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포청천의 꿈' 김재영 심판, 시즌 취소에도 "포기는 없다"

김재영 심판은 마이너리그 시즌 취소로 국내에 머물며 서울고등학교 야구부 연습경기를 통해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심판에 도전 중인 김재영(41) 심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꿈을 향한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김재영 심판은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활약 중인 심판이다. 2018년 처음으로 미국 무대에서 심판 마스크를 쓴 뒤 올해 세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마이너리그가 취소되면서 갈 곳을 잃었다.

마이너리그 사무국(MiLB)은 지난 1일(한국시간) 올 시즌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마이너리그 시즌 취소는 1901년 9월 5일 마이너리그 사무국이 신설된 뒤 이번이 처음.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를 벌여야 하는 가운데 관중 수입에 의존하는 마이너리그 구단들이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김재영 심판은 첫해 싱글A 쇼트 시즌을 거쳐 지난해 싱글A 풀 시즌, 그리고 올해는 싱글A의 가장 높은 레벨인 어드밴스에서 뛸 예정이었다. 해마다 다음 단계로 올라섰던 김재영 심판으로선 이번 마이너리그 취소가 크게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시간이 1년 연장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재영 심판은 "하루 빨리 상위 리그로 올라가야 하는데 감염병이 앞 길을 막을 줄은 몰랐다"며 "처음엔 낙담했지만 이제는 마음이 후련하다. 내년에도 도전을 이어가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올 시즌을 잘 넘기면 내년에는 더블A로 승격할 수 있고, 몇 년 더 고생하면 트리플A를 거쳐 최종 목표인 메이저리그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이번 시즌 마이너리그 전체가 취소되면서 김재영 심판은 1년을 허송세월하게 됐다.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었으니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이다. 마이너리그 심판 급여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마저도 받을 수 없으니 생계를 꾸려나가기가 어렵다. 등록 기간을 놓쳐 국내 아마추어 심판으로도 뛸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로 했다.

김재영 심판은 유정민 서울고등학교 감독(왼쪽)의 배려로 서울고 야구부 연습경기를 통해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 뉴스1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심판도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내년 시즌 좋은 평가를 받아 상위 리그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경기 출장 길이 막힌 김재영 심판으로선 갑갑한 상황이다.

다행히 유정민 서울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의 배려로 서울고 연습경기에 심판으로 나서 감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서울고 학생들도 수준 높은 판정과 긴장감을 높일 수 있어 김재영 심판의 합류를 반기고 있다.

김재영 심판은 "우선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며 허탈한 웃음을 보인 뒤 "다행히 유정민 감독님 덕분에 경기 감각은 이어갈 수 있게 됐다. 1년이 늦어졌지만, 꿈을 향한 도전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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