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사 달렸는데…"공정위, 1년 넘게 자료 요청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 신고를 접수하고도 1년이상 조사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공정위에 따르면 연간 불공정거래로 처리되는 건수는 지난해 기준 5000건을 넘는다. 이중 40%가 서울사무소에 집중돼 지난해 1800여건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년 이상 처리가 지연되는 장기사건도 약 10%에 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신고되어 처리중인 사건의 10%는 신고된 지 1년 이상된 장기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안에 쟁점이 많아 복잡한 경우 추가 자료를 받아야 해서 장기사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장기사건이 현재 몇 건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장기사건들은 조사가 지연되면서 불공정거래가 지속돼 신고기업은 경영악화로 어려움에 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1년 이상 피신고인에 대해 조사조차 들어가지 않을 경우 증거 인멸 우려도 커진다.

실제 한 중견기업 A사는 지난 4월 공정위에 불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한 대기업 B사에 대해 조사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보냈다. 1년이 경과하도록 공정위가 신고내용에 대해 서류검토만 하고 피신고인(대기업)에 대한 조사는 전혀 하지 않고 있어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A사는 지난해 5월 B사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공정위에 신고했다. B사가 기술탈취, 부당기술지원 강요, 설비대금 미지급등 8개 사례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테면 B사는 향후 거래관계 거절을 빌미로 경쟁사인 C사가 불이행한 채무를 A사에 대신 이행토록 강요하거나 C사가 체결한 계약에 따라 제작하던 물품과 구매 물품을 구매하도록 강요했다. 심지어 경쟁사인 C사에 기술지원 및 기술교육도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내용을 상세히 기술해 신고하고 수차례 담당에게 설명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공정위는 추가자료만 요청하고 있다는 것.

A사는 "신고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종전 사건 담당은 피신고인에 대한 현장조사절차를 개시조차 안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다른 부서로 발령받아 떠났고 이후 인수인계한 담당도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신고내용 파악만 하고 있다"며 "그동안 불공정거래는 계속되고 있으며 B사로부터 다양한 압박과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피신고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채 장시간 경과하면 신고 관련 정보유출과 증거인멸 등의 위험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경우 신고기업에 불리할 수밖에 없어 불공정거래 신고는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