있습니다.


이중 뉴욕시는 지난 1일 77년만에 야간 통금을 밤 8시부터 오전 5시까지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레스토랑, 술집, 24시간 슈퍼마켓 등 식품산업 종사자들은 필수 인력으로 분류해 통금 예외로 지정했습니다.

뉴욕의 많은 식당들은 통금 실시와 더불어 시위대에 의한 상점 피해도 입고 있는 만큼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아예 임시휴업을 택하고 있는데, 일부는 영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서는 특정 지역, 특정 시간대에 배달을 하면 추가 수당을 주겠다는 공고도 올라왔다. /사진=트위터 캡처.

우버이츠나 그럽허브 같은 음식배달 주문앱들도 일부 지역에선 통금시간 이후에도 계속 주문을 받고 있고, 심지어 통금시간이나 시위 발생 지역과 가까운 곳으로 배달을 갈 경우 추가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시카고에서 배달 일을 한다는 켈리 페럴은 레딧에 "시위대가 약탈해 엉망이 된 식당이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면서 "이런 미친 상황을 뚫고 운전해서 음식을 픽업하는 건 끔찍한 경험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필수업종이라며...체포하는 경찰

통금을 어겼다며 음식배달원을 체포하는 뉴욕경찰. /사진=트위터 캡처.

음식배달원들은 배달을 하자니 너무 위험하고, 일을 쉬자니 생계에 위협을 받아 고민에 빠졌습니다.

폭스뉴스는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상당기간 일을 못했던 배달원들의 생계가 이번 시위로 더욱 위협받게 됐다"고 했습니다.

뉴욕 푸드트럭 조합은 이 때문에 통금 조치 이후 대면 영업은 중단하고 대신 배달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벤 골드버그 조합장은 "뉴욕 시민들은 여전히 음식이 필요하고, 신체적 불편함 등을 이유로 슈퍼마켓에 가지 못하거나 대신 장봐줄 사람이 없는 이들이 있다"면서 배달 서비스를 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명분은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을 위해서라지만, 코로나19와 시위까지 맞물린 타격에 더이상 영업을 중단할 수 없다는 압박감이 작용했습니다.

통금 시간을 어겼다며 배달원을 체포하는 뉴욕 경찰. /사진=트위터 캡처.

문제는 배달원들에게 경찰이 또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뉴욕시는 통금 시간에 일을 하다 경찰이 제지할 경우 신분증 제시 없이 그저 '필수 업종 근로자'라고 말하면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경찰이 배달원을 폭행하거나 체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배달업체의 답변은?

/AFPBBNews=뉴스1

이런 상황에 대해 배달앱 업체들은 뭐라고 답변했을까요?

미국의 종합뉴스 매거진 바이스에 따르면 우버이츠측은 "우리는 각 도시별로 그들의 니즈와 지역 상황에 맞게 최선의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어떤 지역은 통금시간에 앱 운영을 중단해달라고 했지만, 어떤 지역은 우버가 필수 서비스를 지속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우버이츠의 라이벌인 그럽허브는 "지역 법규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면서 "상황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으며 배달원, 식당, 손님들의 안전을 위해선 어떤 행동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