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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케이블 방송서 ‘삼시세끼’ 빠진다면[디지털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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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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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1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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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응답하라 1988' / 사진제공=tvN
tvN '응답하라 1988' / 사진제공=tvN
# “아빠, 엄마가 미안하다. 잘 몰라서 그래. 첫째 딸은 어떻게 가르치고, 둘째는 어떻게 키우고 막둥이는 어떻게 사람 맹글어야 할 지 몰라서.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자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디.”

2015년 겨울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1980년대 서울 쌍문동 골목에서 세 남매를 키우던 덕선이 아빠(성동일 역)가 토라진 딸에게 사과하며 읊조린 대사. 다시 들어도 짠하다. 주인공 덕선이와 같은 청춘을 보낸 세대로, 또 지금은 덕선이 또래 아들을 키우는 아빠로 격하게 공감하며 한 장면 한 장면을 봤던 기억이 난다. 우리 세대만 공감한 건 아니다. 비지상파 드라마로 당대 최고의 시청률을 찍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그간의 드라마 흥행 공식마저 깨뜨렸다. 따뜻한 일상을 디테일하게 그리는 것만으로 얼마든지 시청률 높은 명품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주인공이 꼭 인기 배우일 필요는 없다.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지 않아도 된다. 억지로 공분을 짜내는 ‘악역’이 없어도 된다. 얼마 전 숱한 화제를 남기며 종영된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 역시 다르지 않았다. tvN은 CJ ENM이 만든 방송 채널이다. CJ ENM이 스타급 인재 스카웃과 이들을 통한 콘텐츠 실험에 과감하게 나선 결과 지금의 콘텐츠 왕국을 건설했다.

# 이 회사가 최근 유료 방송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프로그램 사용료를 20% 이상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면서다. 케이블방송사 딜라이브가 난색을 보이자 “자사 프로그램 공급을 끊겠다”며 최후통첩을 중단했다. 다행히 양측이 정부 중재 하에 다음달 말까지 협상을 지속하기로 합의하면서 블랙아웃(채널 송출 중단) 위기는 일단락 됐다. 유료방송 사업자간 분쟁이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사안이 유독 눈길을 끄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콘텐츠 파워가 플랫폼 파워를 넘어섰음을 보여주는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tvN 말고도 OCN(영화), 엠넷(음악), 투니버스(어린이) 등을 보유한 CJ ENM의 영향력은 이미 지상파 방송을 능가한다. CJ ENM만 그런 게 아니다. ‘미스터 트롯’(TV조선), ‘부부의 세계’(JTBC) 등 공전의 비지상파 히트작들도 쏟아지면서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방송채널 사업자(PP)들의 입지가 날로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확산은 콘텐츠 기업들의 몸값 상승에 기름을 붙이고 있다. 새 판로가 열린 셈이다. 콘텐츠 값도 더 쳐준다. 발품 안들이고 해외 시청자들까지 확보할 수 있다. CJ ENM이 딜라이브와 각을 세우는 와중에 유튜브 유료 채널을 개설한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케이블 방송 한곳쯤 빠져도 손실이 크지 않다고 계산한 모양이다. 어차피 CJ ENM 주 공략층인 2030 세대들은 스마트폰 방송을 보는 게 더 익숙할 테니깐.

반대로 전통 방송 플랫폼들은 쇠락하고 있다. 한때 유료방송 시장을 호령했던 케이블방송은 대부분 통신사에 팔렸거나 매물로 나와 있다. 플랫폼으로서 제 기능을 잃은 지상파 방송은 더하다. 계속된 적자행진에 KBS는 대규모 인력감축안을 미끼로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했고, MBC도 “우리도 공적 재원을 지원해달라”고 읍소한다. 통신사 IPTV(인터넷TV)라고 다를까. 그나마 이들이 앞다퉈 케이블TV 인수에 사활을 거는 건 ‘바잉 파워(소비력)’라도 키워야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 시장이 급변하는데도 방송 관련 법제도는 수십년간 그대로다. SK텔레콤·지상파 3사 연합 OTT ‘웨이브’에 맞서 다음달 CJ ENM과 JTBC가 ‘티빙’ 합작 OTT를 내놓는다. 플랫폼이냐 프로그램 공급사냐, IPTV냐 케이블방송이냐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모든 플랫폼에서 모든 시청자가 엇비슷한 방송 채널을 보던 시대에서 이제는 플랫폼별로 서로 다른 방송 채널을 보는 시대가 열린다. CJ ENM-JTBC가 웨이브에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기로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방송매체·역무별로 ‘하지 말 것’을 규정한 현행 방송법 체계로 이런 시대 흐름을 따라잡을 수 없다. 명확한 기준이나 이에 대한 이해 당사자들의 합의 없이 블랙아웃만 막겠다는 식의 정부 중재 마인드도 진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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