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출퇴근 거리로 사무실을 옮긴다"…SKT의 업무혁신 역발상(종합)

“굳이 매일 멀리까지 본사로 출퇴근할 필요 없다”

SK텔레콤이 본사 대신 집 근처 10~20분 거리로 출·퇴근하는 ‘거점 오피스’를 연내 10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전직원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점 오피스로 출퇴근할 수 있는 업무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 ‘근무지’에 대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다.


박정호 SK텔레콤이 지난 3일 서울 을지로 본사 수펙스홀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4시간에 걸친 진행한 ‘비대면 타운홀’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과거 관례의 틀을 벗어난 업무 혁신을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후 전개되는 비대면(언택트) 경제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게 박 사장의 의지다. 주요 서비스를 출시할 때 2030 세대 젊은 직원들의 의사결정을 받자고도 제안했다.

박 사장은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슬로우 다운’(slowdown, 천천히 행동하기)을 요구하고 있지만 ICT기업은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해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변해야 한다”며 “전영역에서 구시대 공식을 모두 깰 때”라고 강조했다.
집 앞 10~20분 거리로 출퇴근…거점 오피스 연내 10곳으로 확대 검토
SK텔레콤은 먼저 서울 수도권의 거점 오피스를 확대한다. 이 회사는 올해 4월부터 서울 서대문·종로, 경기 판교·분당에 거점 오피스를 운영해왔다. 거점 오피스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얼굴 인식 시스템과 좌석 예약시스템, 모바일 PC, 화상회의 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다. 굳이 본사로 출근 안해도 동일한 환경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 이같은 거점 오피스를 강남, 마포, 강서, 송파, 일산 등을 포함해 연내 10곳으로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단축해 효율과 근무만족도,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등을 모두 높인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거점오피스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워낙 높아 비대면 타운홀에서도 직원들이 먼저 거점오피스 확대 의견을 냈다. 거점 오피스가 확대될 경우 남는 을지로 본사 사옥은 공유 오피스로, 본사 및 자회사의 서울 지역 근무자들의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SK텔레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기업 중 처음으로 전직원 재택근무를 시행했고 온라인 주주총회, 비대면 채용 등 다양한 근무형태를 실험해왔다. 박 사장은 “재택근무로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을 정교화하는 ‘디지털 워크2.0’과 구성원이 직접 필요에 따라 조직을 신설하는 애자일(Agile) 그룹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호 사장은 또 서비스위원회 산하 ‘주니어 보드’를 신설하고 모든 서비스 출시 전 디지털 세대인 젊은 직원들에게 의사 결정을 받자고 파격 제안했다.
"서비스 출시 전 2030대 직원에게 결정 받자"…구시대 공식 모두 깬다

박정호 사장이 영상통화로 강종렬 ICT인프라센터장과 통화하고 있다./사진제공=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구시대적 공식도 모두 바꾸자고 제안했다. 박 사장은 "이동통신 경쟁력을 ARPU(가입자당 월 매출)나 가입자수로 계산하고 점유율을 고지 점령전으로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며 "디지털 시대에 맞게 각 사업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평가모델을 만들겠다"고 했다.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당장 손해가 되더라도 모든 신사업을 AI(인공지능), 클라우드화하는 변화를 시도해야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며 "디지털 시대에는 뉴 ICT 상품을 더 많은 회사에 개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초협력 시대 키워드로 '자강'(自强)을 강조했다. 국내외 주요 기업과의 초협력에 있어 스스로 강하지 않고서는 곧 한계에 달하지만 새 시대를 이끌 힘이 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한 기회를 열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SK텔레콤은 코로나 영향 속에서도 타운홀 문화를 지속하기 위해 비대면 타운홀을 기획했다. SK텔레콤은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비대면 타운홀을 열어 기업 소통 문화도 혁신할 계획이다.

이날 현장에는 20여명의 임원만 참석했다. SK ICT 그룹사 임직원들은 T전화 그룹통화와 영상통화 '서로', PC·모바일 스트리밍, 사내방송 등 다양한 비대면 솔루션으로 타운홀에 참여했다.

박 사장은 "직원들이 코로나로 거리를 둬야하는 상황이지만 디지털로 더 단단하게 결합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