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주기적으로 온다는데…'학교보건'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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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 관악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뉴스1 © News1

지난 27일 대구 수성구청·수성보건소 방역관계자들이 한 고등학교에 들어가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순차적으로 시작된 등교수업이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6학년만 남겨두고 있다. 등교수업 실시가 마지막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이어져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수업에다 방역업무까지 수행하면서 과중한 업무로 피로가 지나치다는 호소가 나온다. 보건교사들은 보건인력 부족 등 과거부터 축적된 학교보건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7일 교원단체와 교사 등 학교관계자에 따르면 학교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학교 전체 인력이 방역활동에 총동원되고 있다. 교사들은 당번을 정해 등교생 체온 검사를 하고 학생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에도 학생지도에 나섰다.

온·오프라인 수업 준비에 방역업무까지 겹치면서 일부 교사들은 매일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 지역에서는 피로 축적으로 보건교사가 쓰러져 119 구급대로 이송된 일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보건교사들은 교내 확진자 발생 가능성에 매 순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다. 조금이라도 의심증상을 보이는 학생이 생기면 방역지침에 따라 일시적 관찰실로 학생을 옮기고 선별진료소 이송을 결정해야 한다.

서울 소재 중학교에서 보건교사로 재직 중인 A씨는 "증상이 있으면 다른 학생 안전을 위해 선별진료소로 보낼 수밖에 없는데 학부모를 설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라면서 "일반 감기일 수도 있는데 아이를 선별진료소에 보내는 것을 두고 화를 내시는 학부모도 있다"라고 말했다.

학교 입장에서는 등교한 학생 중에 확진자가 나올 경우 학교가 폐쇄될 수도 있는 만큼 최대한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같은 경우 3학년 대입준비에도 타격이 생겨 확진 학생 발생에 따른 영향이 더욱 크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등 교육당국은 교사 업무부담 경감을 위해 보건 보조인력과 방역지원 인력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보건교사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대책이 예산지원에만 그쳐 인력채용·관리가 교사 몫이 되면서 업무부담이 오히려 늘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방역 인력은 학교가 아닌 지자체 주관으로 채용돼야 한다"라면서 "방역 관련 연수와 교육을 마친 상태에서 학교로 파견될 수 있도록 채용방식 개선에 교육청이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보건교사들은 현재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이 코로나19로 발생한 현상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신종플루가 불거졌을 때 보였던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코로나19로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신종 감염병 확산 사태가 2~3년 주기로 계속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보건교사들은 코로나19 이후 학교보건을 정책적으로 점검해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교생 수에 비례해 보건교사가 충분히 학교에 배치되고 학교조직 구성에서도 학생건강부서가 별도로 조직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도에서 근무하는 보건교사 B씨는 "대부분 학교에서 보건교사는 1명이 배치돼 있다"라면서 "학교 규모나 학생·학급 수에 따라 보건교사 인력이 조정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같은 경우 전교생 수가 600명이 넘어가면 보건교사 1명을 추가한다든지 외국에는 인력배치 기준이 있다"라면서 "인력배치에 관해서는 전혀 개선되는 바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경기 시흥시 소재 중학교에서 보건교사를 맡은 김지학 보건교육포럼 수석대표도 "보통 보건교사가 체육부로 소속돼 있는데 이제는 학교 부서를 조직할 때 건강부서가 별도로 있어야 할 것 같다"라면서 "제도가 정비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감염병 사태에 대응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등 교육당국에서 학교보건 전문가가 부족한 점도 학교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이 나오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 수석대표는 "교육부나 교육청 내에서도 학교보건 전문가가 적고 있어도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면서 "교육부와 교육청 자체에서도 보건 전담 부서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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