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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레임덕 트리거[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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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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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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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권력은 유한하다. 집권 3년 2개월째,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COVID-19) 대응으로 총선 중간평가를 성공적으로 넘겼지만, 두 달여 만에 다시 기로에 섰다.

부동산 실책이 누적된 불만을 터지게 한 방아쇠(Trigger)다. 노무현 정부 때 강남 아파트 가격이 두 배쯤 올랐는데, 이 정부에선 서울 전체가 그만큼 뛰었다.

사실 정부 탓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기축통화 이점을 활용해 헬리콥터에서 달러를 뿌려대듯 유동성을 남발한 영향이 크다. 집값이 오른 게 아니라 한정된 재화인 집을 사려는 수요는 그대로이고, 돈이 늘어난 만큼 가치가 떨어진 것이라는 분석에 일리가 있다.

집값을 잡으려 편 세금이나 규제 정책은 열 오른 국민감정을 더 들끓게 한 기폭제가 됐다. 유주택자에겐 자유시장경제에 역행하는 처사고, 무주택자에겐 장기적으로 주거비를 더 끌어 올리는 주 요인이 돼서다. 이 정부는 집값이 잡히지 않자 3년여간 21번이나 대책을 냈고, 그때마다 집값과 혈압이 같이 올랐다.

사실 정부도 몰라서 그런 건 아닌 듯하다. 정부는 쉽게 말해 집값을 잡는 게 목표이지, 떨어뜨리는 게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태우 정부 때처럼 수도권 100만호 신설을 추진한다면 집값은 분명히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공급을 대책 없이 늘려 실제로 집값이 추락하면 더 큰 부작용이 생겨난다. 1611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폭탄을 건드리는 꼴이란 얘기다.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는 40%대 초반으로 선진국 중에서도 건전한 편이지만, 가계부채는 90%대 중반으로 일본의 두 배 가까이 된다. 부채의 구조가 일본과 정반대란 얘기다. 죽기 전에 집 한채는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은행 돈을 빌려 주택을 사는 이들이 한국 사람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국가가 짊어져야 할 빚을 개인들이 부담하는 모습이다.

가계부채 부실화를 피하면서 정책을 마련하다 보니 집값을 현재 수준에서 자연스럽게 유지하며 투기세력의 과도한 앙등 조장만 억제하려는데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때문에 규제는 주택시장 진입장벽만 쌓는 결과로 이어진다.

아이러니지만 규제 덕분에 강남에 사는 건 이제 '성(城) 안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브루주아(有産者, Bourgeois)' 계급이 되는 것과 같다. 강남 진입이 경제적 성공의 보증수표나 상징처럼 돼버린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부촌((富村)이 존재하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너무 짧은 기간 만에 불로소득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게 문제다. 강남 밖 사람들은 배 아픈 정도가 아니라 우울증에 빠지고, 근로의욕을 잃는 수준이라고 푸념한다.

코로나19 대응을 잘해 대통령 지지율은 한때 70%대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50%선이 위협받는다. 불안불안하던 상황에서 사실 트리거는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당겼다. 지난해 말부터 청와대 다주택자들에게 한 채만 남기고 다 팔라고 해놓고, 정작 본인은 팔지 않았다가 최근에서야 실행에 옮겼다. 게다가 똑똑한 한 채인 반포 집을 팔겠다고 했다가, 번복해 지역구인 청주 집을 급매로 넘기고 아들이 얹혀사는 반포는 남긴 모양새가 됐다.

대통령의 입을 자처하던 전직 대변인이 흑석동 상가건물 '영끌' 투자로 물러난 마당에, 대통령의 복심인 이가 지역구(국민) 대신 강남 아파트를 택한 것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뒤늦게 반포 아파트까지 팔겠다고 했지만 '절세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노무현 정부도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지만 지금처럼 당국자들이 이율배반적이진 않았다는 당시 정부 대변인 지적은 현 정부의 폐부를 찔렀다.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당황한 여당은 무주택자들이 원하는 강력한 규제 요구에 부응해 80~90%대 양도세 폭탄과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치인 입장에선 부자도 한 표, 서민도 한 표다. 소수의 부자를 옥죄어 다수 서민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정략적 발상이겠지만, 문제는 그로 인한 파장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국민을 한 데 묶는 정치가 아니라,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대립을 조장하는 정치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정책이 아니라 오기로 보여서다.

집값, 레임덕 트리거[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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