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이 쏘아올린 운전자보험…200만 몰렸다

지난 3월 말부터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4월 이후 운전자보험 가입자가 200만건 이상 늘어났다. 스쿨존에서 대인사고가 발생하면 가중처벌 대상이 돼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벌금형을 받을 수 있어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까닭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4월부터 6월까지 3달 간 주요 손해보험회사의 운전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약 211만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약 80만 건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사별로는 DB손해보험이 약 62만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18만건에서 3배 이상 뛰었다. 현대해상도 약 10만건에서 36만건으로 뒤를 이었다. 삼성화재는 8만6000건에서 31만5000여건으로 확대됐다. KB손해보험도 10만건에서 30만건으로 증가했다. ‘빅4’ 대형사가 모두 전년과 견줘 3배 가량 신계약 건수가 많아졌다.

신계약보험료도 업계 전체 약 510억원으로 1년 전 약 270억원을 크게 웃돈다. 전체 운전자보험 시장 규모는 지난해 원수보험료 기준 약 4조원대로 추산되는데 올해는 5000억원 가량 늘어난 4조5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운전자보험은 월 보험료가 2만원 내외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손보사들이 그동안 판매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 통상 다른 상품을 끼워 패키지로 팔았다. 하지만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가해자의 형사 책임을 보장하는 운전자보험 가입 수요가 증가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운전자보험은 대인·대물배상 등 민사상 책임을 보장하는 자동차보험과 달리 형사합의금과 벌금 등 형사적 책임에 대한 비용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민식이법 시행에 맞춰 벌금 보장한도를 기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고, 일부 보험사는 형사합의금 지원 범위를 그간 보장하지 않던 6주 미만 진단 사고까지 확대했다. 마케팅도 강화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민식이법 시행 후 벌금형에 대한 우려 등으로 가입 수요가 몰리면서 운전자보험이 손보사의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며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과는 달리 손해율도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COVID-19)의 여파가 잦아들어 학생들의 등교가 본격화되면 운전자보험 수요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온라인 수업과 병행하면서 간헐적 등교를 하는 상황이 끝나고 정상적인 등교가 시작되면 사고율이 더 높아질 수 있어서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온라인 수업 등의 영향으로 스쿨존 사고율이 예년에 비해 현격히 낮았다”이라며 “등교가 정상화하면 사고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운전자보험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벌금 등 법률비용 보장을 위해서라면 운전자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동차보험의 특약에 가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가입한 자동차보험에 법률비용 특약을 더하면 연간 2만원 안팎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법률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다. 물론 이 경우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보장 한도가 운전자보험보다는 작을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