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때린 코치가 버젓이 교단에'…부산 체육계 폭력 피해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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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모 체고 출신 A씨가 15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2020.7.15/뉴스1© 뉴스1 박세진 기자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최근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선수 폭행 사건으로 체육계를 향한 공분이 커진 가운데 부산 유도계에서도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 모 체고 출신인 A씨는 15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자들을 폭행해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 받은 코치 B씨가 버젓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엄중한 조치를 촉구했다.

2018년 유도부 제자였던 A씨와 소송을 벌인 코치 B씨는 상해죄 혐의가 인정되면서 법원으로부터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현재 B씨는 항소를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고 조사한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면 피고인이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 A씨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이날 A씨는 "체고에서 만난 B코치는 훈련을 핑계로 수시로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었고 실제로 폭행을 당해 왼쪽 귀고막이 파열된 적이 있다"며 "견디기 힘들어 몸도 정신도 피폐해져 갔다"고 호소했다.

이어 "성인이 되고 나서야 나와 동일한 피해를 입은 친구와 선배들의 도움과 응원을 받아 교단에 서 있는 B코치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자 마음을 먹었다"고 기자회견을 연 이유를 밝혔다.

코치 B씨는 최근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원으로 다시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유죄 판결을 받은 코치가 나를 포함한 피해자들에게 단 한 마디 사과도 하지 않고 다시 교단에 설 생각을 할 수 있나"며 "B코치가 항소했다는 이유로 징계조차 검토치 않는 부산 체육계의 현실에도 분노가 차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소송제기 이후 B코치가 몸담고 있는 부산시유도회 측의 부당한 압박으로 고등학교 유도 코치를 그만둬야 했다고도 주장했다.

부산유도회 측이 학교에 보낸 공문에는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어 유도 코치로서의 자격이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는 "전국의 다른 고등학교에서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만 소유한 채로 유도 코치를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육청 관계자들 또한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만 있어도 결격사유가 없을시 코치로 근무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교육청 측은 이날 부당하게 해임된 사안이 있는 지 조사에 나서겠다고도 덧붙였다.

A씨는 최근 고 최숙현 선수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고 있는 체육계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그는 "최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체육을 하는 선수라면 모두 공감 했을 것이지만 용기를 내지 못 하고 있다"며 "모두 나처럼 부당한 처우를 당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사람의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체육계는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며 "부산시교육청과 부산경찰청은 더 이상 나와 최숙현 선수와 같은 운동선수가 코치로부터 폭행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금 당장 코치 B씨에 대한 엄중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며 "나의 작은 외침으로 부산 체육계가 조금이나 나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부산시교육청은 뒤늦게 코치 B씨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고 해임절차를 검토 중이다.

당사자인 코치 B씨는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선의에 의한 훈육'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B씨는 "당시 학교에 보낸 공문은 다른 학교에도 지도자들의 정식 등록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일 뿐이었다"며 "A씨에게 사과할 의향은 있으나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기에 언급하긴 곤란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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