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조 中企 만든 '투·융자 복합금융' 확대한다

#시가총액 9950억에 달하는 중소기업 천보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회사였다. 디스플레이·2차 전지 관련 화합물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기술력 등 성장성은 높았지만 초기 재무성과가 나지 않아서다. 민간 자금조달에 애를 먹던 천보에 투자자로 나선 것은 공공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었다. 중진공은 사업 확장성 등 미래 성장성을 눈여겨보고 2011년 ‘성장공유형자금’으로 10억원을 지원했다. 천보는 이 자금 지원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원받은 자금으로 연구개발(R&D)과 생산설비를 확충해 2011년 306억원이던 매출은 8년새 1353억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덕분에 벤처캐피탈(VC) 10개사의 후속투자도 유치할 수 있었다. 지난해 2월에는 코스닥시장 상장에도 성공했다.

중진공이 올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벤처기업에 성장공유형자금, 스케일업금융 등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지원을 강화한다. 정책융자가 아닌 전환사채(CB), 상환전환우선주(RCPS), 자산유동화증권(P-CBO) 등에 직접 투자해 기업의 성장을 돕는 방식이다. 특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적극 발굴·지원해 천보와 같은 K-유니콘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직접금융 지원 기업을 발굴·심사하는 기업심사센터의 기능과 역할도 대폭 보강했다.



22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진공은 올해 P-CBO를 통한 스케일업금융 지원은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2000억원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면 중간 유동화전문회사(SPC)가 인수한 뒤 P-CBO로 재발행해 중진공이 후순위 P-CBO만 매수하는 방식이다. 중진공의 후순위 P-CBO 인수로 회사채 신용도가 높아지며 민간투자자가 선·중순위 P-CBO를 매수해 정부 지원금액보다 3~4배의 자금을 조달받는 효과가 있다.


성장공유형자금도 지난해 8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 편성했다. 이미 P2P 핀테크 스타트업 ‘8퍼센트’와 동네마트 연계 플랫폼 ‘더맘마’ 등 비대면 기업에 195억원을 투자했다. 중진공에 따르면 성장공유형자금은 2008년부터 올해 4월까지 623개 기업에 5253억원을 지원했다.


중진공은 직접금융의 대상 기업 발굴·심사를 전담하는 ‘기업심사센터’도 강화했다. 지난해 처음 설치된 기업심사센터는 수익률에 우선순위를 두고 투자처를 찾는 민간 벤처캐피탈(VC),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달리 현재 재무구조가 열악해도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을 집중 발굴한다. 산업 육성을 위한 기초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업종별 산업동향 자료도 발행해 공개하고 있다.



올들어서는 기업심사센터를 의료·바이오·ICT·콘텐츠 등 ‘혁신성장분야’와 기계·화학·전기 등 ‘전통제조분야’ 2개 센터 체제로 개편했다. 담당인력은 업종별 전문가 18명이다. 중진공 관계자는 “정책자금 집행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업종별 심사인력을 확보하고 리서치 자료를 제공한다”며 “업종별로 특화된 심사인력을 확보해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학도 중진공 이사장은 “하반기부터는 잠재력·기술력 있는 신산업 기업들에 대한 성장공유형자금, 스케일업금융 등 직접금융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새로운 K-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이어달리기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