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도, 박원순도…성폭력 피해 알렸지만 "그럴 사람 아니다"

사진 왼쪽부터 안희정 전 충남지사,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기범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피해자들은 일하고 있던 기관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공통적으로 "그럴 사람 아니다"는 말을 들었다.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A씨 측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 시장의 비서로 일했던 A씨가 약 4년간 음란한 문자를 받고 부적절한 신체 접촉 등 지속적인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날 A씨의 법률 대리인과 시민단체 등은 A씨가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하기 전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청했지만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여라' '비서의 업무는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후 A씨는 부서 변경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려 했지만 박 시장의 승인이 없는 한 불가능했으며 오히려 박 시장의 성적 괴롭힘은 더욱 심해졌다고 밝혔다.

A씨에게 박 시장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 사람은 서울시 관계자뿐만이 아니다. 정치인들도 박 시장의 과거 행보를 언급하며 "박 시장은 성인지 감수성이 높았다" "박 시장은 과거 성추행 사건을 유죄로 이끈 인권변호사다"라며 박 시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2018년 3월,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안 전 지사의 성폭행을 고발한 정무비서 출신의 김지은씨도 충남도청 선배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또 안 전 지사를 고발한 후에는 "안희정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반응에 휩싸였다.

현재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를 인정받아 3년6개월의 징역을 복역 중인 안 전 지사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도 안 전 지사의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취지로 증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미투'가 아닌 '불륜'이라고 동조하면서 이러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시 방송인 김어준씨는 안 전 지사의 미투를 '공작'이라고 규정하며 "안희정에서 봉도사(정봉주 전 의원까지), 제가 공작을 경고했다"며 "그 이유는 미투를 공작으로 이용하고 싶은 자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씨는 결심공판에서 "'마누라 비서'라는 처음 듣는 별명까지 붙여 불륜으로 몰아갔다"며 "나는 단 한 번도 피고인에게 이성적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 나를 성실하다 칭찬하던 동료들이 성실과 열의를 애정인 양 몰아갔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문제에서 '안 그럴 사람'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하경주 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안 전 지사의 미투 당시 "성폭력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 문화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도 "성폭력은 다 권력형이고 위계형이라 가해자가 대권주자라고 해서 특별히 더 놀라울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