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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반도체'보다 큰 제약시장…도전 쓴약이 미래의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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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담=임상연 미래산업부장, 정리=지영호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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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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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전세계 제약·바이오시장이 자동차와 반도체시장을 합친 것보다 큰 1400조원 규모인데 국내 시장은 20조원에 불과합니다. 실패 확률이 높다고 도전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동력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업계가 공동출자한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orea Innovative Medicines Consortium, KIMCo·이하 킴코)의 출범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킴코는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감염병 치료제나 백신의 R&D(연구·개발)와 생산, 혁신의약품 개발, 글로벌 시장 공략 등을 목표로 한 한국형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플랫폼이다. 협회가 주도해 회원사로부터 70억원을 출자받고 3차 추가경정예산으로 100억원을 지원받아 지난 1일 출범했다.

원 회장은 "우리나라는 지식·기술집약적 환경과 세계 최고 수준의 보건의료인력을 갖췄다"며 "제약·바이오산업에 최적화한 환경을 갖춘 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킴코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업계가 공동출자해 컨소시엄을 구성한 발상이 새로운데 설립 배경을 설명해 주십시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매출이 1조원 넘는 곳은 5곳밖에 없습니다. 덩치가 작다 보니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투자는 열심히 합니다. 매출의 20%를 R&D에 투자하는 곳도 생겨났습니다. 반면 업계에서 최고 순이익률은 8%에 불과합니다. 제살 깎아먹는 수준으로 R&D에 투자하지만 이것도 부족합니다. 아무래도 자본이 부족하면 혁신신약 개발이 어렵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협회가 주도적으로 공동 R&D, 개발, 생산의 장을 만들어보자는 구상에 따라 컨소시엄이 만들어졌습니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응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 진입이 어려운가요.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는 밀림입니다. 미생물부터 맹수까지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습니다. 벤처, 스타트업 같은 작은 회사부터 빅파마(대형제약사) 같은 공룡도 서식합니다. 여기에 돈을 대는 파이낸싱, 연구하는 연구기관, 임상하는 병원, 정책을 만드는 정부기관이 다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런 생태계가 가장 이상적으로 만들어진 곳은 미국 보스턴입니다. 하버드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2개 대학을 중심으로 빅파마와 바이오벤처가 모여 정보를 주고받는 에코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국내에도 많은 바이오클러스터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생태계 조성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미흡합니다. 충북 오송이나 인천 송도와 같은 바이오클러스터가 보스턴 모델을 추구하는데 장이 서지 않습니다. 국내 10개 제약·바이오기업이 미국 CIC(케임브리지이노베이션센터)에 입주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CIC는 공유사무실로 입주기업간 교류와 지역기업·연구소 등과 실시간 정보공유와 파트너십이 이뤄집니다. R&D 협업이나 기술이전, 합작법인(JV) 설립 등이 활발합니다. 중국, 독일, 캐나다, 벨기에 등 주요 제약 선진국들도 CIC에 거점을 두고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에도 국내 기업이 글로벌에서 왜 성장하지 못한다고 보시나요.
▶국내 제약시장은 건강보험이 도입되면서 채산성은 악화했지만 보장된 시장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도전에 인색했고 발전도 더뎠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약·바이오 시장은 보장된 시장이 아닙니다. 특히 신약이라는 엄청나게 큰 시장이 있습니다. 문제는 성공확률입니다. 신약후보물질 1만개를 시도하면 1개가 성공하지만 성공한 1개는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고위험-고수익) 시장입니다.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인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Humira) 한 개 품목의 매출이 우리나라 전체 시장과 맞먹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성공확률이 낮으니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기업이 도전하지 않으니 정부 지원도 없었습니다. R&D가 늘어나면 성공확률이 높아집니다. 패러다임을 바꾸면 100년 이상 제약업력 내공도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국내 기업이 신약후보물질 기술수출에만 의존해선 빅파마와 경쟁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상용화 역량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본과 규모 면에서 글로벌 기업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진출 경험 자체가 소중한 자산입니다. 조선이나 반도체도 이런 도전을 통해 경쟁력이 생겼습니다. 현재 기술수출은 후보물질만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 진행상황에 따라 마일스톤(기술료)을 받습니다.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빅파마들도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전세계 벤처·스타트업을 찾아다닙니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전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약산업의 피해상황은 어떤가요.
▶환자감소로 병원처방이 줄어들면서 업계는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봅니다. 딜로이트 분석 결과를 보면 환자 수는 최대 46% 감소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은 1조8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난다고 했습니다. 매출 손실은 R&D 투자, 시설투자, 고용 등 경영 전분야에 악영향을 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제약·바이오산업이 주목받았습니다.
▶이전에도 전도유망 산업으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국민건강을 위한 필수산업으로 보건안보적 가치를 인정받는 추세입니다. 감염병 확산이 경제를 마비시키고 자칫 체제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입니다. 다행히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3대 육성산업으로 선정하고 지난해 바이오헬스 혁신전략을 발표하며 경제성장의 큰 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백신·치료제 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이 최우선과제입니다. 정부도 여기에 대거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정부의 정책 지원은 어떤 게 있나요.
▶무엇보다 제약 자국화 기반을 갖추고 인재와 기업들이 혁신 생태계에 뛰어들도록 하는 정책 뒷받침이 중요합니다. R&D 투자규모를 늘리고 산업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도 필요합니다. 세제혜택, 신속심사 등이 활발해져야 합니다. 이달부터 정부가 시행한 약가재평가제도로 업계는 큰 타격이 예상됩니다. 재평가받을 대상 약제의 시장규모는 5조6530억원으로 추산합니다. 산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약가정책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줬으면 합니다.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해법이 있다면요.
▶피나는 자정노력을 하고 있지만 인식 향상이 더 필요합니다. 정기적으로 윤리경영 워크숍을 통해 정책과 규제 트랜드를 실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는 국제인증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인 'ISO 37001' 도입 기업을 70개사로 늘리겠습니다. 이들의 매출 비중이 회원사의 80%를 차지합니다. 윤리경영 파급효과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실제 산업계의 인식과 행동 규범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습니다. 국민건강을 지키는 산업이자 글로벌 시장 진출의 책임을 갖고 윤리경영 정착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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