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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기업경영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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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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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이다."

최근 강원도 지역에 한창 바이오 관련 공장을 짓고 있는 후배에게서 들은 바이오 사업의 리스크에 대한 얘기다.

그는 사업이란 미래의 꿈을 하나하나 현실로 만들어 가는 것인데, 성공하면 '사업가'고, 실패하면 '사기꾼'이 되는 것이 '바이오 사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패가 쉽게 용인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선 항상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게 기업가의 신세라고도 했다. 헛디뎌 담장 오른쪽으로 떨어지면 바로 교도소행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실패의 경험이 밑거름이 되고, 훈장이 되는 미국식 벤처 시스템을 그는 부러워했다.

사실 이런 얘기를 그 후배로부터 처음 들은 것은 아니다. 지금은 한국 바이오산업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에게서도 비슷한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었다.

처음 들었던 것은 11년 전 그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09년 제주하계포럼의 연사로 참석했을 때다.

그는 대우그룹이 무너진 후 회사를 나와 세 번의 극단적 상황을 넘기고서야 사장이 될 수 있었다며,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그의 꿈에 대해 처음에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고 소회했다.

그리고 2002년 회사를 설립한 후 7년 4개월만에 시가총액 1조8000억 원의 회사를 만들고 대중 앞에 서서 기업가로서 자신 있게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자신을 '사기꾼'으로 몰며 시장의 불신을 조장한 공매도 세력(?)과 싸우던 그와 그 강연 2년 후에도 두 차례 만나 인터뷰를 했었다.

그는 "사업 시작 후 7년간 3000억 원 정도를 투자했고,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데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며 "그때까지 매출은 '0'이었는데, 바이오 분야에서는 짧게는 5년, 길면 10년을 지켜볼 수 있는 인내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2009년 시가총액 1조 8000억원의 성공한 CEO로 연사로 나섰던 그의 회사는 11년이 지난 지금 공매도 세력을 이겨내고 시가총액이 당시보다 2300% 가량 늘어 약 43조원의 회사가 됐다.

게다가 시가총액 약 17조원의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약 5조원인 셀트리온제약도 두고 있다. 2002년 죽기를 각오하고 사업을 시작한 후 열여덟 해 만에 '성공한 기업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성과를 이룬 것이다.

바이오사업은 10년을 투자해 임상 3상에서 실패하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비즈니스다. 성공하면 영웅이고, 실패하면 한순간에 '사기꾼'으로 전락할 수 있는 비즈니스 중 제일 앞에 서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누구도 기업의 미래가치를 쉽게, 그리고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들다. 그런 이유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세상에서 합의된 툴(합병 비율 계산법)로 합리성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그게 '그 세계의 룰(법)'이다.

기업의 가치라는 것(자산, 이익, 미래가치 등)은 제각각이다. 세계적인 투자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이나 손정의 회장도 기업의 가치나 미래를 쉽게 단정짓지 못한다.

일례로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도 지난 1분기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497억달러(약 60조 84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손정의 회장이 이끌던 소프트뱅크도 같은 기간 15조원의 영억적자를 봤다.

그들의 실패는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며, 누구나 실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담보해주지 않으며, 누구도 기업의 가치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가는 단지 성공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모든 기업은 마찬가지다.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하는 주장은 현재 시가총액(약 54조원)이 당시 평가보다 3배가량 높아진 상황에서 틀린 것이었다는 게 이제 입증됐다.

앞으로도 기업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업가는 더 노력할 뿐이다. 시가총액이 다시 떨어지면 그 때 또 단죄하려들 것인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과 성과에 대한 결과를 형법으로 단죄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된다면 1분기에 60조원을 잃은 워렌 버핏도 한국에서는 처벌대상이 될지 모를 일이다.

담장 위에서 떨어지지 않게 잘 걸어가는 수밖에 없는 게 한국 기업가의 현실이다. 또 담장에서 떨어지더라도 그 옆이 교도소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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