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트럼프의 '대선 위기' 언급…'상황 예의 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10일 담화에서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미국의 대선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이 지금의 '대선 위기'를 넘긴다 해도 그 이후 우리를 향해 할 수 있는 수많은 적대적 행동들을 예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그것도 백두혈통인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서 미국의 대선 문제를 '위기'로 언급한 것은 주목할만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북미 대화의 향방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예상을 깨고 북한과 '역사적인' 협상을 개시했다. 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걸고 대화에 나선 것도 이례적이지만 북미 간 첫 정상회담이 열릴 정도로 대화의 스케일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 행정부가 바뀔 경우 전향적인 수준의 대화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재 표면적으로 미국의 민주당은 북미 정상회담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북 제재 문제를 해결해야 경제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국가 경제 발전을 추동할 수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이유다.

이 같은 입장이 담화에 녹아든 흔적이 엿보인다. 김 제1부부장은 "미국은 대선 전야에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미국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이에 대해서는 위원장 동지(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히신 적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했다"라고 밝혔는데 이 역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큰 현안인 재선에 '응원'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현재 미국과의 대화에 미온적인 이유가 대선 국면이 혼탁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섣부르게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가 불과 '수개월' 짜리 협상에 나선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심스러운 태도가 드러난 대목도 이날 담화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의 대미 협상 전략이 정상회담 선호 방식에서 변화하는 대목이 나타난 것이기도 하다.

김 제1부부장은 "조미(북미) 수뇌(정상)들 사이의 관계가 좋다고 해도 미국은 우리를 거부하고 적대시하게 돼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만을 생각하며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실수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외부에 메시지를 보내는 목적의 담화에는 어울리지 않는 일종의 내부 다짐인데, 북한이 현재 대미 기조가 잘 드러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는 "미국이 대선 위기를 넘겨도 그 이후 우리를 향해 할 수많은 적대적 행동들을 예견해야 한다"라며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 현 집권자와의 친분관계보다도 앞으로 끊임없이 계속 이어질 미국의 대조선(북) 적대시에 대처할 수 있는 우리의 대응 능력 제고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담화의 특징을 봤을 때 북한은 일단 미국 대선이 끝난 뒤, 혹은 미국 대선의 향방이 확정된 뒤에야 미국을 향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는 두 정상 간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며 전체 판을 깨지 않는 대신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대미 전략 수립에 몰두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