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용 신병확보 실패 "향후 수사에 만전 기하겠다"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기각하자 검찰이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9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기각되자 즉시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추어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면서 이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김 전 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혐의와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산정하기 위해 시세를 조정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과정에서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바꿔 장부상 이익을 조작하는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이를 인지하고 지시하거나 관여한 혐의가 있다고 본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을 구속영장 청구 대상에서 제외한 만큼 다시 한번 묶어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만큼, 향후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다면 삼성 측 주장에 더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약 1년8개월에 걸쳐 증거 및 진술을 확보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수사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삼성 측 입장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