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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CEO? Yes, 이종철 메타빈스 대표(14)

머니투데이
  • 중기협력팀 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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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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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기만 할까. 순탄키만 할까... 무조건 많이 실패하라. 더 탄탄해지려면..."

이종철 메타빈스 대표/사진제공=메타빈스
이종철 메타빈스 대표/사진제공=메타빈스
'ancora imparo'(안코라 임파로)

87세의 한 화가가 '성당 천장화'를 완성한 뒤 자신의 스케치북에 쓴 글귀다. '아직도 배우고 있다'란 이탈리아어다.

그 천장화는 로마 시스틴 성당의 '천지창조'요, 노년의 화가는 세기의 천재 '미켈란젤로'다. 그는 말년의 순간까지 '아직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최고의 자신감이다.

미숙한 이들은 '모른다'는 것을 쪽팔려(?) 한다. 진짜배기 실력자는 그딴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안코라 임파로. 이종철 메타빈스 대표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 대표는 "초반에 많이 실패하라"며 "인생은 생각보다 공평하다"고 말했다.

"잘되기만 할까요. 순탄키만 할까요. 탄탄해지려면요..."

"처음에 잘나가면 나중에 초라해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잘되기만 했던 사람은 실패를 못 견디는 편이죠. 반면 초반에 자잘한 실패를 많이 하는 사람은 나중에 탄탄해집니다. 웬만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걸 힘들어 하지 않기 때문이죠. 늘 그래 왔으니까요."

이 대표는 "10년 넘게 사업하면서 실패가 많았다"면서 "사업, 인간관계 등 아직도 실패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 내가 부족했던 탓"이라며 "그래서 아직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책도 연간 100권가량은 읽으려고 한다.

Q :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인가.
A : Yes(이종철 메타빈스 대표)

이 대표는 CEO의 삶에 대해 "스스로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시간이 정말 없을 때도 있지만, 그것을 오롯이 내가 주도한다는 것이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했다.

◇CEO가 되다

강원도 영월. 첫울음을 낸 곳이다. 농사꾼의 아들로 세상과 만났다. 1979년 네 살배기가 되던 해, 식구 모두는 남동임해공업지역 가운데 하나인 울산으로 향한다. 산업화 붐이 한창이던 시절 아버지는 '농부의 삶' 대신 '노동자의 삶'을 택한 것이다.

가수가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 활동을 제대로 했다. 군대에서도 그랬다. 사단 행사 때마다 무대에 섰다. 어느 날이다. 대규모 음악축제를 앞두고 군악대장이 말한다. "이종철 상병, 노래 한번 불러 보게." 그럴싸하게 한 곡 뽑았다. "이번 축제의 피날레 무대는 이 상병이 맡도록!"

꿈인가 생신가. 서울에서 열리는 큰 음악회다. '피날레를 맡다니' 밤잠을 설치며 뒤설렜다. 하루는 뜬금없는 얘기가 들린다. 피날레 주인공이 바뀌었단다. 실망, 절망, 충격... 그놈(?)은 기막히게 노래하는 녀석이었다. She's Gone(쉬즈 곤) 정도는 우습게 불러댄다. '세상엔 뛰어난 인간이 참 많구나. 노래로는 안 되겠다.'

제대 후 재수했고, 대학에 갔다. 컴퓨터와 경영학을 전공했다. 데이터베이스(DB) 분야를 깊이 팠다. 그 덕에 졸업 전 대검찰청 컴퓨터 범죄수사센터 수사관들에게 DB 압수수색 강의도 했다.

2004년 7월 첫 직장. 주요 업무는 DB 관리. 부푼 꿈을 안고 국내 최대 신용카드사에 입사했지만 기대 이하였다. 대기업 특유의 문화와 상명하복 수직적 관계가 내키지 않았다. 선배들은 거창한 미션과 비전을 앞세우고 연신 "혁신, 혁신"을 외쳐댔지만, 당최 혁신은 어데 있는 건지. 부서 이기주의로 똘똘 뭉쳤고, 모두 이해관계만 따졌다. 선배에게 의견을 내도 조인트만 까인다. 자연스레 충성심도 사그라들었다. 입사 5년차. '직장인은 내 길이 아니구나.’

퇴사하면 할 일은 있었다. 친구가 미술품 딜러였다. 유명 작가의 그림을 매입한 뒤 되파는 일을 했다. 부업 삼아 친구에게 종잣돈을 투자했는데 쏠쏠했다. '괜찮은 아이템인 걸.' 생각만 하고 있던 터였다.

전업으로 뛰어들면 잘될 것 같았다. 친구는 "화랑, 미술가 등 모든 채널을 마련했다"고 큰소리쳤다. 2009년 3월 사직서를 냈다. 친구의 말과 달랐다. 맨땅에 헤딩만 했다.

순탄키만 할까.

그러던 중 가까운 지인이 그런다. "바리스타를 양성하는 커피 아카데미 사업, 같이 할래?" 경력 6년 차 바리스타였다. 둘도 없는, 막역한 지인이다. 교육 사업은 없는 돈으로 시작하기에도 '딱'이었다. 커피에 '커'자도 몰랐지만, 지인만 믿었다. "같이 하자."

2009년 4월 경복궁 서쪽 서촌에 커피 아카데미를 오픈한다. 그렇게 CEO가 됐다. 인근에 33㎡(10평) 남짓의 카페도 열었다. 교육도, 카페 운영도 지인에게 맡겼다.

잘됐다. 오전 7시30분 수업부터 밤 11시까지 수강생이 몰렸다. 뜻밖의 일거리도 생겼다. 바리스타 교육을 하다 보니 교육생 대부분이 예비 창업자였던 것이다. 카드사에서 DB를 관리했기에 상권 분석과 업종 분석이 가능했다. 창업 컨설팅 비즈니스가 덤으로 펼쳐진 셈이다. 순풍에 돛 단 듯, 몇 해가 흘렀다.

잘되기만 할까.

어느 순간 하향 길에 들어서 있었다. 서촌이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할 무렵 그곳에서 밀려났다. 돌이켜 보면 지인들로 얽힌 조직 속에서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2014년 재기를 위해 서대문구 홍제동에 다시 둥지를 튼다. 커피 로스팅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 로스팅 교육을 병행했다. 로스팅을 하면서는 의외의 이슈가 생긴다. 연기와 냄새 등으로 민원이 발생한 것이다.

"두통 때문에 죽겠다. 잠도 못 자겠다. 목 따갑다. 눈 아프다."
"하지마라고 했는데, 왜 자꾸 이러느냐."

할머니, 할아버지 등 지역 주민들이 맨날 찾아와 지키고 섰다. 로스터들은 "더 이상은 커피를 볶지 못 하겠다"고 했다. 불안한 심리로 로스팅을 하니 커피 맛까지 변했다.

연기와 냄새를 없앨 '로스팅 제연기'를 들이기로 했다. 너무 비쌌다. 알음알음으로 A업체를 찾아갔다. '로스팅용 제연기'가 아니라 주로 소규모 공장에 쓰이는, 대기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집진기'였다.

보통 로스팅 제연기는 연기·냄새 등을 고온으로 태우는 방식이지만 A업체 집진기는 정전기로 오염물질을 포집하는 전기 집진 기술이 들어간 제품이었다. 해외 기술 사례를 들여다봤다. 해당 기술이 로스팅 제연기에도 쓰이고 있었다. '됐다. 이걸 사면 되겠다.'

근데 A업체 사장이 "싸게 주겠다"고 한다. 문제는, 아니 횡재인가. 생각보다 많이 쌌다. 주판알을 튀겼다. '헉, 이것 봐라. 내가 직접 영업해서 팔면 절반 이상은 남겠는걸.'

"사장님, 제가 직접 이걸 팔아볼테니, 물건 좀 대줄 수 있습니까."
"그러시게."

제품을 구매하러 갔다가 난데없이 A업체 영업맨이 된 셈이다. A업체 제품을 '로스팅 제연기'로 응용해 마케팅했다. 잘 나갔다. 기존 '로스팅 제연기'보다 싸니까 잘 팔렸다.

잘되기만 할까.

하루는 A업체 사장이 이런다. "더 이상 물건을 줄 수 없네." 뜻밖의 곳으로 판매되는 걸 보고 욕심 났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업체는 '로스팅 제연기'로 직접 영업에 나섰다.

다른 업체를 찾았다. 이번엔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달라고 했다. 공식 판매처 자격으로 제품을 받아야 A업체처럼 쉽게 변심하는 일이 없으리라 여겼다.

그리하기로 하고 영업을 본격화했다. 커피 시장뿐 아니라 고깃집·치킨집·음식점 등으로 타깃을 확대했다. 제품은 마구 들어갔다. 그러자 ODM 업체가 또 변심한다. 엉뚱하게 요식업계로 팔려나가니 역시나 직접 영업 조직을 꾸렸다. 그렇게 ODM 업체가 3번이나 바뀌었다.

2019년 2월 법인을 섭립하면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제조에 직접 뛰어든 까닭이다. '전기집진기'(제연기)를 개발, 생산하는 환경 스타트업 메타빈스는 이렇게 탄생했다. '연기 잡는 형제들'이란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악취를 해결하는 '고성능 탄소섬유필터'도 개발했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장비 구입 부담을 덜어주고자 렌털 서비스를 내놓고 시장 저변을 확대하는 중이다.

◇중기청원

현재 정부의 창업 정책 방향은 고용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청년이나 여성, 장애인 위주의 창업 지원인 것 같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창업은 고용 창출로 연결 짓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고 실패해도 쉽게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 이를 위해 △사업 도전 경력 △창업 후 사업수행 가능성 △도덕성 및 기업가 정신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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