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지뢰 밟는다"…떨고 있는 홍콩 기업들

"의심스러울 때는 (홍콩에) 중국 본토 기관이 설립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홍콩의 친중 정당 신민당 상무부주석 겸 유명 브랜드 G2000 대표인 톈베이천)

지난 1일 홍콩국가보안법 반대 집회에서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홍콩독립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AFP

홍콩국가보안법 시행에 따라 홍콩 기업인들 사이에서 당분간 몸을 사려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홍콩상공회의소는 최근 홍콩보안법 내용이 모호해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여기에는 외국인도 예외가 아닌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차우 홍콩 중소기업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들은 새로운 규칙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지뢰를 밟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30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통과한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 등 총 4개의 범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홍콩 내 138만개 등록기업에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이를 위반한 회사나 조직은 영업 정지나 사업 허가 철회가 가능하고,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여기에 홍콩에 있는 기업 대부분이 외국 기업들과 교류하고 있는 만큼 보안법이 홍콩을 넘어서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홍콩에는 138만개 기업이 있으며 홍콩을 지역본부로 둔 해외 기업은 15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넷 팡 변호사는 "홍콩 내 많은 기업들이 해외 법인과 거래하고 있기 때문에 홍콩보안법의 '외국인 요인'이 좀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이 어떤 법적 함정에 빠질지 현재로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변호사는 홍콩보안법 32조를 인용해 "기업들이 기부를 하거나 다른 기관에 재정 지원을 할 때에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자금 지원자가 곤경에 처할지 여부는 법이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홍콩보안법 32조는 불법적 금융 지원이나 이득 및 보상, 펀드 등에 사용된 자금을 포함해 이 법에서 정한 범죄에 따라 얻은 수익은 모두 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의 해외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홍콩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가 최근 홍콩 내 미국 기업 등 18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0%가 홍콩보안법 시행에 따라 기업을 홍콩 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홍콩 주재 미 상공회의소는 "홍콩 정부에게 홍콩보안법을 해석하고 이행하는 방법과 미국의 사업 운영·투자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명확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 정부는 이미 제재에 대해 검토를 해왔으며 이에 대한 심리적인 준비가 돼 있다"며 "홍콩보안법이 홍콩의 금융 허브 지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