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VIP
통합검색

"수수료 올려 달라는게 아니라 더 깍지 말라는 것"…어느 택배기사의 농성

  • 뉴스1 제공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20.06.20 09:06
  • 글자크기조절
  • 의견 남기기
롯데택배 울산남구 신정동대리점 택배근로자들이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택배노동자가 울산시청 앞에 만들어놓은 천막안에서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2020.06.19© 뉴스1 윤일지기자
롯데택배 울산남구 신정동대리점 택배근로자들이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택배노동자가 울산시청 앞에 만들어놓은 천막안에서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2020.06.19© 뉴스1 윤일지기자
(울산=뉴스1) 손연우 기자 = "우리는 수수료를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더 깎지 말아달라는 거예요. 1년에 벌써 세번째 수수료를 삭감한다는 건데 우리는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요."

19일 울산시청 앞 농성 현장에서 만난 이석봉 롯데택배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울산롯데지회장의 말이다.

롯데택배 울산 남구 신정동 대리점 근로자 13명은 "롯데글로벌로지스 측이 지난해 착공에 들어간 충북 소재 메가허브터미널 시설투자 비용 마련을 위해 부당하게 노동자들의 수수료를 깎으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지난 8일부터 울산 시청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울산시청 인근에 멈춰있는 택배차와 임시거처로 만들어 놓은 천막 안은 더운 날씨탓에 금새 땀이 흐를 정도로 덥고 열악했지만 근로자들은 기약없는 싸움 중에도 담담한 듯 보였다.

천막 안에 비치된 방명록에는 "먼 앞날을 생각해서 지금의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길 바란다"는 등 응원 메시지들로 빼곡했다.

"더운 날씨와 당장의 생계가 걱정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파업 근로자들의 말에서는 걱정과 간절함이 묻어났다.

이석봉 지회장은 5년간 택배일을 해오면서 그동안 겪었던 애로를 토해냈다.

이 지회장은 "일부 타사의 경우 그날 배달해야 하는 물량이 자동화작업으로 빠르게 담당기사들에게 배치된다. 우리 같은 경우에는 개인이 일일이 오전 내내 분류작업을 해야 한다. 작업이 끝나면 점심시간이 되지만 배달 일정이 빠듯해 이동하며 김밥이나 라면같은 것으로 간단하게 때우고 제대로 먹는 것은 하루에 한끼 밖에 안된다. 노동강도가 심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라서 아무런 복지혜택도 없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우리들의 삶은 제자리 걸음도 아니고 자꾸만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울산시청 앞에 세워진 롯데택배 차량.2020.06.19© 뉴스1윤일지기자
울산시청 앞에 세워진 롯데택배 차량.2020.06.19© 뉴스1윤일지기자

그는 "휴가를 한번 가려면 대체인력을 투입해놓고 가야되는데 비용이 일당보다 훨씬 많아서 웃돈을 주고 무리를 해서 다녀와야 되니까 휴가를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일요일 하루라도 편하게 쉬려면 주중에는 밤 늦게까지 일해야 될 때도 많다"고 했다.

이어 "올해 3월 계약만료를 앞두고 롯데택배 울산지점이 남구 신정동 대리점과의 재계약 과정에서 수수료 삭감을 통보하고, 5월 28일까지 계약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약해지를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노조에 가입해 협상에 들어갔지만 사측은 6월1일자로 근로자 13명의 근무코드를 일괄 삭제했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또 "최근 서울주대리점과 남울주대리점이 통합됐는데, 이는 최근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들을 집단 해고시키기 위해 기획된 위장폐업"이라며 "명목상으로는 수수료 인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근로자들의 노조활동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롯데월드 앞에서 농성 중인 박석환 씨는 "11년 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근무환경이 변한 것이 없다. 본사에서는 '코로나19'로 물량이 늘어 우리들의 수수료가 늘었다는 단순한 논리를 들이대면서 수수료를 깎으려고 하고 있다. 노동인력은 얼마든지 많으니 불만이면 나가라는 계산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롯데택배는 타사와 달리 택배 무게와 거리와 관계없이 박스당 평균 800원을 주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측이 제공해주는 지원금 100원을 더하면 평균 900원을 받고 있는 것인데, 사측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택배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에 지원금 100원 중 50원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상대적으로 물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노동강도가 높고 기름값 등 유지비 지출도 같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박씨의 목소리는 길어지는 농성 탓인지 지쳐 있는 듯 했다.

"나같은 경우는 아이들이 다 커서 그나마 다행이다. 멀리있으니 가족들이 보고싶다. 전화통화로 서로 위로하면서 힘을내고 있다. 함께 수고하고 있는 후배들의 경우에는 자녀들도 어린데 당장 막막한 현실에 말도 못할 정도로 힘들어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덧붙여 "롯데글로벌로지스 측은 아침마다 우리 농성을 사진찍어 갈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투쟁이 길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택배 울산지점측은 "최근 서울주대리점과 남울주대리점의 통합은 노조의 주장처럼 새로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들을 집단 해고하기 위한 기획된 위장폐업이 아니다"며 "노조가 사측이 명목상으로는 시설 투자 비용 마련을 위해 택배 수수료 인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근로자들의 노조활동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헝다 '국유화' 한 이후…中경제는 이대로 망가질까?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부꾸미
제10회 청년 기업가 대회 참여모집 (-09/30)
사회안전지수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