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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이병철 회장이 살아있다면 손자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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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종태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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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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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니, 정말 펜과 서류 없이도 일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72세 이병철 회장은 살면서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장면에 기가 막혔다. 그래서 계속 질문을 던졌다. '펜과 서류가 아니라 컴퓨터로 불리는 저런 기계로 일을 한다니...'

이 회장이 도무지 믿기 힘들었던 이 장면은 38년전 미국에서 이 회장이 실제 목격한 것이다. 1982년 3월 미국 보스톤대학에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으러 갔던 이 회장은 내친 김에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휴렛팩커드 사무실에 들른 그는 깜짝 놀랐다. 직원들이 펜이나 서류 없이 컴퓨터로만 일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컴퓨터로 일을 하다니... 컴퓨터가 대체 뭐길래...'


2.
미국에서 돌아온 이 회장은 곧바로 직원들에게 반도체 사업 기획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컴퓨터의 핵심은 결국 반도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삼성 직원들은 16절지 100장 분량의 반도체 사업 기획안을 만들었다.

이 회장은 이 기획안을 수십번 검토했다. 그래도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이듬해 2월 그는 일본으로 떠난다. 낯선 곳에서 반도체 사업 구상을 최종적으로 다듬으려 했다. 1983년 2월 8일. 그렇게 그 유명한 도쿄 구상이 가닥을 잡았다. 휴렛팩커드의 충격을 목격한 지 11개월 만에 이병철 회장은 삼성전자 창업을 결심했다.

"증기기관을 발명한 영국이 이후 400년간 기술적 우위를 점한 것처럼 이제 삼성은 반도체로 400년을 먹고 살 것이다." 삼성전자의 첫 출발은 그렇게 시작됐다.


3.
삼성이 반도체를 만든다는 소문이 알려지자 미국에서 20대 젊은 CEO가 이병철 회장을 만나고 싶다며 9600km를 날아왔다. 스티브 잡스였다. 1983년 11월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삼성 태평로 사옥을 방문해 이 회장에게 애플이 만드는 컴퓨터에 꼭 삼성 반도체를 공급받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당시 28세의 이 젊은 미국인 친구가 속사포처럼 내뱉는 말을 듣곤 속으로 감탄해 마지 않았다. 'IBM을 뛰어넘을 인물이 드디어 나타났구나.' 이 회장은 자신이 좀 더 오래 살아 이 젊은 잡스가 어떻게 커가는지 지켜봐야겠다고 다짐했다. 1984년 5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은 완공됐고, 삼성은 그해부터 애플컴퓨터에 64K D램을 공급했다.



4.
삼성전자 기흥공장은 이후 상전벽해를 거쳤다. 처음 10만평 부지는 이제 43만평으로 늘었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인근 화성캠퍼스에 또 다시 48만평, 평택캠퍼스 86만평, 온양캠퍼스 13만평도 조성했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이 38년전 휴렛팩커드 사무실을 처음 보며 영감을 얻은 삼성전자는 손자인 이재용 부회장 시대로 와선 엄청난 시련이 되고 있다. 조부가 만든 사업의 대를 잇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정말 불법을 저질렀는지, 그것이 처벌받아 마땅한지는 아직 단정 짓기 이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손자 이재용 부회장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들은 오직 한가지, 조부가 피땀으로 만든 유업을 잇는 과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5.
조부가 400년을 내다보며 만든 이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개인을 철저히 파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제 너무나 커져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고 온전히 승계할 만한 수준에서 훨씬 벗어나 있다. 이재용 부회장 개인 입장에선 괴물 그 자체로 변해 있는 셈이다.

이제 이 부회장은 더이상 이 괴물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아니 물려주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이 부회장 스스로가 사실상 마지막 상속인이다.

"기업은 인류와 국가에 도움을 주는 사업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이병철 회장의 사업보국 정신은 이제 그 의도와 180도 달리 '불법 승계'라는 어불성설의 혐의로 이 부회장을 괴롭히고 있다. 그렇게 이재용 부회장은 마지막 상속인으로서 조부가 만든 삼성전자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만약 이병철 회장이 살아있다면 이 손자의 고통을 보며 무슨 말을 했을까? 자신이 72세에 컴퓨터를 처음 보고 이루려던 사업, 스티브 잡스가 9600km를 날아와 간청하던 사업을 그래도 잘 지켜줘서 고맙다고 했을까? 아니면 손자에게 이 엄청난 시련을 몰고 온 자신의 삼성전자 창업을 땅을 치며 후회했을까? 삼성전자 기흥공장은 오늘도 24시간 불을 밝히며 돌아가고 있다.

[광화문]이병철 회장이 살아있다면 손자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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