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지휘권 발동에 '백척간두' 윤석열…어떤 결단할까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위)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DB) 2020.7.2/뉴스1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소집을 결정한 '검언유착 의혹' 사건 관련 전문수사자문단(자문단) 절차 중단과 수사팀의 수사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수사지휘를 내리며 윤 총장이 어떤 입장을 낼지 주목된다.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지휘는 2005년 천정배 전 장관 이후 처음이다. 당시 천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불구속 수사하라는 지휘를 내리자 김 총장은 지휘를 수용하고 사직했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총장 사퇴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 사례에 비춰 보면 윤 총장 거취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검은 2일 긴급 부장회의를 소집해 대응을 고심 중이다. 늦게까지 논의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날 중 공식입장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검찰 내부에선 우선 지켜보자는 반응이 있다. 장관의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이 전례를 찾기 힘든데다 전날(1일) 추 장관이 '결단'을 언급한 뒤로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했던 일이어서다. 천 전 장관 때와 이번 지휘의 차이점도 있다.


재경지검 A검사는 "(이번) 장관 지휘권 발동이 왜 사퇴와 관련된 얘기냐"며 "그때그때 사정이 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 교수 사건에선 수사팀이 구속수사 의견을 낸 것을 김종빈 총장이 받아들였으나, 천정배 장관이 불구속 수사 지휘를 내렸다. 당시 김 총장은 장관 지휘를 받아들였으나 검찰 중립성 훼손을 이유로 지휘권 발동 이틀만에 물러났다.

반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자문단 소집을 두고 윤 총장과 일부 대검 참모진,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간 이견으로 검찰 내 잡음이 일었다.

또 천 장관 당시엔 사건 관련 신병처리에 변화를 주는 지휘권 발동이었으나, 추 장관은 신병처리나 사건 처분과는 무관하게 의사결정 절차에 한해 내린 지휘고 검찰 내부 갈등 정리라는 명분도 띤다.

일선에서는 추 장관 지휘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제기된다.

대검 감찰과장을 지낸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54·사법연수원 31기)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검언유착'과 '권언유착'으로 나뉘고, 수사과정을 바라보는 시각도 '검찰총장의 측근 감싸기'와 '수사팀의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수사'로 나뉜다며 "양쪽 모두의 우려를 불식하는 지휘를 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정 부장검사는 "총장의 수사지휘권 배제를 지휘한다면, 당연히 현 수사팀의 불공정 편파 우려를 막기 위해 다른 수사팀이 수사토록 지휘해야 한다"며 "장관 지휘가 자칫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검사들에게 매우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철완 부산고검 검사(48·27기)는 이 글에 검사의 이의제기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7조2항을 언급하며 "총장이 이번 지휘가 위법,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의견을 개진하고 적정한 지휘를 재요청할 수 있다"는 답글을 달았다.

김수현 부산지검 형사1부장검사(50·30기)는 "자문단 소집이라는 수사과정상 의견수렴 절차에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미치는지 여부는 논의 여지가 있으니 일단 접어두더라도, 최근 사태에 비춰 이번 수사지휘는 부당하고 부적절하다"고 철회를 촉구했다.

추 장관이 이 사건 성격을 '현직 검사장이 기자와 공모한 검언유착'이라고 사실상 단정하고 있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사실상 수사 결론을 정해놓고 예정된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 상황을 임기제 총장을 끌어내리려는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것이라면 그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2013년 채동욱 전 총장에 대한 치졸한 끌어내리기 시도가 다시 반복되는 것 같아 참담한 심정"이라고도 했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의 사의 표명이 불가피하단 분석도 나온다.

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윤 총장이 사표를 내지 않으면 법무장관 지휘권 발동을 수용한 첫 총장이라는 치욕스런 선례를 남기는 것이고, 어차피 자리를 유지해도 전혀 역할을 할 수 없는 식물총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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