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시간 줄이고, 임금 낮추고…유럽 따라가는 美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팬데믹(대유행) 기간 중 미국에서 '일자리 나누기' 신청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형태로 유럽에서 이미 활성화된 고용유지책이 미국에서도 확대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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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용유지 위한 '일자리 나누기' 신청, 금융위기의 3.5배↑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달 16일까지 미국에서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 신청 건수는 100만을 돌파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한 해 신청 건수의 3.5배에 달해 올해 '일자리 나누기' 신청 건수는 1995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에서 현재 코로나19(COVID-19)에 대응해 진행되는 '일자리 나누기'란 노동시간을 줄이고 그에 해당하는 임금을 낮춰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뜻한다. 불황에 기업이 10%의 인원을 정리해고하는 대신 10%의 근로시간·임금 감축으로 고용을 유지한다는 뜻에서 엄밀히 말하면 '일자리 지키기' 의미에 더 가깝다.

일례로 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노사 합의에 따라 지난 5월부터 편집국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도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광고수입 급감으로 근로시간을 20% 줄이기로 한 것. 약 440명의 기자를 포함한 직원들은 5월10일부터 12주동안 주 5일 대신 주 4일 일하게 됐다. 이를 통해 회사는 약 200만달러(약 24억원)의 경비를 아끼게 됐다는 설명이다.

노사가 일자리 나누기에 합의하면 현재 주(州) 뿐만 아니라 연방정부가 실업급여 일부 지급을 통해 감축된 급여의 일부를 보전해준다. 미국에서 최근 '일자리 나누기' 신청 건수가 급증한 것은 이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완전 해고된 근로자 뿐 아니라 '일자리 나누기'로 근로시간 및 임금이 감축된 근로자도 실업 급여 혜택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당 400달러를 버는 직원이 완전히 실직해 주 정부로부터 200달러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만일 20%의 급여가 감축됐다면 삭감된 급여(320달러)에 실업급여 일부(200달러*20%=40달러)를 더해 360달러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단 이같은 지원 혜택은 최대 26주간 제공된다.

아울러 자격 조건을 갖춘 근로자라면 연방 정부로부터 주 600달러를 추가로 받을 수도 있다. 단 이 혜택은 7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연방정부까지 나선 것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지난 3월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CARES Act)가 통과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주가 제공하는 일부 실업급여 혜택은 기존에도 있어 왔다.
4월 실업률 유럽 6.6% VS 미국 14.7%…미국도 유럽 따라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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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일자리 나누기'는 유럽에서 더 오랫동안 활성화돼 왔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4월말까지 프랑스에서 1130만명, 독일 1010만명이 일자리 나누기 제도 이용을 신청했는데 유럽 전역에서만 5000만명이 이를 신청했다는 통계다.

이번 위기에서 유럽의 실업률은 미국에 비해 훨씬 낮았는데 유로스타트 통계에 따르면 EU(유럽연합) 회원국 4월 실업률은 6.6%로 미국(14.7%)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미국에서는 최근에 버지니아주가 이같은 정부 임금 보전 방식의 '일자리 나누기' 도입을 결정하는 등 총 28개 주가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기업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비용 절감과 고용 유지를 둘 다 달성할 수 있다"며 "이는 경제가 재개할 때 신규 채용 및 교육에 따르는 비용을 억제할 수 있는데 실제로 독일은 금융위기 당시 신속한 경제 회복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계점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 3월에 결정한 2조 달러가 넘는 사상 최대 부양책 일환으로 임금 보전 중이지만, 이 제도를 지속 운영할 경우 재원 고갈과 재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아울러 필요한 인원 정리를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분야에서 잠재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의 인재 이동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