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잘나가던 컨설턴트, 일 그만두고 에너지바 만든 사연

"몸이 아프고 나니까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스트레스도 많았고, 먹는것도 좋아해서 145㎏넘게 까지 나갔거든요. 그래도 30대에 대장에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죠. 완전히 새롭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에너지바 아저씨'가 되기로 했습니다."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34)는 고단백·고식이섬유 곡물 에너지바를 만드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던 민 대표는 국내 유명 회계사무소에서 일하다 2019년 푸드업사이클 스타트업 리하베스트를 설립했다.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가 고단백·고식이섬유 곡물 에너지바 제품 '리너지바'를 들고 촬영하고 있다./사진=디캠프

리하베스트가 만든 에너지바는 일반적인 제품과 재료부터 다르다. 일반 밀가루에 비해 식이섬유가 10배, 단백질은 1.3배 많이 들어있는 맥아 부산물을 사용한 제품이다. 맥주나 식혜를 만들고 난 재료를 재활용해 만든 것이다.

이름도 에너지바가 아니라 '리너지바(Renergy Bar)'로 지었다. 영양과 맛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담아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바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리하베스트가 맥아부산물로 만든 분말은 'BSG가루'라고 따로 부른다.

민 대표는 "아프고 난 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우연히 푸드업사이클 분야를 알게 돼 연구했다"며 "45개 곡물 부산물을 연구했고 그 중에서 청결과 생산·소비량, 소비자 인식이 적절한 걸 선택했다"고 말했다.


리하베스트는 착즙과일 부산물 등도 고려했지만 6개월 넘는 연구결과 맥아 부산물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업체에 따르면 국내에서 맥주 생산 등으로 연간 발생하는 맥아 부산물은 30~40만 톤에 달한다.

생각보다 맛도 괜찮다. 정제 설탕이나 버터 대신 코코넛칩을 이용해 단맛을 내고, BSG가루와 귀리·해바리기씨 등 다른 곡물을 더해 영양까지 챙겼다. 리하베스트는 원료 공정과 관련한 특허도 출원했다.

민 대표는 리하베스트에 사회적 가치까지 더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가깝게 지냈던 지인에게 발달장애가 있었는데 '사회의 일원으로 살고 싶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았다"며 "아프고 나서 생각과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리하베스트는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1차 제품 검수를 진행한다. 포장이 뜯어지거나 이물질이 묻어있는 등 제품 외관에 문제가 없는 제품에 검수 완료에 해당하는 '새싹 스티커'를 붙여 준다. 검수과정을 놀이형태로 단순작업화 했다.

리하베스트 '리너지바' 자료사진./사진=리하베스트

맛과 영양, 사회적 가치까지 더한 리하베스트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진행한 2차례 판매결과 매번 목표치를 뛰어넘었다. 지난달 29일 진행한 2차 판매에선 1360만원 가량 팔려 목표치를 2700%넘겼다.

리하베스트는 올해 글로벌 푸드업사이클 협회인 UFA(Upcycled Food Association) 아시아 최초 정식 회원으로도 선정됐다. 푸드업사이클 분야에선 유일한 국제 협회다. 지난해 경기도 주최 업사이클링 대회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 리하베스트는 에너지바 이외에 시리얼 등으로 품목을 확대하고 제품도 15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매출은 9억원, 내년에는 7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포부다. 밀가루 대신 사용할 수 있는 BSG가루 판매도 확대한다.

민 대표는 "국내에서 푸드업사이클이 생소하다 보니 우려를 많이 한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선순환 고리를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며 새로운 시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