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의혹 '스모킹건' 휴대폰 연다는데…진상규명 이어질까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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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직 비서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박 시장의 휴대전화가 해당 의혹을 규명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소인은 박 시장이 주로 휴대전화 텔레그램 메신저로 자신에게 음란 사진을 전송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 시장 고소에 따른 수사상황이 모종의 경로를 통해 고소 당일 박 시장에 전달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박 시장의 휴대전화를 통해 확인해야 할 사안들이 크게 증가하는 모양새다.

경찰은 14일 박 시장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벌이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수사 범위를 박 시장의 사망 경위 확인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이후 추가 고발이나 조사 필요성에 따라 포렌식 범위는 넓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를 통해 성추행과 수사상황 유출 의혹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공무상 비밀누설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죄 혐의 등 추가 고발

고소인은 지난 8일 박 시장을 성폭력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형법상의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하지만 피고소인인 박 시장이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될 전망이다.

하지만 박 시장이 사망 직전 자신에 대한 피고소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이나 정부당국 등 누군가가 고소 사실을 박 시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장 관련 고발이 이뤄지고 있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 서울시장권한대행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김우영 정무부시장 등 서울시 공무원들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죄'혐의로 고발했다. 아울러 경찰과 청와대 관계자들도 공무상 비밀누설죄 혐의로 고발했다.

박 시장의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날 박 시장의 유류품 중 하나인 휴대전화를 경찰청에 디지털포렌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포렌식 범위를 '타살인지 자살인지 사망 경위 규명에만 선을 긋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망 경위에 대해서만 포렌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일단 사망 당일 통화내역 등에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으로 고발된 내용을 수사당국이 수사에 나선다면 박 시장의 휴대폰에서 통화내역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통화 기록, 문자 및 메신저 대화 내역까지 들여다볼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도 "추가 고발이 들어온다면 해당 부서에서 포렌식을 의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은 열어놨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락두절된 9일 저녁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일대에서 경찰이 야간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의 딸은 오후 5시 17분께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7.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텔레그램 기록' 로그데이터 있을 수도 …사실 규명 수사라면 포렌식 가능

박 시장의 휴대전화 안에 박 시장을 고소한 측이 밝힌 '텔레그램' 음란 대화와 사진, 그리고 공무상 비밀누설과 관련돼 어떤 관계자가 먼저 정보를 줬는지 등의 내용이 포함됐을 수도 있어 휴대전화는 박 시장과 연관된 사실관계를 밝힐 결정적 증거로 지목된다.

박 시장 고소인 측의 주장에 따르면 박 시장은 고소인에게 속옷차림의 사진을 전송하고 늦은 밤 텔레그램 비밀채팅방 대화를 요구했고 은밀한 문자를 발송한 의혹을 받는다. 고소인 측은 고소인이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사적으로 포렌식해 의혹을 증빙할 내용을 경찰에 제출했다.

박 시장은 고소인과 텔레그램 상에서 일반 대화가 아닌 '비밀 채팅방' 기능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 채팅방'은 텔레그램 상에서 강력한 보안기능이 탑재된 대화창으로 Δ화면캡처가 불가능하고 Δ내용 복사가 안되며 Δ대화 내용이 설정한 시간에 따라 빠르면 1초, 길게는 1주일 사이로 자동삭제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텔레그램 서버를 거치지 않고 P2P방식으로 개인과 개인 간 바로 메시지가 전달돼 개인 휴대전화 안에서만 해당 내용을 볼 수 있다. 서버에 저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가 다른 휴대전화를 이용해 같은 아이디로 로그인 하더라도 원래 휴대전화에서 이용하던 비밀채팅방 기록은 이어서 볼 수 없다.

그러나 개인이 텔레그램 대화 기록을 삭제했더라도 휴대전화 안에서는 로그기록으로 남아있어 포렌식 했을 경우 대화가 복원될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다. 한 포렌식 전문 경찰 관계자는 "비밀채팅방도 대화하면서 자동삭제된다고는 하는데 휴대폰 메모리 안에 남아있을 수도 있다. 로그 데이터로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만 복원하는데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비밀채팅방 복원이 쉽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 셈이다.

아울러 박 시장이 자신의 사진을 찍어 고소인에게 보낸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휴대전화 안에서 포렌식을 했을 경우 해당 사진의 데이터를 일부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해당 사진을 지운 시점이 최근이면 최근일수록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는 않은 이야기'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아울러 경찰이 이춘재 사건처럼 '공소권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여론이 조성되고 정부에서도 나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길 원한다면 전반적인 수사를 할 수도 있다. 박 시장의 추행 의혹 등에 대해서도 포렌식 조사를 통해 나온 증거를 대조해 사실관계를 파악해볼 수도 있는 셈이다. 기소목적이라면 어렵지만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이야기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이춘재 사건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당국의) 정무적 판단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박 시장의 휴대전화가 아이폰 최신기종으로 알려진 가운데 잠금해제를 하고 실체를 확인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 출신 백모 검찰수사관의 휴대전화를 4개월만에 잠금해제했다.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구속기소)의 아이폰 역시 지난 3월 검거 당시 압수한 이후 5개월째 잠금해제를 시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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