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고소인 측 기자회견 재고해달라"…선넘는 발언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박홍근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장례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이 11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장례위원회 구성 등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2020.07.11. [email protected]

"한 인간으로서 지닌 무거운 짐마저 온몸으로 안고 떠난 그입니다…고인과 관련된 금일 기자회견을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있었던 지난 13일 박 시장 장례위원회 측이 성추행 고소인 측의 기자회견 예정시간이 알려지자 발표한 내용 중 일부다.


여권을 중심으로 피해자보다는 가해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에 2차 가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친여성 행보를 보였던 여권에서 이같은 행태가 반복되는데 대해 여성단체들은 허탈함과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대표 등 친여권 인사로 구성된 박 시장 장례위원회 측은 이날 "오늘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세상의 모든 것에 작별을 고하는 중"이라며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이 시각, 유족들은 한 줌 재로 돌아온 고인의 유골을 안고 고향 선산으로 향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서울시청 기자들에게 전송했다.

이어 "부디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유족들이 온전히 눈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금일(13일) 기자회견을 재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葬) 반대 청원이 55만명을 넘어선 시점에서 고소인 측 폭로 기자회견에 참석을 다시 고민해달라는 공식 요청을 기자들에게 보낸 것이다.

게다가 고소인 A씨의 변호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가 이날 "장례를 마치고 나서 할 일들이 많이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달라"며 박 시장 장례기간을 고려해 기자회견 일정을 발표했는데도 장례위 측은 위와 같은 반응을 보였던 것.

한 여성인권 시민단체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자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은데도 고소인 측은 이를 나름 배려했다"며 "그러나 장례위 측은 오히려 이런 배려는 무시하고 기자회견 자체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데 분노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전한 여권의 미온적 반응…"박원순, 미투 2차 가해 방지하기 위해 죽음으로 답했다"이외에도 여권의 미온적인 반응은 계속 이어졌다. 이해찬 대표는 성추행 의혹이 나온지 5일이 되어서야 민주당 고위전략회의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며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과 역시 "예기치 못한 일로 시정공백이 생긴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2018년 서울시 부시장을 역임했던 박 시장의 측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도 뭇매를 맞았다. 윤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미투 고소 진위에 대한 정치권 논란과 그 과정에서 피해자 2차 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죽음으로서 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시장이 이제 고인이 돼서 직접 답을 줄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추론만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누구보다도 성 인지 감수성이 높은 분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여성 인권과 페미니즘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분이 자신이 고소됐다는 소식을 접하신 후 얼마나 당혹스럽고 부끄럽게 느꼈을까. 순수하고 자존심이 강한 분이라 고소된 내용의 진위와 관계없이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주변에 미안함을 느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면 범죄도 다 잊히는 것인가"라며 "여권에서 어떤 이유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