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실업률 역대 최악인데 정부는 "다행이다"…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직자 급증 여파로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이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지난 9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설명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실업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역대 최고 수준을 찍었다. 취업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달 연속 감소했다. 코로나19로 대면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소비진작책이 제대로 작동해 일자리 감소폭을 줄일 수 있었다며 '다행'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실업자가 증가한 것은 구직을 단념해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혔던 이들이 다시 구직활동에 나선 것이라며 반겼다.
실업자 127만8000명…1999년 이래 최다

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 3월 24일부터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계류장에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멈춰서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10일 통계청의 '2020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는 127만8000명으로 지난해 5월에 비해 13만3000명 늘었다. 현행 통계작성방식을 도입한 1999년 이후 5월 기준으로 가장 많다. 실업률은 4.5%로 지난해 5월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이 역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취업자는 3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달 취업자는 2693만명으로 지난해 5월보다 39만2000명 줄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0부터 2010년 1월까지 4개월 감소한 이래 약 10년 만이다.

취업자는 숙박·음식점업 -7.9%(18만3000명), 도매 및 소매업 -5.1%(18만9000명),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 -6.8%(8만6000명) 등 대면서비스업종 위주로 줄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다 최근 지난달부터 재개된 노인일자리 영향으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6.0%(13만1000명) 늘었다. 택배업 등의 활황으로 운수·창고업도 3.5%(5만명) 늘었다.
"긴급재난지원금 통했다" 자화자찬 정부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현장 신청 첫 날인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을지로지점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일자리 대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다행'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됐던 이들이 다시 구직활동에 나서면서 실업자로 분류됐다"며 "전체 인구는 30만명 가까이 증가했지만 비경인구 증가폭이 4월 83만1000명에서 5월 55만5000명으로 축소한 데서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에 참석한 정부부처 장관들은 "서비스업 일자리 중심으로 감소세가 완화되는 등 경제활동과 일자리 상황이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는 5월초 생활 속 거리두기로의 방역 전환과 소비쿠폰·긴급재난지원금 등 소비진작책을 포함한 코로나19 경제위기 정책대응효과, 전반적인 소비심리 회복 등에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내수진작 정책이 성공적이었다는 얘기다.
실업자 시한폭탄 '일시휴직자' 3개월째 100만명대

영등포의 한 신발가게가 폐업을 예고한 모습. / 사진=정한결 기자

하지만 일시휴직자가 여전히 102만명에 달해 향후 실업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1주일에 0시간 일하는 일시휴직자는 지난해 5월 33만6000명에 불과했다. 불황에 따른 무급휴직자 등이 이에 속하는데 국제 통계기준상 여전히 취업자다.

통계청은 지난달 일시휴직자 중 6개월 이상 일을 하지 못한 이들이 실업자에 편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100만명대로 늘어난 일시휴직자가 올해 여름까지 일터에 복귀하지 못하면, 9월부터는 실업자로 대거 편입된다.

코로나19는 취약계층에게 가혹했다. 지난달 상용직은 39만3000명 늘었으나 임시·일용직이 65만3000명 감소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0만명 감소하고, 1인 자영업자는 11만8000명이 늘었다.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포기하거나 폐업한 영향이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0.2%로 지난해 5월보다 1.3%포인트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5.8%로 1.6%포인트 떨어졌다. 청년고용률은 42.2%로 1.4%포인트 하락했다.

/사진=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