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시작? 공무원처럼 준비하라는 이 남자[머투맨]

"아니 왜 이렇게 구독자 오르는 게 더디지?"

직장인 유튜버를 시작한 지 약 3달이 지났다. 6일 현재 채널의 구독자는 1182명. 한 달 만에 1000명, 두 달 만에 1만명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은 사라진지 오래다. 1000명을 넘었다는 안도도 잠시, 이제는 또 어떻게 구독자를 늘릴지가 고민이다.


매일 조회수에 울고 웃다 보니, 볼만한 유튜브 채널을 알려주겠다는 '유튜브 가이드'의 초심도 조금씩 희미했졌다. 결승선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이 이런 기분일까. 내 채널은 어디쯤 와 있을까?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을까? 고민이 든다.

초보 유튜버라면 누구나 겪을 만한 상황, 도움을 얻을 만한 곳이 없을까. 수소문 끝에 '조회수 잘 나오는 법', '편집 잘하는 법' 등 유튜브의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유튜브랩'의 허PD(본명 박현우)를 만나봤다.

3년 넘게 유튜버들과 함께 고민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며 어느덧 구독자 12만7000명을 모았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물론 각종 공공기관에서 강연을 요청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 받은 자타 공인 유튜브 전문가다.


처음에는 자신도 평범한 초보 유튜버였다는 허PD. 그가 유튜브를 연구하며 깨달은 '성공하는 채널'의 비결은 무엇일까. 인터뷰는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에서 진행됐다.

유튜브를 알려주는 유튜브, 처음부터 크리에이터가 '목표'

/사진=유튜브랩 캡처

-유튜브를 알려주는 유튜브라는 컨셉이 특이하다.
▶저도 영상 전공자가 아니라 처음 유튜브를 접했을 때 어려움이 많았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았다'라는 표현처럼 영상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솔루션을 드리고자 시작했다. 지금은 초급부터 중급, 상급으로 나눠서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강연도 많이 하던데, 어떻게 준비를 했나.
▶크리에이터를 꿈꾸면서 20대 중반부터 준비했다. 팟캐스트에서 '무서운 이야기 읽어 주는 남자'라는 더빙 방송을 했다. 나름 가능성을 발견해서 유튜브로 넘어왔는데 잘 안 됐다. 망한 경험을 토대로 나 같은 초심자,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기초적인걸 알려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유튜브를 직업으로 인식하지 않았고, 부모님도 걱정이 많았다.

-순수 유튜버에서 전문가로 성장한 것이 인상 깊다.
▶실버버튼(구독자 10만명) 받기까지 3년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달려왔다. 오프라인 강연에서는 직업적 수준으로 돈을 벌지만 유튜브는 그렇지 못하다. 유튜브의 실질적 가치는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한다. 강의하면 듣는 분은 만족하지만, 못 들은 분들은 정보가 가지 않는다. 그 불균형을 해소하고 싶었다.
모두가 잘 되는 채널만 주목, '꾸준함'이 유튜브 성공의 열쇠

/사진=유튜브랩 캡처

-허PD, 커피캣(본명 강민형) 두 분이 채널을 운영한다. 역할을 어떻게 구분하나.
▶커피캣은 유튜브 트렌드, 기획, 마케팅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다룬다. 원래 커피캣은 마케터로 일하다가 그 감각을 살려서 유튜브로 넘어오게 됐다. 저는 유튜브의 촬영, 편집 등을 담당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유튜브 강연을 많이 찾아다녔는데, 거기서 만나 같이 채널을 하게 됐다.

-'구독자 늘리는 법', '채널 성장하는 법' 어떻게 연구하고 콘텐츠를 만드나.
▶정량적 데이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채널이 잘 된 사례를 연구해서 종합한다. 잘 되는 콘텐츠는 거의 결이 같다. 그 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구독자가 1만명인데 강의를 한다는 식의 지적도 있지만, 유튜브를 제대로 알려줄 수 있다면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듣는 사람한테 맞는 강의가 좋은 강의가 아닐까.

-유튜브를 하는 시청자들의 공통된 고민이 뭔가.
▶구독자가 안 는다는 것. 그거밖에 없다. 그 질문에는 단호하게 답할 수 있다. '영상을 100개 이상 올렸나?', '꾸준히 했나?', '시작한 지 1년이 됐나?'. 사람들은 잘 된 사례만 보지, 안 된 사례는 보지 않는다. 한 달 만에 구독자 10만명을 넘는 분도 있지만, 꾸준히 해서 성장하는 분들이 훨씬 많다. 꾸준하게 내 영상을 타겟층에 노출시켜 주는 것이 일반적인 크리에이터가 밟아야 하는 매커니즘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 운영이 어렵지 않았나. 실버버튼 채널인데 수익은 어떻게 되나.
▶원래 말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나름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조회수를 그렇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조회수가 안 나온다고 해서 유튜버로서의 경제 활동이나 명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8년과 2019년 유튜브 관련 책을 냈는데 그걸 통해서 촉진 요소가 생겼다. 강연 섭외가 많이 들어온다. 유튜브랩 채널에서 나오는 수익은 얼마 안 된다. 파생되는 수익이 많게는 30배 정도까지 간다. 채널의 가치를 봐주고 찾아주는 파트너, 클라이언트가 많다.
'저작권', '구설수' 조심해야…유튜브 없어도 크리에이터는 전망 밝아

/사진=김소영 기자

-성공하고 싶은 유튜버들이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까.
▶지나치게 효과를 넣다가 저작권에 걸리거나 선을 넘는 말을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위험하다. 또 속단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1년 정도 일주일에 2개 영상을 올린다는 생각으로 지속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유튜브를 직업으로 수익을 얻고 싶다면 공무원 준비하듯 매달려 보는 것도 괜찮다. 유튜브는 망해도 지금처럼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미래에도 망하지 않을 거다. 다른 형태로 콘텐츠를 만들어 낼 거다.

-이제 약 3달이 된 머투맨 채널에 대한 진단을 부탁한다.
▶유튜브를 소개한다는 주제가 괜찮고 섬네일의 통일성, 영상의 포맷 등이 잘 갖춰져 있다. 딱 양식을 맞춰놓고 꾸준히 하면 잘 성장할 수 있다. 2달에 1000명 정도 구독자를 모았다면 안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주제를 잘 선정했기 때문에 성장하는 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조급하지 말아야 한다.

-머투맨 구독자들을 위해 평소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3개를 소개해달라.
▶'난쟁이성현'이라는 채널에서 편집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는다. 편집 방법이 굉장히 트렌디 하고 말도 재미있게 잘하는 데, 편집으로 더 재미있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두 번째는 '법알못 가이드'다. 법과 관련된 정보를 일반인들에게 재미있게 알려준다. 각종 송사에 휘말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런 걸 배웠다. 마지막은 '편집하는 여자'라는 채널이다. 영상 편집 강의 채널인데 콘텐츠가 잘 짜여 있고 나긋나긋하게 설명을 잘하신다. 초보자가 보기도 좋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