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옷 입지마" "얘 누구야"…다 사랑해서 그런줄 알았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대학생 임민지씨(22·가명)는 평소 남자친구 박준영씨(24·가명)의 심한 간섭을 받아왔다. 짧은 치마를 입으면 "그 옷 입지 말랬잖아"하고 나무랐고, 휴대폰을 확인하며 "이 남자 누구야?"하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임씨는 "사랑하니까 그런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데이트폭력이란 걸 알았다"고 했다.

데이트폭력 신고가 지난해 기준 2만여건(경찰청 통계)에 육박하지만, 여전히 어떤 게 데이트폭력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이들이 다수인 실정이다.

신체적인 것만 '데이트폭력'? 언어·정서적인 것 다 포함

데이트폭력이란, 데이트 관계서 생기는 언어·정서·경제·성적·신체적 폭력을 모두 의미한다. 흔히 신체적인 폭력만 데이트폭력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우선 '통제'다. 누구와 함께 있는지 항상 확인하고, 옷차림을 제한하는 등 행위다. 또 내가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만두게 하거나, 일정을 통제하고 간섭하는 것, 휴대폰·이메일·SNS를 자주 점검하는 것 또한 모두 데이트폭력에 속한다.

그 다음은 언어·정서적인 폭력이다. 욕을 하고 모욕적인 말을 하고 소리지르는 것까진 인지할 수 있는 범위다. 그 뿐 아니라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너 때문이야"라고 탓한다거나, 마치 형편 없는 사람인 것처럼 비난하는 것까지 다 포함된다.

신체적인 데이트폭력은 팔목이나 몸을 힘껏 움켜쥐는 것, 세게 밀치는 것, 팔을 비틀거나 머리채를 잡는 것, 폭행, 뺨을 때리는 것 등이다. 성적 데이트폭력은 원치 않는데 몸을 만지고 애무를 하거나, 섹스를 강요하고, 의사·기분과 상관 없이 키스를 하는 행위다.

증거 모아두고, 안전 위협시 112신고 및 상담소 도움 받아야

데이트폭력이 발생했을 땐 증거를 모아둬야 한다. 당장 사법제도를 이용치 않아도, 나중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몸에 멍이나 상처가 있는 경우엔 사진을 찍고, 병원에 가선 데이트폭력으로 생긴 상처임을 밝히고 상해진단서를 발급 받도록 한다.

상대방이 폭력을 저지른 날짜, 시간, 장소,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육하원칙에 따라 자세히 기록해둔다.

폭력의 흔적(부서진 물건 등)을 찍은 사진, 동영상, 문자나 메일, 통화나 대화 녹음, 연락 기록 등도 잘 저장해둬야 한다. 주변인에게 폭력피해를 호소한 기록도 증거가 될 수 있다. 특히 CCTV 영상은 삭제될 수 있으니, 빠른 시일 내 확보해야 한다.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라 판단되면 반드시 112에 신고해야 한다.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오랜 기간 폭력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서다. '때리는 것 빼면 참 괜찮은 사람'이란 그릇된 믿음도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112 신고와 함께, 상담소에 도움을 청해야 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