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잇단 경고…"제도적 인종차별이 경제 끌어내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미국 내 존재하는 인종차별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한 연방은행 총재는 '미국 내 제도적 인종차별은 없다'는 백악관 시각을 무시하듯 "제도적 인종차별이 미국 경제를 끌어내린다"고 경고했다.

로버트 캐플란 미국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사진=AFP

지난 14일(현지시간) 로버트 캐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에서 "제도적 인종차별(systemic racism)이 미국 경제가 완전한 잠재력에 도달하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캐플란 총재는 현재 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투표권을 가진 위원이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다. 또 골드만삭스에서 부회장으로 IB(투자은행) 분야를 총괄한 금융시장 전문가이기도 하다.

캐플란 총재는 이어 "모두가 기회를 갖는 포용적 경제는 더 빠른 노동력의 증가, 생산성 증가, 성장을 의미한다"며 "모든 인종에 보다 공평한 경제적 미래를 가져다 주는 것이 미국에도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발언에 대해 "지난달 흑인 조지 플로이드 죽음 이후 미국이 시위로 소용돌이치고 있는 가운데 캐플란 총재가 논쟁에 개입했다"며 "시위자들은 경찰의 만행을 종식시키고 국가가 의도적으로 유색인종을 저지하는 '시스템'에 대해 다뤄야 한다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CNBC 방송에서 "미국에는 제도적 인종차별이 있다고 생각치 않는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었다.

두 사람의 발언만 놓고 보면 연은 총재와 미 백악관이 이번 시위대의 요구와 관련해 정반대의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을 우려한 연은 총재는 또 있다. 흑인으로 최초 연은 총재직에 오른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지난 12일 "제도적 인종차별은 미국 경제를 잡아끄는 멍에"라며 "우리를 이 지점까지 오게 한 끔찍한 사건에 대한 분노를 공감했다"고 말했다.

연준도 지난 10일 이틀간의 FOMC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조지 플로이드를 직접 언급치는 않았지만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에 인종차별이 있을 곳은 없고 우리 사회도 그런 곳이 있어선 안된다"며 "모든 사람들이 우리 사회와 경제에 충분히 참여할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흑인 고용이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도 언급했다.

한편 캐플란 총재는 "고용이 역사적 감소에서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서비스업계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고 사람들이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지에 따라서 실업률이 8%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