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별거중인 내연녀 집에 머물러도 '주거침입 아니다'

울산지방법원. © News1

(울산=뉴스1) 김기열 기자 = 남편과 별거 중인 내연녀 집에서 식사하고 잠을 잔 40대 남성에게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형사9단독(문기선 판사)은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16일 오후 내연녀 B씨와 딸이 생활하는 집에 들어가 잠을 자고 나온 뒤 B씨 남편인 C씨로부터 주거에 침입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당시 B씨, B씨 딸과 함께 장을 봐서 집으로 들어간 뒤 저녁까지 먹고 시간을 보내다가 다음 날 새벽에 귀가한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재판에서 "자신을 고소한 C씨는 지난해 5월 B씨와 별거할 당시 짐을 모두 가지고 집에서 나간 뒤 다시 출입한 적이 없다"며 "따라서 C씨는 주거권자가 아니므로 B씨 동의 아래 출입한 행위는 주거침입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C씨는 "아내와 떨어져 지내면서 부부 사이를 회복하려고 몇 가지 짐을 가지고 부모님 집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며 "별거 이후에도 아내와 딸을 만나 여행을 가거나 쇼핑하는 등 부부로 잘 지내고 있었는데 A씨는 나의 의사에 반해 집에 침입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와 C씨가 별거를 결정한 배경에는 '일시적 분쟁 완화를 위한 목적'과 '구체적으로 이혼에 관해 상의하기 위한 목적'이 공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두 사람이 협의이혼에 관해 대화한 적은 있어도 C씨가 언제 집으로 돌아올지에 대해 대화한 적은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또 "별거 이후 C씨는 자신이 단독으로 소유하는 물품을 거의 다 가지고 나간 것으로 보이는 데다 B씨와 2∼3회 쇼핑을 하거나 1박 2일로 여행을 간 것도 딸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B씨와의 성관계나 불법적인 목적을 위해 집에 갔다고 볼 만한 정황이나 자료가 부족해 C씨의 추정적 의사에 반해 주거에 들어갔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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