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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기업과 노조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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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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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07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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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기업과 노조와 정치
기업의 성공에는 사회적 안정이 긴요한데 이는 정치의 역할이다. 사회적 안정이 가져오는 자본유치와 생산력 증가는 경제지표와 세수로 이어진다. 2019년 64대 그룹 전체 매출액은 1617조원으로 우리나라 명목 GDP(국내총생산) 1919조원의 84.3%였다. 2018년의 경우 10대 그룹 상장사가 법인세로 39조원을 냈다.
 
1960~70년대 개발독재 시대에는 기업과 정권이 일종의 파트너 관계였다. 갑과 을은 분명했지만 갑도 을에 의존했다. 1980년대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정권이 일방적으로 완력을 행사하는 순수한 갑이었다. 1990년대에 민주화가 이루어질 당시 대기업의 소유구조에서 오너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대로 낮아졌고 노동조합의 파워가 커졌다. 노조는 정치와 기업을 잇는 연결고리지만 고용안정에 역점을 두었기 때문에 회사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같은 문제에는 소극적이었고 그 빈자리를 시민단체들이 메꿨다.
 
그러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는다. 정치-관료-은행-기업-노조가 비효율적 사슬로 엮여 있던 것이 드러났다. 한 대기업은 부채비율이 3000% 넘었다. 위기를 수습한 김대중정부는 정치적 역량을 결집해서 직접 산업구조를 조정했다. 그 과정에서 상전벽해와 같은 제도개혁이 이루어졌고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선진화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서구에서 최소한 100년 이상 걸린 일이 한국에서는 40년 만에 이루어졌다.
 
자본시장과 기업지배구조는 몇몇 사고를 겪으면서도 착실히 개선됐다. 그러다 보수정권의 등장과 함께 잠시 퇴행적이 된다. 그 정점이 2016년 일어난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이다. 기업과 정치의 관계가 다시 드러났다. 이 사건은 두 개의 결정적 장면을 연출했다.
 
첫째가 2016년 말 국회 청문회다. 재벌 총수들이 국회에 불려 나와 전 국민 앞에 선 전대미문의 일이다. 여기서 LG 구본무 회장은 국회가 법으로 정경유착을 막아달라고까지 발언했고 청문회는 오랜 세월 시달린 정치의 압력에서 기업이 공개적으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정치의 위법한 기업 압박은 없다. 동시에 삼성이 전경련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 전경련이 사실상 해체됐다. 전경련은 오랜 세월 정치와 자본의 관계를 조절하는 특수한 역할을 수행했다.
 
둘째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끌어낸 2020년 5월6일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다. 추후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으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공언이 이루어졌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결과적으로 정치와 기업과 노동계의 역학관계를 조정하는 특이한 기구가 되었다. 이제 디지털 삼성이 중후장대 시절의 현대가 간 길을 따라 갈까.
 
미국의 경우 노조가입률이 10%에 그쳐 노동운동은 사실상 종식됐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지난 100년간 적립한 5조달러 규모의 각종 연금이 대형 기관투자자로 성장했다. 노동운동이 거대한 자본을 남기고 퇴장한 것이다. 데이비드 웨버 교수가 말하는 ‘노동의 자본화’다. 이들은 행동주의 주주들과 손잡고 주로 단기적 이익을 위해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연금의 투자실적은 입사 때부터 이미 중요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재직 시 이익과 은퇴 후 이익이 이론상 충돌하는 문제도 생겼다.
 
다시 정치다. 대기업들이 변했고 국내 최대 사업장 삼성도 변할 것이라고 한다. 정치권은 안정적으로 성장할 공정사회를 법률로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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