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거부'에 심상정 사과, 그마저 논란…진중권 "어이 없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의당 의원들의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 거부' 논란에 심상정 대표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성추행 의혹' 진실 규명 요구가 거센 가운데 심 대표의 사과 역시 또 다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심 대표는 14일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류호정·장혜영) 두 의원의 메시지가 유족분들과 시민들의 추모의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장례 기간 추모의 뜻을 피력하는 것과 피해 호소인에 대한 연대 의사를 밝히는 일이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는 게 저와 정의당의 입장이었다"며 "정의당은 늘 사회변화를 앞장서 온 당인 만큼 당 내부의 격렬한 토론 역시 정의당이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류 의원과 장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들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 측 지지 의사를 밝혔다. 장 의원은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며 조문을 거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일부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은 이들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두 의원의 평소 페미니즘적 성향을 문제 삼는 시선부터 '장례 중 도리가 아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당원이 탈당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심 대표의 사과는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식의 정의당 비판 여론 진화가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두 의원의 자발적인 의사 표현을 당 대표가 대신 사과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누리꾼들은 심 대표의 사과를 두고 "정의당은 누구에게 사과해야 할지 모르나", "더불어민주당 2중대가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진보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심 대표의 사과를 지적하고 나섰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SNS에 "어이가 없다"며 "이분에 대해 가졌던 마지막 신뢰의 한 자락을 내다 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민주당 2중대 하다가 팽당했을 때 이미 정치적 판단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그 일이 있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똑같은 오류를 반복한다"며 "진보정치에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젊은이들의 감각을 믿고 그들에게 당의 주도권을 넘기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3일 전직 비서 A씨 측이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피해 사실을 호소하며 진상 규명의 목소리는 커지는 상황이다. 정의당 내부에서도 '#하지_않겠습니다', '#지금은_에_힘을_실어줄_때' 등의 해시태그를 단 글을 공유하며 두 의원에 지지를 표하는 의견이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