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김빈 전 靑행정관 "청년 의원들, 발언한다고 정치인 되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시 대표가 2016년 1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빈 디자이너(왼쪽)의 입당원서를 받은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빈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 행정관이 13일 21대 청년 국회의원들을 향해 "선배들이 하듯 매 현안마다 발언해서 단숨에 정치인이 된다 착각은 금물"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행정관은 20대 총선 직전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인재영입 6호로 민주당에 입당한 청년 인사다.


김 전 행정관은 이날 오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같은 청년으로서 부끄럽다"며 이같이 적었다.

김 전 행정관은 이어 "본인 삶의 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관종'(관심을 원하는 종자) 취급을 받을 뿐"이라며 "국민의 큰 은혜로 입성하신 밀레니얼 청년 의원분들은 먼저 국민앞에 겸손해 지시고 유능해지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13일 김빈 전 청와대 행정관 페이스북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 글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을 공개적으로 거부한 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992년생인 류 의원과 1987년생인 장 의원은 21대 국회의 대표적인 밀레니얼 세대(80년대 후반~90년대 출생 세대) 의원이다. 이들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소식과 함께 부고가 들리자 "당신(피해 호소자)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류호정),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애도할 수 없다"(장혜영)며 피해 호소자와의 연대를 선언했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장례 기간 동안 성추행 의혹이 경찰이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 종결돼 사실 관계가 파악되지 않았다며 사망과 연관짓기를 거부했다.


SNS상에서는 김 전 행정관의 글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 지지자나 박 전 시장 지지자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은 "적극 공감한다"며 "정의당에 실망스럽다"고 했다.

일부 누리꾼은 "(류·정 의원 등이) 아는 것이 있어야지 유능해지기 불가능할 것 같다"거나 "그들이 이런 충고를 알겠느냐", "철이 안 들었다"며 두 의원을 조롱하기도 했다.

반면 피해 호소자를 보호하고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누리꾼들은 김 전 행정관에게 반박하는 댓글을 달았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불의와 범죄에 대해 일관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댓글로 비판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에 "어떤 근거로 그리 말하는지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김 전 행정관이 지난 6일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N번방 등 사안을 언급하며 "엽기적이고 끔찍한 범죄가 되풀이되는 이유는 결국 이들에 대한 일벌백계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올린 글을 리트윗하며 "박 전 시장의 부하에 대한 성폭력 혐의도 엽기적이고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그들의 의견에 찬성 안 하면 반박하면 그만이지 하는 말씀이 거의 성균관 유생 모임에서 하는 말 같다"고 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에도 "저도 밀레니얼의 끝자락에 있는 사람"이라며 "다른 청년 정치인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고민 끝에 썼다"고 답했다.

한편 김 전 행정관은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를 나와 자신의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다 2016년부터 정당인 생활을 시작했다. 당에서도 청년층을 겨냥한 민주당 굿즈 등을 기획했다. 지난해 4월 대통령비서실 디지털소통센터에 행정관으로 영입됐다.

김 전 행정관은 2016년 20대 총선과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연달아 당의 공천 심사에서 탈락해 불출마했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서는 21대 총선에 나오기 위해 지난 1월까지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