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백신 나와도 美가 싹쓸이?…백신대란 다시 오나

주사기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미국 바이오 기업 모더나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임상 1상에 성공하면서 백신 개발에 한 발짝 다가섰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코로나19 치료제에 이어 백신도 싹쓸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가 백신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모더나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2009년 신종플루 백신 대란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mRNA-1273'의 임상 1상 결과가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공개됐다. 18~55세 건강한 성인 45명을 대상으로 백신을 투여한 결과 전원에게서 항체가 생겼다. 이중 백신을 28일 간격으로 두 번 투여받은 참가자 42명에게는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중화항체가 형성됐다.


모더나는 임상 2상과 3상을 진행하고, 이르면 연내 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올해 말까지 최대 1억회분, 내년 말까지 독일과 미국에서 12억회분을 생산할 계획이다.

아직 백신의 약효를 검증하는 임상 2상과 3상이 남아있는 만큼 mRNA-1273의 코로나19 예방효과는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제적으로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코로나19를 공공재로 취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미국 등 백신 후보물질을 입도선매하고, 자금력이 부족한 국가들은 공동구매를 위해 일시 동맹을 맺고 있어서다.

특히 모더나는 미국 정부로부터 전략적으로 투자를 받은 기업 중 하나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선점을 위해 백신 개발 기업에 투자하는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진행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 정부가 백신 기업에 투자하고, 공급을 확보하면서 사실상 이미 독점에 나선 것"이라며 "영국 등 다른 국가들도 백신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코로나19 백신 선점을 위해 해외 기업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백신 개발 성공 시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한 국가나 기관에 우선적으로 백신을 공급할 수 밖에 없다"며 "우리 정부도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국제적인 컨소시엄에 합류해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도 지속해야 한다.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백신주권 확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우리 정부는 신종플루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대란이 일어났다. 정부가 다국적 제약사에 백신 구걸을 하러 다닌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GC녹십자가 세계에서 8번째로 신종플루 백신 개발에 성공했고, 백신을 국내에 우선 공급했다.

이상진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은 "국내 코로나19 백신 자체 개발을 지원하고, 해외에서 개발된 백신을 즉각 수입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나설 것"이라며 "해외 개발 백신을 수입하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