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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플라톤 "수호자는 집을 소유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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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07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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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전 시민 가운데 그들(수호자)만이 금과 은을 다루거나 만져서는 안되네. 그래야 그들 자신도 안전하고, 국가도 안전할 것이네. 그들이 일단 토지와 집과 돈을 사유하기 시작하면, 수호자가 되는 대신 재산 관리인과 농부가 될 것이며, 다른 시민들의 협력자에서 적대적 주인으로 바뀔 것이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저서 '국가'에서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밝힌 국가를 운영하는 수호자(정치인, 행정관료, 군인)가 갖춰야 할 덕목 중 일부다.

플라톤이 꿈꾸던 '이데아'(이상세계)에서 국가를 경영하는 수호자는 가족과 사유재산을 갖는 것을 금지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도록 자격을 엄격히 제한했다. 필요한 만큼 충분히 주되 연말에는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도록 해 '사유'를 금했다.

2500여년전 성현의 지적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용되는 것을 보면,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공고하며, 쉽게 바뀌지 않는지를 알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공직자의 수도권 다주택 매각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지난해 12월 16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수도권 다주택자'일 경우 1채만 남기고 6개월 내 매각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여전히 비서관급 이상 12명은 꿈쩍하지 않았고, 급기야 지난 2일 노 실장이 다시 강제매각을 권고했다.(노 실장은 수도권 다주택 대상은 아니지만, 강남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공무원이라도 헌법23조에 보장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래서 모든 공직자의 재산사유를 금하지 않고 있고, 플라톤의 이데아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사유재산 중 특히 토지의 경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개념'의 성격이 짙은 자산이다. 식량을 생산하고, 안정적인 주거를 할 수 있는 '토지'라는 자산이 지구 위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구약성경(레위기)에도 일곱번째 안식년을 보낸 다음해인 희년(50년)에는 원래 열두지파에 나눠줬던 토지의 초기 상태로 되돌리도록 기록돼 있다.

50년 동안 자산관리에 부침이 있어서 어느 쪽이 더 가지고, 덜 가지는 상태가 되더라도, 희년이 되면 토지를 원상태로 리셋(다시 시작)하라는 공개념이 기원전에도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정된 자원의 편중을 막아 갈등을 없애겠다는 뜻이리라.

더 나아가 플라톤이 꿈꾸던 이상사회에선 한정된 자원에 대해 정책을 만들고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수호자들은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재산의 사유화'를 금지했던 것이다.

오늘날에야 사유재산을 금할 수 없지만, 일반 국민이 아니라 나라의 정책을 펼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정보의 비대칭성'면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졌다는 점에서 노실장이 언급한 것처럼 수도권에 집 1채만 가지라는 게 무리한 요구는 아닌 듯하다.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우리 사회에 불평등이 심화되는 이유는 문명화로 인한 정치 제도의 도입 때문이라고 저서 '인간불평등 기원론'에서 지적한 바 있다.

인간은 원시 자연상태에서 모두가 평등했으나, 사유재산제도가 도입되고 '수호자'에게 유리하게 분배의 법칙이 만들어지면서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게 루소의 생각이다.

룰을 정하는 수호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룰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는 것.

그런 측면에서 부동산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청와대, 국회,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주무부처의 공직자(수호자)들은 공정한 관찰자의 위치에서 '룰이 공정하게' 만들어지도록 이해에서 멀어져야 한다. 헌법 7조에서 공무원의 신분을 법률로 보호하도록 했듯, 공무원에 대해 소유를 제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민들의 피땀으로 이뤄진 그 길 위에서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이용해 부를 늘리는 것은 안될 일이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재산제도의 토대 위에서도 2500여년 전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말한 수호자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인간은 자기보존본능을 가진 이기적 존재여서 생존을 위해 자신에 이어 후손에게까지 부를 물려주는 것을 꿈꾼다. 그러나 무리한 꿈은 위기만을 앞당길 뿐이다.

소크라테스는 "그들(사유재산을 가진 수호자들)은 미움받으며, 음모를 꾸미고 음모의 대상이 되며, 외부의 적들보다 내부의 적들을 훨씬 더 두려워하며 한 평생을 보낼 것이네. 그리하여 그들 자신도, 국가 전체도 임박한 파멸을 향해 재빨리 내달을 것이네"라고 경고했다.

중국 법가 철학자 한비자도 "나라의 곳간은 비었는데, 관리의 배가 부르면 그 나라는 망하는 길로 간다"고 했다. 여야 할 것 없이 나라의 녹을 먹는 '공복(公僕)'들이 새겨들어야 할 얘기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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