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내내 책상 모서리 꽉 잡은채…'직원 폭행' 이명희 집행유예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이날 이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사진=뉴스1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71)도 판결 선고를 앞둔 피고인의 긴장감을 감출 순 없었다.


경비원과 운전기사 등에게 상습적으로 폭행 및 폭언을 한 혐의를 받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 전 이사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가사도우미 불법채용'과 '밀수' 혐의 집행유예에 이어 세 번째 집행유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부장판사 권성수·김선희·임정엽)는 14일 상습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사회봉사 80시간 명령도 내렸다.

선고 내내 재판부 쪽을 향해 일어나 있던 이 전 이사장은 긴장한 듯 책상 모서리를 꽉 붙잡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 범행은 운전 중인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이 전 이사장 영향력 아래 있는 피해자를 상습 폭언, 폭행해 그 자체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위험한 물건을 던져 상해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고 이 전 이사장 행위로 피해자들이 겪었을 심리적 자괴감이 상당했을 것을 고려하면 그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 회장 아내라는 지위로 사실상 피해자는 부당한 폭력행위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지위에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가지는 비난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이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계획적으로 특정 피해자를 폭행했던 것은 아니며 나이가 많다는 점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이 범행에 대해 본인 책임을 인정하고 있고 이 사건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해 피해자들도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폭력 행위가 대부분 업무처리 과정에서 이 전 이사장이 순간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으로 나타난 것일 뿐 계획적이거나 특정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 폭력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 "유형력 행사가 사실상 크지 않고 상해 정도가 심하진 않으며 이 전 이사장에게 동종 전과가 없고 최근까지 폭력이 이어지지 않은 점은 유리한 점"이라며 "이 전 이사장이 만 71세라는 점과 앞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좀 더 성찰해 반성할 필요도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선고 후 취재진은 이 전 이사장에게 '피해자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세 번째 집행유예인데 어떠신가' '재판 결과 어떻게 보시나' 등을 질문했지만 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준비된 차량을 타고 떠났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11월~2017년 4월 경비원과 운전기사 등 직원 9명을 상대로 총 22회에 걸쳐 상습 폭행 및 폭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선 결심공판 당시 검찰은 이 전 이사장에게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인천 하얏트 호텔 공사 현장에서 조경 설계업자를 폭행하고 공사 자재를 발로 차는 등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출입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을 향해 조경용 가위를 던진 혐의도 있다.

더불어 지난달 9일 물을 많이 줘서 화초가 죽었다는 이유로 화분을 집어 던지는 것을 비롯해 총 24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화분, 전지가위, 모종삽, 장작을 던지는 방법으로 폭행했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한편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인 6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초청해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구매한 명품백 등 개인물품을 밀수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