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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의붓아들 사망사건, '영구미제' 만들어버린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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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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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1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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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후 은닉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7)이 지난해 6월 1일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경찰에 체포될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경찰이 촬영한 영상 캡처본)2018.7.28/뉴스1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후 은닉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7)이 지난해 6월 1일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경찰에 체포될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경찰이 촬영한 영상 캡처본)2018.7.28/뉴스1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7)에게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이 선고되면서 의붓아들 사망사건이 영구적인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고유정과 현 남편인 홍모씨 그리고 의붓아들까지 3명만 있던 자택에서 누군가의 '외압'에 의한 질식사로 아이가 숨졌지만 법원은 2심에 이르도록 누가 아이 사망에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 '답'을 내놓길 거부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부장판사 왕정옥)는 15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고유정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전 남편 살인 및 사체손괴은닉만 유죄로 인정했다. 의붓아들 살인 혐의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로 결론내렸다.



의붓아들 살인혐의 '무죄'=고유정 '무기징역'…대법원서 뒤바뀔 가능성 낮아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공소사실을 뒷받침 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검사가 제출한 간접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고유정)이 이 부분 범행을 저지른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의붓아들 사건에 대해선 간접 증거만으론 살인혐의를 인정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의붓아들 사망과는 무관하다"는 고유정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직접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검찰이 여러 간접증거와 정황 등을 제시했지만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만큼 압도적 증명이 되지는 못했다고 봤다.

1심에 이어 2심도 의붓아들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대법원으로 넘어가더라도 '유죄'로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대법원 상고심은 사실관계에 대해선 더 이상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2심까지 제출된 증거와 증언을 토대로 '법률'이 제대로 적용됐는지만을 살핀다.

1, 2심 과정에서 검찰은 추가 증거를 찾아보려 했지만 직접적인 증거는 찾지 못한 채, 포압사 관련 연구 논문 등을 보충하고 법의학자 등 전문가들의 감정을 추가하는 등 간접 증거 보완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재판부가 2심 단계까지 법정에 제출된 증거로는 고유정의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내면서, 대법원에서도 사실상 고유정은 '무기징역' 이상의 형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동시에 의붓아들 사망사건에서 고유정에 대한 '무죄'선고는 뒤집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린 15일 오전 제주지방법원에서 고유정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2020.7.15/뉴스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린 15일 오전 제주지방법원에서 고유정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2020.7.15/뉴스1






'질식사'인 의붓아들 사망사건, 고유정 '무죄'면 누가 범인?


아이 사망의 원인이 '자연사'가 아님은 부검의나 법의학자들이 모두 인정하는 바다. 고유정이 아이를 살해한 게 아니라면 같은 공간에 있던 친아빠의 과실치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2심 재판부도 고유정에 대한 무죄 선고 이유를 밝히면서 친아빠의 잠버릇에 의한 '포압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망 사고가 난 지난해 3월 초, 홍씨는 이미 '과실치사'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2개월여가 지난 5월 말 고유정에 의한 전 남편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붓아들 사망 사건의 수사방향이 확 바뀌었다. 과실 치사 가능성에 대해선 검찰도 외국의 관련 연구 논문을 인용하면서 사망한 홍모군과 같은 만 4세 또래에선 포압사가 보고된 바 없기 때문에 확률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의붓아들 사건에서 고유정에 대한 무죄가 대법원서 확정되면, 검찰은 스스로 주장했던 포압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기존 수사결과와 공판과정에서의 주장 때문에라도 재수사를 하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만에 하나 과실치사 가능성이 있더라도 여타의 고의 범죄와는 '책임성'에서 큰 차이가 날 뿐 아니라 기소단계까지 진행되지도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망 피해자'만 있고 '범인'은 없는 의붓아들 사건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제주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의 현 남편 A씨(37)가 24일 충북 청주상당경찰서에서 아들 사망 관련 조사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7.24/뉴스1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제주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의 현 남편 A씨(37)가 24일 충북 청주상당경찰서에서 아들 사망 관련 조사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7.24/뉴스1


1심에 이어 2심까지 의붓아들 사망은 고유정에 의한 '고의 살인'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이 사건은 '사망 피해자'는 있는데 '범인'은 없는 미제(未濟) 사건화 되는 흐름이다.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법언을 법원이 그대로 지킨 셈이다. 피고인의 이익도 고려해야하는 법원의 입장을 고려해야겠지만, 둘 중 하나를 사망의 원인으로 '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법원이 '입증부족'이라는 '쉬운' 선택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영구 미제로 남는 사건들은 대개 경찰의 초동 수사가 미진했거나 검찰의 기소 판단에 오류가 있었던 경우가 다수였다. 하지만 이번 의붓아들 사건은 수사 미진이나 기소 오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이 좀더 적극적으로 진실을 가릴 수 있는 여지가 더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이 이태원 햄버거가게 사건처럼 '양자택일'하라고 요구했지만, 법원은 사실상 '거절'


검찰은 항소심 첫 공판에서 "1심 재판부가 안일하게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공판 검사는 "밀폐공간에서 (피해자와 피고인이) 밀접한 상태에서의 살인 판단의 기본 방향은 대법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다"며 20년만에 유죄 판단이 나왔던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1997년 3월 발생했던 피해자 대학생 조모씨가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2명의 용의자 중 피고인 특정이 잘못돼 1차 재판에서 무죄로 결론난 바 있다. 이후 12년만의 재수사로 사건발생 20년만인 2017년 나머지 용의자였던 존 패터슨이 진범으로 확인돼 20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이태원 사건을 예로 든 건 세명만 있는 상태에서 한 명이 사망했다면 결국 법원은 같은 공간에 있던 두 명의 용의자 중 누구에게 신빙성이 있는지 판단해 범인을 특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포압사'냐 '살인'이냐, 결정 안 짓고 서둘러 마무리해버린 항소심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아이 사망 원인이 과실치사에 의한 포압사인지 고의적 살인인지에 대해 판단을 보류하고 말았다. 2심은 4월22일 첫 공판부터 7월15일 선고까지 채 석달도 걸리지 않았다.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건에서 검찰 측 입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음에도 서둘러 마무리 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법원 입장에서 '고심'의 흔적을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항소심 '종료'시점이 미리 정해진 것처럼 흘러갔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은 이미 항소심 첫 공판에서 "사망원인이 가장 핵심인데 1심은 그에 대한 판단을 우회하고 회피했다"며 "항소심에서 아이 사망원인이 살해인지에 대해 판단이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검찰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항소심 재판부는 사실상 1심과 같은 논리로 같은 결론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의붓아들 사망이 고유정의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면 친아빠의 과실에 의한 사고사 둘 중 하나일텐데 법원이 살인이 아니란 결론을 확정지으면 수사기관에서 더 이상 수사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법원이 의붓아들 사건에 대해 고유정에 대한 무죄를 확정하면 수사가 잘못됐다는 점이 인정되는 걸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며 "수사기관 입장은 더 곤란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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