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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일리시 같은, 판소리 랩의 이날치 “매순간 100%씩 쥐어 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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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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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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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판소리+팝 밴드’ 이날치…보컬 4명, 베이스 2명 특이한 구성, 무계획 실험이 의미 있는 성과로

판소리와 록밴드 구성으로 뭉친 얼터너티브 팝밴드 '이날치'. 판소리로 세련된 힙합 못지 않은 소리와 색깔을 드러내는 이들 7명(보컬팀 4명+연주팀 3명)은 '조선 랩'의 가장 진화한 형태로 젊은 세대를 열광시키고 있다. 왼쪽부터 장영규(베이스, 음악감독), 정중엽(베이스), 이철희(드럼), 안이호·이나래·권송희·신유진(이상 소리꾼). /사진=김휘선 기자
판소리와 록밴드 구성으로 뭉친 얼터너티브 팝밴드 '이날치'. 판소리로 세련된 힙합 못지 않은 소리와 색깔을 드러내는 이들 7명(보컬팀 4명+연주팀 3명)은 '조선 랩'의 가장 진화한 형태로 젊은 세대를 열광시키고 있다. 왼쪽부터 장영규(베이스, 음악감독), 정중엽(베이스), 이철희(드럼), 안이호·이나래·권송희·신유진(이상 소리꾼). /사진=김휘선 기자
빌리 아일리시의 ‘배드 가이’ 같은 세련된 그루브(groove·리듬감)를 한국 판소리에서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 판소리가 주는 흥이 그간 촌스러웠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런 식의 변용이 주는 훌륭한 리듬감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충격적’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결성된 얼터너티브 팝밴드 이날치 얘기다. 이날치는 조선 후기 판소리 명창을 일컫는데, 전통의 노래와 현대적 연주가 결합해 ‘얼터너티브 팝’의 모양새가 됐다. 이들이 최근 내놓은 음반 ‘수궁가’는 한국판 빌리 아일리시 음반 같다.

우선 스토리를 품고 두 배속으로 빨라지는 판소리가 랩의 흐름과 비슷하고 멜로디보다 리듬 위주의 사운드를 통해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하는 그루브도 그렇다. 차이가 있다면 팀의 구성과 자기 색깔을 또렷이 갖춘 ‘가창의 세계’다.

이날치는 일반 그룹과 다르게, 프로젝트 팀으로 꾸려졌다. 다시 말하면, 팀 구성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보장도 없다는 얘기다. 물 흘러가는 대로 두는 ‘무계획의 계획’이 이들이 정의하는 정체성이다.

이날치는 보컬팀 4명(안이호, 권송희, 이나래, 신유진), 밴드팀 3명(장영규·정중엽<베이스>, 이철희<드럼>) 모두 7명이다. 한 팀에 보컬이 4명인 것도 특이한데, 밴드 구성에서 베이스가 2명인 것은 더 생경하다. 이런 구성으로 만든 음악들은 유튜브에서 소위 ‘난리’가 났다.

‘첫 마디부터 귀를 잡아끄는 가창’, ‘한국 음악인가 흑인 음악인가’ 같은 높은 음악적 수준을 칭찬하는 댓글이 대부분이다. ‘조선 클럽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판소리의 세련미와 중독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얼터너티브 팝밴드 '이날치'의 소리꾼들. 왼쪽부터 안이호, 이나래, 권송희, 신유진. /사진=김휘선 기자
얼터너티브 팝밴드 '이날치'의 소리꾼들. 왼쪽부터 안이호, 이나래, 권송희, 신유진. /사진=김휘선 기자

타이틀곡 ‘범 내려온다’는 유튜브 조회수 200만회에 육박한다. 이 곡은 특히 가창, 연주뿐 아니라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꾸리는 춤, 단순하지만 신비로운 무대 비주얼 등 여러 배경 장치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

국악을 주재료로 현대 대중음악에서 날 선 화제를 연일 뿌리는 이들을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팀을 이끄는 리더는 장영규(베이스, 프로듀서) 음악 감독이다. 장 감독은 소리꾼 안이호와 2007년부터 맺은 인연으로 ‘거대 보컬’팀을 꾸릴 수 있었다. 오로지 ‘재미있는’ 무언가를 하자는 계획만 갖고 무계획으로 덤빈 장 감독의 실험은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여럿이 부르는 창극의 형태가 더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해 본 거예요. 기존에 하지 않던 방식이긴 하지만.”(장영규) “4명의 소리꾼이 서양 음악처럼 화성을 쌓거나 코러스로 참여하지 않거든요. 그 자체가 되게 새로운 시도고 재미있는 실험이었어요.”(안이호)

보컬은 4명이지만, 이마저도 빠듯하다. “원래 5명이었는데, 한 명 줄어서 4명이 됐어요. 보컬을 혼자 하면 호흡을 조절할 여력이 생기는데, 우리 4명은 짧게 핑퐁처럼 주고받으면서 매번 100% 세게 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 숨 쉴 시간조차 없어요.(웃음)”(이나래)

2배속 판소리를 듣다 보면 영어가 혀에서 녹다 말다 튀어나오는 랩을 듣는 듯 독특한 감상의 미학과 만난다. 소리꾼 권송희는 “서양의 그루브와 달라도 이야기 전달은 비슷해서 그럴 것”이라고 했고 소리꾼 신유진은 “우리가 원래 하던 판소리를 빠른 속도와 비트에 맞춰 부르는 것이어서 독특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얼터너티브 팝밴드 '이날치' 연주팀. 왼쪽부터 정중엽(베이스), 장영규(베이스, 음악감독), 이철희(드럼). /사진=김휘선 기자<br />
얼터너티브 팝밴드 '이날치' 연주팀. 왼쪽부터 정중엽(베이스), 장영규(베이스, 음악감독), 이철희(드럼). /사진=김휘선 기자

악기 구성도 ‘튀기는’ 마찬가지. 장 감독은 장기하와얼굴들 출신의 베이시스트 정중엽에게 “같이 작업하자”고 제의했다. 정중엽이 “기타와 베이스 둘 다 가능한데, 뭘 할까요?” 했더니, 장 감독이 “베이스가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하면서 두 대의 베이스가 탄생했다. 결국 두 대의 베이스와 드럼은 판소리의 고수 역할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셈이 됐다.

‘범 내려온다’가 대중의 귀를 단박에 사로잡는 비결에는 스윙 같은 그루브 강한 재즈 리듬을 듣는 듯한 착각을 빼놓을 수 없다.

“기본 4분의 4박자 스트레이트 리듬을 썼는데, 이 기본 박자에 판소리를 얹으면 마치 8분의 12박자 같은 느낌으로 들리거든요. 그게 스윙처럼 들릴 수 있는 효과가 있어요. 판소리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작지만 깊은 미학들이죠.”(정중엽)

장 감독은 곡을 꾸릴 때 ‘구조’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범 내려온다’ 같은 짧은 구절을 5분 이상 끌고 갈 수 있는 힘은 악기 간의 연결, 소리꾼과의 협업과 분업, 기승전결의 배치 같은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

‘약성가’ 같은 곡에서 그가 부린 구조의 미학은 절제와 균형 속 역동이다. 4명의 보컬은 튀지 않고 가라앉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두 대의 베이스는 그 사이를 파고들어 보컬을 받치는 ‘리듬 도움’이 아니라, 의미 있는 멜로디의 선명한 한 축으로 도약한다. 이날치의 대부분 곡들이 이렇게 정답 없는 실험으로 재구조화해 미지의 세계를 구축하는 식이다.

“‘어어부프로젝트’를 할 땐 현재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던져 서로 ‘동화’하는 느낌을 공유했다면, 지금은 과거 이야기인 수궁가 스토리보다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연대’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요. 그렇게 같이 즐기는 가장 손쉬운 재료가 춤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전통 음악은 즐길 수 없는 음악이라는 편견에서도 벗어나고 싶었고요.”(장영규)

판소리와 록밴드 구성으로 뭉친 얼터너티브 팝밴드 '이날치'. 이들의 인기와 성과는 독특한 실험의 노래와 연주, 감각적인 춤과 비주얼의 합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왼쪽부터 신유진(소리꾼), 장영규(베이스, 음악감독), 권송희(소리꾼), 안이호(소리꾼), 강민경(비주얼 아트디렉터), 정중엽(베이스), 이철희(드럼), 이나래(소리꾼). /사진=김휘선 기자<br />
판소리와 록밴드 구성으로 뭉친 얼터너티브 팝밴드 '이날치'. 이들의 인기와 성과는 독특한 실험의 노래와 연주, 감각적인 춤과 비주얼의 합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왼쪽부터 신유진(소리꾼), 장영규(베이스, 음악감독), 권송희(소리꾼), 안이호(소리꾼), 강민경(비주얼 아트디렉터), 정중엽(베이스), 이철희(드럼), 이나래(소리꾼). /사진=김휘선 기자

이날치의 음악이 더 신선하고 놀라운 것은 단순히 노래와 악기로 엮인 주요 구성품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를 뮤직비디오로 ‘어떻게’ 담아내고 ‘얼마나’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영상 감각도 중요한 잣대로 여긴다.

이날치 곡의 뮤직비디오를 대부분 만든 오레오 스튜디오 강민경 아트디렉터는 “처음엔 뮤비가 아닌 아트워크 필름으로 접근했다. 노래 자체가 독특해서 이를 2D 기반의 평면 작업을 수없이 연결해 스토리를 만든 작업이 많다”며 “무엇보다 전통이나 한국적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비주얼로 언급되고 싶지 않아 호기심과 이미지적으로 실험해 어느 나라의 노래인지 모르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이날치는 오는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2020 여우락 페스티벌' 일환으로 ‘수궁가’ 전곡을 무관중으로 생중계한다. 조선 후기 명창 이날치가 ‘새타령’을 부르면 새가 모여들었다는 전설처럼, 21세기 명창 이날치가 ‘범 내려온다’를 부를 땐 관중 없는 틈을 타 범이 내려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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