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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돈 벌어오는 기계냐" 전업주부에 졸혼 요구한 남편 [법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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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영희 법률N미디어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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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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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사진=JTBC
홀로 경제생활을 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졸혼을 선언한 남편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아내의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약 20여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온 A씨에게는 각각 고등학생, 중학생인 두 자녀가 있는데요. 첫 아이를 가졌을 때 퇴사한 A씨는 그동안 쭉 전업주부로 살아왔습니다. 회사에서 돈을 벌어오는 남편만큼 A씨도 치열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바쁜 남편을 대신해 두 아이의 주 양육자가 되었고, 7년 간 암 투병을 하는 시부의 병간호를 했으며 시모도 모시고 살았죠.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졸혼을 하자고 합니다. '내가 돈 벌어오는 기계냐'며 '이제 내가 번 돈 내가 마음껏 쓰며 살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남편은 자신이 모은 돈으로 산 집에서 나가라며 A씨에게 졸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A씨는 억울합니다. 한순간도 먹고 논 적이 없었는데 이제와서 A씨에게 돈을 벌라는 남편이 당황스럽습니다. 남편이 결혼 생활 내내 일을 했던 것처럼 A씨도 아이를 키우고 시부모 병수발을 드느라 바빴는데 말이죠.​

배우자 일방의 졸혼 요구,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생활비 지급 없는 졸혼 요구는 이혼사유 해당

'결혼을 졸업했다'는 의미의 졸혼은 부부가 따로 떨어져 살지만 각자의 삶을 인정하고 혼인 상태는 유지하는 것을 뜻합니다. 즉 이혼은 아니되 별거하며 부부나 부모로서의 책임을 요하는 일에는 그 역할에 충실한 관계죠.​

졸혼이란 사회가 만들어낸 개념이지 법률 용어는 아닙니다. 민법은 이혼과 혼인, 두 가지 상태만을 규율하고 있을뿐 졸혼의 의미를 명시하지 않는데요. 엄밀히 말하면 졸혼은 별거의 다른 표현입니다. 그러니 부부 간 졸혼에 합의를 했어도 법적으로는 혼인 상태입니다.

민법은 부부공동생활의 의무로 △동거의무 △부양의무 △협조의무 △정조의무를 정해놓고 있는데요. 졸혼 부부는 위와 같은 부부 간의 의무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민법 제826조)

졸혼했다는 이유로 다른 이성과 부정한 행위를 한다면 정조의무 위반으로 이혼 사유가 됨은 물론 본인 및 외도 상대방이 위자료를 내야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부부가 졸혼에 합의를 한다면 부부의무를 지키는 문제에 별도로 법적 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협의를 진행하기에 큰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적을 뿐입니다.​

아울러 졸혼을 하게 돼도 부양의무는 인정됩니다. 따라서 부부가 별거를 하더라도 혼인 생활 당시와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생활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법원도 혼인 후 동거시 생활비를 지급해온 사람은 별거 시에도 배우자에게 생활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그러므로 위 사연의 남편이 아내와 졸혼을 원한다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생활비를 줘야 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이혼사유가 생깁니다. 법적으로 이혼이 인정되기 위해선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등 총 6가지 사유가 인정되면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데요. (민법 제840조)

생활비 미지급은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로 해석 됩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부부의 의무인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뜻이죠. 위 사안에 적용해볼까요? A씨는 남편과의 충분한 대화 후에도 생활비 지급을 약속받지 못한다면 졸혼이 아닌 이혼 소송을 통해 정당한 재산 분할을 받아야 합니다.

남편의 일방적인 졸혼 요구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부부 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결혼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정신적 고통을 주는 사유가 일시적인 다툼이거나 감정 대립이 생긴 것만으로는 인정이 어렵고, 혼인생활의 기간이나 파탄의 원인, 혼인 유지 의사 등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이 두루 고려돼야 합니다. (대법 2010므1140)

졸혼이 현행법상 인정되는 제도가 아니기에 그 형태나 조건이 다양하다고 해서 혼인 당사자의 의견까지 무시할 수는 없죠. 졸혼을 일종의 부부간 계약으로 보면 쉽습니다. 위 사연의 남편처럼 아내의 의견을 완전히 배제하고 자신이 지금껏 경제 활동을 해왔으니 일방적으로 집에서 나가라는 말로 졸혼이 성립하진 않는데요.​

결국 A씨는 남편과 왜 졸혼을 원하는지, 결혼 생활을 이어갈 의지나 타협점은 없는지에 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눠봐야 합니다. 그 후에도 남편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혼 소송을 통해 적법한 권리 및 재산을 찾아와야 할 텐데요.

남편의 말대로 경제 생활은 남편 혼자 했더라도 전업주부인 A씨 몫이 전혀 남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전업주부 여성의 재산분할 비율을 50대 50으로 정한 경우는 대략 36% 정도로, 과거에 비해 전업주부의 혼인 생활 중 기여도 책정이 높아지는 추세인데요. 혼인 생활 기간이 길거나 분할대상 재산이 적으면 전업주부 여성의 재산분할 비율이 높아진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졸혼이라는 개념을 앞세운 일방적인 주장으로 배우자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글: 법률N미디어 인턴 정영희
"내가 돈 벌어오는 기계냐" 전업주부에 졸혼 요구한 남편 [법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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