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건 메시지 '힘 빼기'…연속 '대화 거부' 담화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모습. 2019.12.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북한이 두 개의 담화를 연이어 발표하며 미국과의 '대화 거부'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7일 방한이 예정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메시지에 대한 주목도를 낮추려는 '힘 빼기' 전략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북한의 대미 채널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루어 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라며 비건 부장관의 방한 예정 소식과 함께 불거진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도 이날 담화를 내고 최 제1부상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권 국장은 담화를 통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가 '미국이 행동하라는 메시지'이자 요구라는 것은 아전인수"라며 "다시 한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두 번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입장에 따라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최 제1부상은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 놓고 있다"라며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또 미국의 대북 메시지가 나오기도 전에 북미 대화의 확실한 선을 그어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을 가동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미 입장 정리를 마친 만큼 향후 비건 부장관이 내놓을 메시지의 파급력이 그만큼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운데)의 모습. 2019.12.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한편 현지시간으로 6일 미 국무부는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알리는 공식 성명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언급하며 '대북 메시지'를 낼 것을 시사했다. 미국은 2018년 싱가포르 회담 이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서 FFVD로 대북 비핵화 협상 원칙을 굳힌 바 있다.

그동안 고수해온 CVID가 완전화 비핵화 전에는 보상은 없다는 식이었다면, FFVD는 비핵화의 핵심인 '검증'이라는 성과를 앞세워 후속 협상을 이어나가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돼있다.

다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FFVD를 더 논의할 수 없는 협상의 개념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후 '새로운 계산법' 등을 언급하는 등 기존 협상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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